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노마드 Mar 30. 2024

직장 권태기를 이기는 세 가지 비법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버텨야 할 때

한 남자와 24년을 만난다고 상상해 보자. 처음 10년 정도는 연애로, 그다음 14년은 결혼으로. 어떨 것 같은가? 권태기가 올 것 같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권태기가 오고도 한 트럭이 왔을 것이다.


한 남자와 24년 차인 내 얘기다. 싸움은 했지만 권태기는 안 왔다 (이 글을 제일 먼저 읽을 나의 제1 독자 신랑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물론 직장의 권태기와 사랑의 권태기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그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새로움이 없어져서 지겨운 상태.


어렵게 옮긴 직장에서 혹은 어렵게 취직한 첫 직장에서 옮기기보단 버티고 싶은데 일이 너무 지겹다면, 혹은 옮기기가 두렵다면!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실천해 보자.  


첫 번째 비법: 감사하라

이혼율이 치솟는 미국에서 한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어떤 부부가 이혼할 확률이 높은지 알아보는 실험. 간단하게 결과만 말하자면,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표정과 말을 내뱉는 부부들이다.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무시로 일관하거나, '네가 그렇지 뭐' 하는 등 상대방을 낮춰 보는 행동들을 하는 부부들이다.


반면, 이혼하지 않고 오래가는 부부의 가장 큰 특징은 돈도, 뜨거운 사랑도 아니다. 그럼 뭘까? 상대방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직접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회사도 비슷하다. 이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한 번 되짚어 보자. 아마 대부분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일 것이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월세를 낼 수 있다.

회사원이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제도로 운동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를 받아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


배우자도 똑같다. 아마 상대방이 내 눈에는 남들보다 부족하고, 답답한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네 배우자는 이렇다더라, 하는 얘기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단점만 보기 시작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감사히 여기지 않으면 부부관계는 쉽게 무너지게 된다.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고, 나 대신 눈을 치워줘서 감사하고, 항상 나를 예쁘게 여겨줘서 감사하고.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 투성이다. 이젠 아주 멋있어 보이지는 않아도, 내 옆에 묵묵히 있어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아주 작은 일들도 '내가 받아야 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뭐가 다를까? 내 태도와 마음가짐이 계속 그대로라면, 처음 잠깐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젠, 이 사랑이 짝사랑이거나 처음 시작부터 삐걱거린 관계일 때이다. 물론 살아보니 개차반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 생활도 똑같다. 감사를 하고 싶어도 감사할 거리를 찾기가 너무 힘들거나, 나는 감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나의 존재를 감사해하지 않는 회사. 감사할 가치가 없는 일에 나만 감사해하며 매달리지는 말자.


두 번째 비법: 솔직해져라

부부생활 중에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혹은 귀찮아서 상대방의 작은 단점들을 무시하다 보면 마음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폭발한다.


'왜 양말을 뒤집어 놓는 거지?'

'왜 식사 끝나고 그릇에 물을 부어 놓지 않는 거지?'

'왜 나만 맨날 청소하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상대에 대한 불만을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결국 아무 일도 아닌 일로 빵 터지고 만다. 그게 바로 공평성이 무너진 관계에서 오는 문제다.


불만의 원인이 작던 크던 상관없다. 어떤 일이 계속 반복되어 불만이 쌓인다면, 건전한 관계를 위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시도를 해야 한다. 단순히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가 필요할 때의 시그널은 여러분이 억울한 기분이 들고, 나만 희생하는 기분이 들때다.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당장 중요하지 않다. 우선 대화를 통해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때, "넌 왜 그렇게 밖에 못하니? 너랑 나랑 둘 다 일하는데 내가 집안일을 다 해야겠어?" 하고 공격적으로 나가면 사태가 악화된다. 상대방도 분명히 억울한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줄 확률이 높다. 일이 지겨워졌다면 솔직하게 상사에게 상담하라.


3년 정도 같은 일을 했더니 너무 익숙해져서 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다른 프로젝트를 맡아보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데 조언을 해주실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라. 만약 아직 스킬이 부족해서 다른 프로젝트를 맡기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면,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물어보라.


만약 이때 무조건 상사가 여러분의 말을 무시하거나, 불만 종자라는 식으로 낙인을 찍는다면? 답변의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직을 준비하길 권한다. 첫 번째 비법을 설명할 때 말한 것처럼, 나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는 답이 없다. 물론 다른 팀으로 쉽게 옮길 수 있다던가, 회사에서 당신의 상사만 사이코라면 같은 회사 내에서 부서이동을 고려하길 추천한다.


이런 대화를 무서워하지 말라. 여러분의 상사도 다 경험해 본 일이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업무가 지겨워질 때도 있고, 지금 하는 일 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게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될 때도 있고, 내 경험에 더 잘 맞는 일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사람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는 것. 모두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여러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을 한다면, 다른 길을 찾길 추천한다.


마지막 비법: 새로운 시도를 하라

뜨거운 사랑의 열병이 지나가고... 이제 상대방이 덜 사랑스러워 보이긴 해도 오래된 관계라 상대방이 편하다고?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연애의 권태기는 이럴 때 온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정답은, 관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신선함이 생각지 못한 시련을 같이 극복하면서 오기도 한다 (천생연분 시그널이랄까). 환경의 변화에서 오기도 한다. 생각의 변화에서 오기도 한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게 내 사고방식이든, 환경의 변화든, 주변 환경과 나 자신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 말고는 세상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부캐를 만들어라. 회사에 매달리지 말고 사이드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라. 한 곳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 그 관계는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되든, 일주일에 한 번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 되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라.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어야 된다. 회사를 다니면서 마음이 산뜻 한 경우는 대게 딴 주머니를 찰 수 있을 때다. 꼬우면 당장 사표 쓸 수 있다는 든든함이 우리를 더 버틸 수 있게 만든다.


두 번째, 공부를 하든 사내 봉사활동을 하든 주어진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나는 한 때 직장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내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사원레벨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점심시간에 모여서 회의하고, 회사 업무가 끝나고 그 프로젝트를 해야 하긴 했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업무가 아닌 일을 하는 건 참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 모임이 없다고? 직접 만들면 된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맞는 동료를 만들어라. 직장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은 좋은 사람이다. 그 회사가 계속 다닐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면 더욱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좋은 동료를 만드는 것이 좋다. 물론 속까지 터놓을 수 있다면 더 좋고, 멘토까지 만나면 금상첨화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나서보자! 단순히 버티기만 하는 삶을 넘어설 수 있다.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나서도 옵션이 남지 않다면. 그런데도 마음이 떠났다면, 별 수 있나. 새로운 직장이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수 밖에.


그렇게 옮긴 새 직장. 너무 어색해서 죽을 것 같다고? 이직한 새 직장에 빨리 적응하는 법을 이제 알아보자.

이전 03화 연봉 1억을 박찼더니, 쪽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