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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Apr 22. 2024

직장 생활하다 보면 꼭 생기는 고민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어느 정도 연차가 생기고, 이직도 몇 번 하고, 권태기와 성장기를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꼭 맞닥뜨리는 고민이 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할지, 스페셜리스트로 남아야 할지 (혹은 돼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왔을 때다.


스페셜리스트

스페셜리스트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는 건 높은 급여로 연결된다.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을 반드시 뽑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도 여지가 없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경쟁도 적다. 특정 기술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가 가는 커리어 패스는 명확하다.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한 분야에서 계속 성장해 나가면 된다. 그렇다 보니 연차가 쌓일수록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스페셜리스트가 리더십에도 필요한 경우라면, 입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와 평생 사랑에 빠져야 가능할 법한 일이다.


제너럴리스트

제너럴리스트는 그에 반해, 여러 가지 스킬을 두루 갖추게 된다. 초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 고민이 쌓인다. 중요한 건, 이것저것 하는 와중에 메인 스킬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메인 스킬과 연결된 스킬을 쌓다 보면 스페셜리스트의 T자 형태와는 달리, 어느새 넓은 V자 모양의 스킬 트리를 가지게 된다. 이때가 바로 커리어 분기점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리더십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둘째, 다른 분야로 옮길 수 있는 찬스가 온다.


리더와 매니저급으로 올라가려면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 특정 직군을 제외하고는 스페셜리스트가 리더가 되는 경우 보단 스페셜리티 한 가지에 다양한 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리더라는 자리가 결국엔 한 분야의 일을 잘하는 일.잘.알 보다는 팀원의 성장을 돕고, 정치적으로 대처할 줄 알며, 두루두루 아는 것이 많아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가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스페셜리티 보단 인사, 재무, 전략 등 리더가 갖추면 좋은 역량을 배우기 위해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그냥 탑이 되면 되지 않냐고? 난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 리더가 된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참견이다. 일 자체에 대한 조언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자기 분야의 스페셜리티가 너무 강하다 보면 마치 자신이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리더의 자리는 팀원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자리이지, 일을 대신해 주는 자리가 아니다. 이 참견을 못 끊겠으면, 일선으로 돌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이라고 본다.


이직을 하지 않고 직장 내에서 보직을 옮기는 경우도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다. 회사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스킬을 두루 익히고 있는 데다가, 다른 팀에 가서도 쉽게 확장/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전용성 스킬 (transferable skill)이다.


그런데 어느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 할지라도 업무 특성상 여러 분야의 일을 섞어서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있는 HRD 분야가 그렇다. '지금 이 길을 계속 가도 될까? 내가 이 분야에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나? 더 늦기 전에 다른 분야로 옮겨야 할 타이밍인가?' 이런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HRD가 결친 영역의 특성 때문이다. 비단 HRD 분야뿐만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나처럼 인하우스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조직에 주로 있다 보면 온갖 잡 스킬이 쌓인다.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비디오 제작, 비디오 편집, 프로젝트 관리, 변화 관리, 통계. 그러면 내가 프로그래머인가? 아니다. 내가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인가? 아니다. 내가 PM인가? 아니다. 내가 비디오그래퍼인가? 아니다. 내가 조직문화 관리자인가? 아니다.


변화 관리에 교육이 필수이기 때문에 늘 변화 관리의 한 축을 맡고 있으니, 변화 관리 분야로 옮겨볼까 고민이 되고. 인하우스에서 모든 걸 다 하나 보니 기본 프로젝트 관리는 몸에 배어있다. 그러니까 좀 더 전문적으로 여기를 파서 PM이 되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이번에 옮긴 곳에서는 교육 전략을 담당하다 보니, HRD영역을 한참 벗어난 일을 하고 있다. 아예 전략 쪽으로 옮겨야 하는 고민까지 얹어지게 되었다.


결국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바로 커리어 분기점이다. 자신의 메인 스킬을 계속 가꾸어 나갈지 아니면 곁다리로 확장해 온 스킬을 메인 스킬로 바꿀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메인 스킬을 바꿀 때는, 기존 지원을 활용하면 좋다. 그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내부에서 얻던가, 매니저와 상의하라. 이미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내부 사람들 중 본인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 보고, 길을 만들면 된다. 필요하면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딸 준비를 하면된다.



스페셜리스트가 좋다던가, 제너럴리스트가 좋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나한테 잘 맞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가면 된다.


다만 AI 때문에 요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내가 지금 결정하는 이 방향이, 내 미래를 제대로 이끌어 줄 것인가, 아니면 사양 산업으로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인가.


그래서 생성형 AI와 인공지능 기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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