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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Oct 15. 2024

캐나다에서 만난 김범수

여기까지 오다니!

"김범수! 김범수!" 

"잘 생겼다! (진심 이만 프로 정도가 담긴 목소리로 옆자리에서 소리침)"

"꺄~~~"


나는 그렇게. 90년대 밤무대 조명이 난무하는 무대 위에서. 

조명 따윈 상관없이 열창하는 가수, 김범수를 만났다. 

김범수 콘서트 in Canada

나에게 가수 김범수란.


나가수의 주역. 못친소의 핵심 멤버.

노래를 기깔나게 하는 가수. 

유튜브에 탕후루 커버송이 있는 사람 (전주에 나오는 대사에 몸 서리 치느라 정작 노래를 못 듣게 만든). MZ 저격 가수.


내가 사는 동네에도 한인이 제법 살기는 하지만, 토론토나 밴쿠버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가수가 공연을 하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였는지 이 동네에 있는 한국 사람이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만석이 된 콘서트 홀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이 가운데 가수 김범수 찐팬은 얼마나 될까?' 그 답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우리는 참 한국에 목말라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홀을 가득 메운 관객의 입에서 나오는 김범수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괜스레 짠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에는 세월을 거스르는 힘이 있다. 김범수의 노래가 나를 다시 한국에 있던 시절로 날려 보낸 것처럼. 


"왜 내 눈앞에 나타나~ 왜 네가 자꾸 나타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는 콘서트가 끝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 내 입에 단골 레퍼토리로 남아 있을 정도다.  



타향살이 13년. 이제 이곳이 내 집처럼 느껴져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한 번은 회사에서 이 주제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캐나다에 소속감이 없어. 남의 나라에서 일하고 돈을 번다고 생각하거든. 약간 여행 온 기분으로 살아.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가 내 나라 같지는 않아. 아마 영원히 내 나라로 느낄 일은 없을 것 같아" 


라고 말했더니 동료들이 깜짝 놀라 했다. 나로서는 그게 왜 놀라운지가 더 의문이지만. 


캐나다 공무원이 된 지도 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나는 내가 캐나다 주류 사회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주로 쓰는 말. 내가 넷플리스에서 시청하는 드라마나 쇼. 내가 듣는 음악. 핸드폰에 깔려 있는 앱. 내가 즐기는 취미 생활. 주로 읽는 책. 집에서 해 먹는 음식. 몸은 이곳에 있지만 난 여전히 한국을 향유한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가 모두에게 남달랐던 것 같다.


영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안돼서 0개 국어로 수렴한다는 이민 생활 끝에 그렇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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