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노마드 Mar 19. 2024

이직 할 때인가, 버텨야 할 때인가?

잘난 회사를 떠나는 이유

연인과의 이별처럼, 내가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헤어지자 마음먹었다가, 작은 말 한마디에 다시 마음이 돌아서는 것처럼. 어떤 작은 이유를 붙잡아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 끝이 결국 이별이라도.


이럴 때 대게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이 정도는 참겠지?'

'이 만큼 주면서 이 정도 대우면, 나쁘지 않지.'

'언제 또 이력서 쓰고 면접 보나. 그냥 다니지 뭐.'

'옮겼는데 여기보다 더 나쁘면 어떡해?'


일리 있는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회사에 남아야 하는 걸까? 혹시 자신이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궁금한가? 이제부터 그 답을 같이 찾아보자.


이직을 안 해도 될 때

1. 준비하기 귀찮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구역에 들어가야 하고, 거기에서 또다시 내 자리를 찾아야 하는 지지부진한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니 당연히 현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만약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면, 당신은 아직 이직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2. 회사는 다 똑같다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다른데 옮겨봤자 다 똑같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사실 웬만한 곳들이 다 비슷비슷하다. 회사 내에서 보직을 옮기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게 이직 보단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일이 슬슬 지겨워지면 회사 내에서 옮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낫다.


3. 팀이 좋다

매니저나 팀 사람들이 좋으면, 연봉이 다소 낮거나 회사가 좀 별로여도 다녀도 된다. 좋은 팀을 만나는 건 진짜 드문 일이니까. 좋은 팀이란, 서로 친하고 하하 호호 웃는 분위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매니저가 팀원을 믿고 일을 맡기고 팀원의 성장을 우선시하며, 팀원들끼리도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워라밸과 각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고, 위에서부터 오는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매니저가 있는 팀이 좋은 팀이다. 매니저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의논하는 게 좋겠다.


4. 이걸 읽고 있는데,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 다 맞는 말이지.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마음이 떠난 거다. 자신만의 퇴사 이유를 이미 정해 놓은 거다.


연봉, 복지, 그지 같은 매니저, 회사와의 거리. 모두 퇴사의 주된 사유다. 이 주된 사유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결정타가 되어 퇴사하거나 이직하게 된다. 특히 첫 직장은 더 그렇다. 취직만을 목표로 달리다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을 땐 더 그렇다. 사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했더라도 첫 직장에서 오래 버티긴 쉽지 않다.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때랄까.


이직을 해야 할 때

1. 억울하다

지금 혹시 억울한가? 그럼 이직을 해야 할 때다. 사유가 뭐가 됐던지 상관없다. 뭔가에 대해 불공정함, 불공평함, 억울함을 느낀다면 옮겨야 할 때다. 회사 내에서 옮길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이직을 해야 할 때다.


억울함은 모든 일을 힘들게 만든다. 마음을 다치게 한다.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면서까지 회사를 다닐 필요는 없다.


2. 몸이 아프다

마음의 소리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스트레스가 몸으로 온다. 스트레스를 처리하지 못해 몸이 이상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약간의 소화불량, 두통, 잦은 감기와 같은 자잘한 병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훨씬 심각한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 나는 하다 하다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항히스타민제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하기에 이르렀었다. 응급실까지 가고서야 겨우 마음을 먹고 퇴사할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3. 일요일에 지나치게 우울하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월요병이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도 월요병이 있다. 그런데 이게 지나친 경우가 있다. 금요일 하루 퇴근 할 때 반짝 기분이 좋았다가 토요일부터 서서히 기분이 다운되더니 일요일엔 지나치게 우울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한숨으로 시작해서 한숨으로 끝나는 주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방에만 박혀 있는 주말. 먹기도 싫고 누굴 만나기도 싫고 넷플릭스도 보기 싫다고? 누구나 겪는 현상이 아니다. 우울증이 오고 있다. 다친 마음을 방치하지 말고 돌봐야 할 때다.


4. 자기 발전이 전혀 없다

회사를 길게 다니다 보면 연봉도 오르고, 직급도 오르고, 직군을 전환할 기회도 언젠가 생기기 마련이다. 너무 조급하지만 않으면. 1-2년 차가 이직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할 경력을 아직 쌓지 못해서이다. 그런데 자기 발전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회사도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가족경영을 하는 작은 회사나 상사랑 사이가 좋은 사람만 승진하는 회사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상사의 편애에 따라 승진이 이루어지는 회사에서 이놈의 상사가 나보다 일찍 퇴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라면, 이제부터 짐 쌀 준비를 하길 추천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직이 정답이 아닌 경우가 있다. 특히 첫 직장에서는 생전 안 하던 9-6 근무에, 야근에, 회식에. 평생 겪지 못한 사이클을 몸으로 이겨내다 보니, 나중에 돌이켜 보면 별것 아닌 일로도 쉽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마지막엔 폭발하게 된다. 그래도 억울하고, 아프고, 우울하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나와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 내가 못 참았던 거네' 할 수도 있고. '아 내가 잘 나온 거네.' 할 수도 있다. 이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게 이직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과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 아주 분명해질 때가 온다. 그때부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 있게 이직하면 된다.


그래서 내 이직이 항상 성공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전 01화 헤어질 수밖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