이건 진짜 노다지야!
몇 년 전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 워크숍을 연 적이 있다. 매니저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다. 평범한 HRDer. 직원 교육 담당자이다.
아니, 그까이꺼 대충 하면 되는데. 우리가 무슨 진짜 그래픽 디자이너도 아니고. 디자인 보는 눈, 그거 누구나 있는 거 아닌가? 그 눈만 있으면 금방 만들 수 있는데 뭐가 문제지?
그 워크숍을 열고 알았다. 이런 색감각이 있을 수 있구나. 정말 역대급이었다.
첫 번째 액티비티는 회사 컬러 팔레트에서 원하는 색 두 가지를 골라, 회사에서 사용 할 슬라이드 1-2장을 자유롭게 만들어 보라는 과제였다. 회사 스타일 가이드에 있는 컬러 팔레트는 잘못 조합하면 디자인이 애매하게 되는데, 사람들의 감각도 확인할 겸,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겸 첫 번째 과제로 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제출 한 모든 슬라이드가 별로 였지만, 특히 역대급이었던 그분이 만든 디자인... 을 여기에 보여줄 순 없고, 대강 이런 느낌이었다.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고르셨군요. 이유가 있었을까요?" "좋아하는 색이라서요."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던 유일한 참석자였다.
이 워크숍을 열고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엄청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누구나. 금방. 쉽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 방법이 있는데 아무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연습도 안 하는구나. 캐나다에서 통할 한국인만의 스킬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건 진짜 노다지야!!!
캐나다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여기 사람들의 디자인 스킬이 진짜 별로라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원래 신경도 안 쓰는지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프레젠테이션이 많았다. 피피티와 워드를 혼동하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내가 볼 땐, 발표자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시간만 더 있었어도... 뭐 내용이 중요하지 포장이 중요한가? 그래봤자 그래픽이지 뭐.'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을 수 있다는 데서 우선 그렇고. 둘째, 그래픽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서 또 그렇다. '거 그거 예쁘게 만드는 거. 보기 좋게 만드는 거'. 그게 디자인일까? 디자이너가 아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포장이 예쁘면 내용이 구려도 제안서가 먹힌다고? 그럴 리가. 제안도 나쁘지 않은데, 그걸 눈에 잘 들어오게 버무려서 원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기 때문에 먹힌 거다. 이 모든 것이 잘 차려진 디자인 밥상에서 나온다. 그저 보기에 팬시 하기만 한 디자인을 본 사람들은 '멋지긴 한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는 질문을 할게 뻔하다. 당신의 청중은 바보가 아니다.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려면 우선 디자인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다른 건 없다. 많이 보고, 많이 따라 만들면 된다. 진짜다. 널린 게 멋진 그래픽 소스라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그 소스를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는지 모르면 이렇게 된다.
'내가 받은 그래픽 소스로 만든 샘플 페이지를 봤을 땐 진짜 괜찮았는데. 분명히... 근데 내가 만들고 나니 왜 뭔가 이상하지?'
혹시 '뭔가 이상하다. 생각보다 구리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은 이게 아니다.'란 결론에 이르렀다면. 축하한다. 적어도 디자인을 보는 눈이 있는 거다. 나를 믿어라. 이걸 보는 눈이 없는 사람도 있다. 물론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 같을 순 없다. 그런데 이게 같은 사람이 종종 있다. 이런 분들에 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우선 우리의 이야기는, '뭔가 구리다'에서 출발하도록 하겠다. 그다음, '뭐가 구린지' 알아내고. '어떻게 멋지게 만들 수 있는지까지' 설명하고,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면 하산해도 좋다. 그러기 위해 우선, 여러분의 '디자인 보는 눈'을 테스트해 보도록 하겠다.
자, 아래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보자. 그리고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첫째, 디자인이 구리다고 생각하는지? 만약 멋지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만 읽어도 좋다.
둘째, 디자인이 구리다고 생각한다면, 뭐가 구린지 한번 생각해 보자. 또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도 생각해 보자.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고,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살면서 멋있는 프레젠테이션도 많이 보았을 거다. 바로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스티븐 잡스. 그러나 우리는 잡스가 아니고, 잡스가 될 필요도 없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빠르고 손쉽게.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그 첫 번째 과제로, 첨부한 액티비티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슬라이드 한 장을 완성해 보자.
회사에서 쓸 템플릿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색을 조합해서 샘플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