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 증후군
최근에 불거진 류준열, 혜리, 한소희의 꼬일 대로 꼬인 관계를 봐도 알 수 있다. 헤어졌다고 다가 아니라는 것. 아름다운 헤어짐이라는 게 어디 있겠냐만은! 헤어짐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만큼 그 사람을 더 신경 쓰고, 그 사람에게만 충실하는 것 모두 새 연인을 만나는 자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연애사만큼 누군가의 퇴사 사정 또한 당사자가 아니고는 그 진실은 결코 알 수 없다. 그 사람만의 고충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서, 또라이 같은 상사 때문에,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선임 때문에, 야근 때문에, 몸이 아파서, 부당한 요구사항 때문에...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현타가 오면서 퇴사를 했을지 누가 알겠냐만은.
어쩔 수 없이 질척거리며 헤어진다던가, 엿을 먹이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상황도 있겠지만은 전 직장과의 인연을 제대로 마무리해야 나한테도 이득이다. 길게 보자.
그렇게 질척이던 관계도, 마음도 다 정리했으니 이제 가뿐하다고?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바로, 다음 직장이다.
이제부턴 이직한 새 직장에서 발생할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당신의 대처 능력에 따라 당신의 이직 명운이 결정된다. 새로운 사람과의 아름다운 시작. 가늘고 길어지길 바라마지 않는 이 아름다운 만남을. 어떻게 제대로 시작하고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류준열도 이 법칙들을 알았으면, 제대로 연애를 했으려나?
당신은 분명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미 떠났고, 이제 다음을 위해 한 발 내디뎠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지라, 전 직장과 이직한 직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1:1 비교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은 '아 전에는 이랬는데, 여긴 아닌가 보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제발 속으로 하자!
새로 만난 연인에게 전 연인 얘기는 아주 오랫동안 금기사항이다. "전에 걘 어땠는데?"라고 물어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당연히 네가 더 좋지"가 정답이다. 이직도 똑같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다 할지라도 현 직장의 좋은 점을 눈에 담자.
이직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눈치게임 중 하나는 비선실세를 파악하는 일이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람은 심리적으로 대게 목소리 큰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느 팀에 가도 짬밥이 높은 사람이 있고, 매니저에게 입김이 센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아마 전체 회의에 한 번 들어가면 금방 파악되겠지만, 그 사람이 헛실세 일 수도 있다. 그래도 대게 한 달도 채 못돼서 실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세를 파악했다면 먼저 다가가라. 그 사람에게 딱히 잘 보일 의도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라면 참 좋겠지만, 대게 고인물과 박힌 돌은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당신이 먼저 친절하게 다가오는 걸 마다하는 사람도 적다.
꼭 실세뿐만이 아니다. 같이 협력하여 일하는 동료들, 같은 포지션에 있는 전우들과 시간의 공백을 메우려면 이직한 사람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자. 당신이 누구이고, 당신의 팀 동료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같이 일을 하길 원하는지 먼저 다가가 물어라.
그렇게 친분을 다지면 다 끝이냐고? 아니. 이제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 바로 실력이다. 이제 일다운 일을 보여줄 차례다.
경력직을 뽑는 이유는 간단하다. 약간의 교육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팀원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일 잘하는 사람이 왔으면. 팀 분위기 흐리지 않는 사람이 왔으면'. 실력도 좋은데 인성까지 갖춘 사람.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일을 잘하고, 거기에 팀원들에게 나눌 것이 덤으로 있다면 최고다. 같이 일하는 사람과 불구덩이에 같이 들어갈 사람보다는 당연히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사람들과 나눌 지식과 기술이 있고, 그것을 제대로 나눌 수 있다면 이제 새 직장 증후군은 다 털어낼 시간이다.
그리고 새 직장에서 믿을만한 동료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매니저. 내 이직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는 그 사람. 면접에서 만났던 그 사람!
얼마 전 옮긴 직장에서 나는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한 매니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