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Lake-Blackfoot-Waskehegan의 스키 트랙이 금요일까지 완벽하게 정비되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나도 추운 날씨에 스키를 타러 나가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다. 따뜻한 집에 머무르고 싶은 유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공원 주차장에 도착해 스키 신발로 갈아 신는 그 순간에도 이 추운 날씨에 내가 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스키를 타면 5분 안에 추위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몸에 열이 나고 곧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번주 내내 몇 번이고 남편은 나에게 확인을 했다. 영하 20도, 이 온도에 정말 갈 건지... 올겨울 개시도 못한 크로스컨츄리 스키, 겨울을 이대로 보내기엔 왠지 마치지 못한 숙제가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 안 가면 올 겨울 한 번도 스키를 못 탈 것 같아 Go를 외쳤다.
이곳은 125km의 스키 트랙이 닦여져 있는 앨버타 주립 공원이다.
이렇게 스키 트랙을 만들어 놔서 크로스 컨츄리 스키어들이 트랙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 겨울 스키시즌에는 스키어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Lost Lake라는 곳이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이 공원 내에는 갈림길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남편이 예전에 바람이 심하게 많이 부는 날, 혼자 스키를 타러 와서 해는 지는데 길을 헤매 같은 loop를 빙글빙글 돌았단다. 물마실 1초가 없이 두려움에 계속 길을 찾아 헤매고 나무는 세찬 바람에 쓰러지고 정말 목숨에 위협을 느꼈던 바로 그곳이다. 그다음 날 이 공원 페이스북에 공원 내에서 큰 짐승의 시체가 살은 거의 없고 뼈만 있는 사진이 포스팅 됐다. 야생이 살아있는 곳, 바로 그곳이다.
이번엔 항상 가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 앞장선 그 길이 빙~ 둘러가는 길이었다. 덕분에 스키어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fresh groomed track에서 스키는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하루 왕복 17킬로 정도의 스키를 탄 덕에 지금 삭신이 겁나게 쑤신다.
스키도 스키지만 우리가 이곳에 오는 목적은 또 있다. 숲 한가운데 있는 쉘터에서 불을 피우고 오뎅국과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다. 남편은 본인 배낭이 돌덩어리가 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물이며 모든 요리 재료와 도구들을 챙겨간다. 믹스 두 개 넣은 달달한 커피 후식까지 포함이다.
발런티어들이 900시간을 들여 지어 놓은 쉘터다. 그들의 땀으로 우리가 이렇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건 작년에 찍은 쉘터 내부이다. 추운 곳에서 땀 흘리던 스키어들이 잠시 쉬며 스낵도 먹고 스키도 점검하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남편이 끓여주는 오뎅국은 항상 맛있지만 스키를 타고 땀을 식히며 이곳에서 먹는 게 가장 맛나다.
진로 소주가 참 달았다. 맛있게 끊인 진라면 세봉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스키도 스키지만 따끈한 요 난로 앞에서 장작을 집어넣으며 불멍을 하고 싶었다. 소원 성취~
바깥에 스키들을 나란히 세워 두었다. 올해에도 쉽지 않은 거리를 스키를 타고 올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크로스컨트리 스키, 나이 들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겨울에 할 수 있는 너무 좋은 운동이다. 올 시즌이 가기 전 다시 한번 오고 싶다. 그때는 호일에 고구마를 싸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