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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Apr 08. 2024

별에서 온 매니저

이런 리더를 진짜로 만날 줄이야

이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매니저다. 캐나다에선 더 그렇다. 곧 전 직장이 될 현 직장 매니저가 다음 회사 이직을 위한 내 추천인이 되기 때문이다. 


옮기고 싶은 직장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도 바로 내가 속하고 싶은 팀의 매니저다. 팀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사람이자, 앞으로 내가 겪게 될 회사생활의 티저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면접이라는 짧은 시간에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팀의 문화와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 이직한 회사에서 별에서 온 매니저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내가 여태까지 만났던 모든 매니저 군상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사람이다. 



내 성과를 챙기는 매니저

대학 때 휴학하고 1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제일 처음 매니저라 불릴만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대리였던 그분이 우리의 매니저 역할을 했는데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계약직 대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는 종종 해 봤지만, 1년 동안 계약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게 처음이라 아르바이트 중에 터득한 눈치를 양껏 발휘할 때였다. 그래서 요령껏 내가 열심히 만든 테스트 케이스를 매니저의 이메일로 보냈다. 내용을 검토 한 뒤에, 당신 이름을 달아서 위에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그분에게서 배운 매니저의 제1 덕목이자, 내 머리를 '뎅~'하고 울렸던 한 마디.


"노마드씨가 한 일은 노마드씨 이름으로 올리면 돼요. 내 이름으로 올릴 필요 없어요. 자기가 해낸 몫은 자기가 챙기는 거예요. 그게 제대로 된 회사예요"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이 한 일을 자기 공으로 가로채는 상사가 이 세상에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차피 회사는 팀이고 라인이야. 내가 잘되야 널 끌어주지' 같은 해괴한 논리로 아랫사람을 설득해서 모든 공을 차지하는 매니저? 진짜 노답이다. 


사사건건 참견하지 않는 매니저

회사 생활을 갑갑하게 만드는 요인이자, 자발적 퇴사의 지분이 가장 높은 매니저는 바로 마이크로매니징하는 리더다. 9시에 출근하는지 9시 1분에 출근하는지 확인하는 사람이고,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제때 지키는지 눈에 불을 켜는 사람이고, 야근하면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사람이며, 내 모니터를 뒤에서 힐끗 거리는 사람이자, 내가 하는 일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알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건 화장실에 버리고 온 것처럼 구는 사람이랄까?


우선 상사라는 사람이 당신의 목을 턱턱 조이지만 않아도 평타는 친다. 다만 여기서 너무 늘어지는 사람을 만나면 방목형 매니저를 만날 확률이 높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부하직원의 회사생활이나 자기 계발 계획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유형이다. '나는 남들처럼 너희를 조이지 않지' 하면서 자기 위안을 하는 타입이랄까. 혹은 '너네 출세 말고 내 출세에만 관심 있지' 하는 유형이다. 


다행히 나는 방목형 리더와 일한 적은 있어도 마이크로매니징하는 리더를 만난 적은 없다. 나처럼 칭찬과 자율을 좋아하는 유형에게 후자는 치명적이다. 


그리고 캐나다에 와서 드디어 제대로 된 방목형 리더를 만나게 된다. 내 능력을 믿어서, 내가 팀을 위해 일할 것을 믿고 맡겨주는 리더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먼저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묻되, 괜찮다고 하면 더 이상 참견하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 나서서 미리 문제를 예방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상사였다. 그리고 이 상사가 심지어 마음까지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매니저

내가 한 팀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다소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위에서 말한 방목형 리더 덕분이다. 심지어 이 사람은 부하직원의 건강과 가정의 안위를 회사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위에서 지시하는 폭풍을 맞더라도, 최대한 팀원을 보호하려고 애썼으며,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개인의 사정을 배려하는 리더였다. 


아프면 편하게 쉬게 했고, 필요하면 팬데믹 전에도 재택근무를 시켰으며, 나를 직원으로 아끼는 만큼 내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이유로 팀을 떠났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 중 한 명으로 남을 수 있었다. 


문젠 너무 직원들을 믿은 나머지 나중엔 1:1 미팅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같이 일해서 좋은 상사였지만, 직장 내의 성장 측면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타입의 리더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이직한 회사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매니저

'이런 리더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그리는 모든 것을 갖춘 상사였다. 왜 과거형인고 하니,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 중 처음으로 나보다 먼저 우리 팀을 나간 리더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을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 


내 성과를 돋보이게 만들어 줄줄 알았으며, 나의 판단과 능력을 믿어 주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서 매니저로서 나서야 할 일이 없는지 체크하는 리더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자신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사람이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 살리는 일은 아니라며, 자신의 건강을 제1순위로 놓으라는 말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하는 사람이었다. 필요하지 않은 이상 야근을 시키지 않았고, 야근을 하면 반드시 휴가를 쓰도록 챙겼다. 조직의 변화가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변경 내용을 알렸으며, 그 이유와 변화에 대해 팀원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한 팀에 오래 있으면 다른 일을 하든,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든 변화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이라, 꼬박꼬박 커리어 상담을 주도하던 리더였다. 부당한 요구가 오면 막아주는 사람이었고, 지나치게 일이 많아지지 않는지 모니터 했으며,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클라이언트로부터 일을 받지 않거나, 팀 내에서 가능한 경우 일을 분담시켰다. 열린 토론문화만큼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도록 따끔한 소리를 할 줄 알았으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해 주는 리더였다. 자신의 실수를 나눌 줄 알았으며, 미래를 그릴 줄 아는 리더였다. 




살다 보니, 진짜로 이런 리더를 만나게 되었다. 

회사라는 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곳이며, 자기 계발은 없는 무덤 같은 곳이라고 굳게 믿었던 내 생각을 비웃듯 나는 결국 회사에서 성장을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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