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거듭할수록 마음가짐의 성숙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지만, 의외로 물경력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경력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의 필드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전에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에 많이 생긴다. 겉으로 보기엔 경력이 꽉 차 보이지만 본인 스스로 물경력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경력으로 쌓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본인만의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치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레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떨어지고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이만큼만 해도 되지 않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인물 테크트리의 지름길을 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다 보면 일이 더 지루해지고 결국은 월요일에 눈 뜨는 게 싫어지는 삶이 다시 반복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로 무언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질타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만 갖춰져 있다면, 우리는 회사 내에서도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성이 제법 갖춰진 회사에 다니고 있던, 그런 회사를 찾아 나서려고 준비하고 있던, 이런 인간의 기본 욕구도 채우면서제대로 된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결국 성장을 해야 한다.
다니는 회사가 싫어서 성장을 멈췄다고? 삶에 지쳐서 그냥 이대로 충분하지 않나 고민 중이라고?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사람은 배움을 멈추는 순간, 하루하루 점점 더 재미없는 삶을 살게 된다. 말하자면 악순환이다. 이제 그 고리를 끊을 때가 왔다.
그러나 성장은 해야겠고, 번아웃까지는 아닌데, 도저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손발을 묶어서라도 강제로 성장하는 네 가지 방법을 참고하길 바란다.
1. 공표하기
다이어트의 원리와 같다. 나의 커리어 플랜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라. 친구, 동기모임, 심지어 SNS. 올해 커리어 목표를 널리 알려야 한다. 이왕이면 '잘 되고 있어?'라는 체크를 종종 해줄 법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자.
매니저와의 1:1 미팅에서도 밝혀야 한다. 연 초가 아니라서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아니다. 마음먹은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다음 종착지가 되었던 이번에 배우고 싶은 스킬이 되었든 밝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연하게 어떤 기회가 생겼을 때, 당신의 매니저는 당신을 떠올리게 된다. 동기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흘려들은 정보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알려줄 것이다. 목표를 글로 쓰고, 말로 꺼내놓는 힘은 실로 엄청나다.
2. 돈 쓰기
자격증이 되었든, 공부가 되었든 배우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무료로 강의를 듣는 것도 참 좋지만, 지금 같은 의지력이면 곧 흐지부지 된다. '이거 망하면 돈 진짜 아까울 것 같다. 이거 빠지면 너무 손해다' 싶은 금액에 투자하자. 본전 욕심을 한껏 활용해야 한다.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훨씬 싫어한다. 그게 본능이다. 그 본능을 한껏 이용해야 한다. '커피 10잔 마셨다 셈 치지 뭐' 라며 대충 넘어갈 수 없을 만큼의 투자여야 한다. 추가로, 그 공부가 스파르타식으로 몰아치면 더 좋다.
3. 멘토링
회사에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조건 참여하자. 셀프로 멘토를 찾아도 좋지만, 이 경우는 스케줄이 바빠서 1회성 만남으로 그치거나, 모든 게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멘토링 프로그램은 대게 짜인 커리큘럼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자신의 성장 계획도 멘토링 세션에 포함시켜야 한다.
같은 회사 매니저 이름 하에 내 성장 계획을 강제로 집어넣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내 손발을 묶어 무조건 뭐라도 하게 만드는 것 중에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사람의 본능을 한껏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수치심'을 매우 싫어한다. 사람들이 회피하는 일의 대부분이 바로 이 수치심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러니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하게 만드는 장치를 마련하면 좋다.
4.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이 안 되는 거 딱 하나만 하기
직장인 대부분은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안다. 지금 자신의 경력 수준에서 어떤 경력이 추가로 필요할지, 그걸 위해선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그걸 하기 싫어서, 혹은 귀찮아서 안 하게 된다. 나한테는 그게 네트워킹이었다.
한국 회사에서는 승진을 위한 정치가 필요해서, 캐나다 회사에서는 인맥이 곧 취업이니까. 네트워킹이 절실한데 난 정말 줄타기는 자신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네트워킹은 그런 게 아니다. 한번 해보고 나니 이제 안다. 말 그대로 내가 어떤 사람임을 알려서 결국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이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력서 쓰기 일 수도 있고, 전화 걸기일 수도 있고, 네트워킹 일수도 있고, 스터디 그룹 들어가기 일 수도 있다. 그게 뭐가 되었든 딱 한 가지만, 한번 해보자.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