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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10. 2024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지금 우리 Faculty에서는 Chair Search Process가 진행 중이다. 작년 9월에 시작된 리크루트 과정은 이번주 최종 후보들의 인터뷰로 이어졌다. 각 후보자는 이틀 동안 15개 정도의 미팅을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의 인터뷰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세션은 첫날에 열리는 1시간짜리 Public forum이다. Department의 교수들, 학생들, 직원들, 은퇴 교수들까지 참석하는 세션으로 후보자는 본인의 비전, self-story, 여러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이번 search는 65명의 내부 교수들 중 지원자를 받는 internal search로 진행되었다.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된 교수들은 각자의 연구, teaching, 서비스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내로라하는 경력과 리더십을 가진 아주 뛰어난 교수들이다.


인터뷰 2주 전, 이중 한 명의 후보인 T가 나를 찾아왔다. Public forum준비가 손에 잡히지 않는단다. Anxiety 때문에... 어!!!! Chair가 당장 된다 해도 손색없는 학문적 또 사회적인 경력을 가진 교수가 Anxiety로 고민하다니... 그의 한숨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로서 이곳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매일 유창하지 않은 영어 때문에 생기는 Anxiety와 매 순간 씨름한다. 고민하고 주저주저할 여유가 없어 요즘엔 "Just do it"을 속으로 외치며 "내 분야에서 나만큼 잘 알고 또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나야 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일을 진행해 나간다.


코비드를 지나며 온라인 미팅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요즘 많은 미팅들이 Hybrid (In person과 Online 동시진행)로 진행되고 있다. 미팅이 100퍼센트 In-person으로 진행되거나 100퍼센트 온라인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Hybrid미팅으로 진행될 때는 In-person 참가자들이 희생되거나 아니면 Online 참가자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In-person과 Online 참가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매우 힘들다.


Hybrid로 진행된 Public forum은 나에게도 걱정할 만한 일이었지만, T에게도 절대 실수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를 찾은 T에게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T는 프레젠테이션 할 때 스피킹 노트는 본인만 보면서 관중에게는 슬라이드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슬라이드 오퍼레이션은 본인이, 또 비디오 파일이 슬라이드에 포함되어 있어 화질도 중요한 팩터였다. 강당에 모인 참석자들에게도 또 동시에 온라인으로 접속한 참석자들에게도 완벽한 전달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리고 질의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가능해야 했다. 아이고~  


우리에게 방법은 테스팅 또 테스팅이었다. 며칠뒤 강당에 모여 함께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고 최선의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른 후보자인 A와도 스케줄을 만들어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주 T와 A는 둘 다 Public forum을 큰 사고 없이 잘 마쳤다. T와 A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보기 위해 강당에 모인 참석자들도, 온라인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또 참석하지 못해 리코딩 파일을 통해 나중에 후보자들의 비전과 스토리를 접한 참석자들도 모두 만족하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모든 일에 너무 자신 있을 것만 같있던 T의 anxiety는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 다음 주 미팅에서 T와 A 중 명이 Chair로 결정될 것이다. 쉽지 않은 리더의 자리를 자원해서 맡겠다고 지원한 T와 A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7개월에 걸친 recruitment 과정의 administration을 리드한 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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