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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15. 2024

고향의 봄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아빠, 봄이 되면 우리 가족 그룹톡에 예쁜 꽃사진들을 많이 올리신다. 아빠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한국의 아름다운 봄소식은 겨울이 이곳에 사는 우리에게 고향의 봄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다음 주 목요일 5센티의 눈예보와 함께 또 낮최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 추위가 여전히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이곳 캐나다 에드먼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현실이다. 


지난 주말 한국 마트에 가니 한국산 달래가 진열되어 있었다. 먼 타국에 사는 우리에게 고향의 봄소식을 전하려고 비행기를 타고 왔나 보다. 진열된 지 하루 이틀 지났는지 신선도는 떨어져 보이지만 50% 세일에 가격도 $2불, 정말 착하다. 주저함 없이 한 팩을 집어 들었다.  



한국 마트 옆에 있는 과일 야채 가게에 잠깐 들르니 주말맞이 딸기세일이 한창이었다. 딸기 매대에 몰린 인파를 뚫고 우리도 조그만 팩 8개가 담겨 있는 큰 상자를 하나 집어 왔다. 첼로 선생님도 갖다 드리고 옆집 언니네도 갖다 줄 요량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씻어서 맛을 봤다. 어~ 이곳 딸기답지 않게 새콤 달콤 맛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우리 옆집은 아저씨는 내 고향 전라도 광주, 그리고 언니는 여수출신이다. 정말 어쩜 이런 인연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뭐든 나누어 먹고 힘들 땐 위로하고 기쁠 땐 축하하며 서로 의지하는 소중한 이웃사촌이다. 여름이면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트렁크에 골프백 4개와 카트 4개를 테트리스해서 부부동반 골프를 나가고, 아무 때나 스스럼없이 치맥콜을 하면 츄리닝에 바로 번개 모임을 갖는다.    


바로 딸기 두팩을 봉투에 담아 옆집 언니네로 슬리퍼를 신고 배달을 나섰다.   

띵똥~ 


옆집 아저씨와 언니가 안 그래도 곱창김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며 우리 집에 나누어주려 올 참이었단다. 내가 달래를 사 왔다고 하자 언니가 달래 넣어 양념장을 맛있게 만들어 주신다고 언니네 집으로 들고 오란다. 언니에게 얼른 달래를 드리고 집에 돌아와 사무실 일을 하고 있었다. (업무시간 이외에 사무실일을 하는 경우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데 지난주 토요일이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바로 그날이었다)


띵똥~

옆집 언니가 파삭파삭 구운 곱창김에 맛있는 달래 양념장을 건네주고 가신다. 

  


오매오매~ 

김이 이렇게 파삭거릴 수 있다니~

말로만 듣던 한국의 곱창김에 따끈한 흰밥을 싸서 달래 양념장을 얹어 입에 넣었다. 

세상을 가진 것 같다. 


달래 향기 가득~

옆집 언니야와 오빠야의 마음이 가득~

고향의 봄이 이곳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우리의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곱창김에 달래장을 얹은 저녁을 먹고 앉으니 석양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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