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이번주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 침대에서 마지못해 일어났다. 아들 아침밥 챙겨주는 것도 귀찮아 오늘은 스킵한다. 간신히 세명 점심 샌드위치만 싸서 가방에 넣어 집을 나선다.
아침 출근길부터 불만스럽다. 우이씨, 뭔 눈이여~
3월 말에 오는 눈은 뭐 이곳 앨버타에서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사무실 나가고 싶지 않은 날, 춥고 눈 오는 이런 날씨는 나를 더 다운시킨다.
팀홀튼에 들려 dark roast 라지사이즈 2 크림 1 슈거를 주문하려고 하니 아들이 옆에 붙어서 자기 커피도 사달란다. 오케이~ 미디엄 사이즈 프렌치 바닐라 하나 추가요. 아침밥 못 먹은 아들을 위해 블루베리 머핀 하나도 주문해서 아들손에 쥐어줬다. 한 손엔 머핀,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아들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나는 내 커피를 홀짝 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선다.
일당 200으로 일하는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참 열심히 일한다. 아프다고 sick leave를 남발하는 사람도 없다. 업무시간이 지나서도 사무실에 머무르며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이메일이 오고 간다. 각자가 할 수 있는 capacity를 넘어서서 일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묵묵히 나의 일을 감당하려고 노력한다. 요즘 나의 motto는 나이키다. Just do it! 내가 하지 않으면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비록 실수할 수 있을지라도 그 일에 있어선 내가 제일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Just do it!
하지만 급박한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땐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어제가 그런 하루였다. 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잠시 엎드려 있었다. 바깥 복도를 지나가며 내가 엎드려 있는 걸 본 내 슈퍼 바이저 D. 요 며칠 사무실 온도가 낮아 추워하는 나를 기억하고 히터를 어디서 구해와서 말없이 코드를 꼽고 따뜻한 바람이 나를 향하도록 위치를 조정한다. "실비아, 완벽하지 않아도 돼. 사람들 너 바쁜 거 다 알아. 좀 늦게 답변해도 괜찮아."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you with?"라고 물으며 언제든 자기에게 도움 요청하라며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간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이벤트에 교수와 직원들의 참여를 북돋우기 위해 Dean 이름으로 메시지가 나가야 했다. 나에게 draft를 작성해서 메시지를 보내라는 업무가 요청됐다. Dean으로 나가는 메시지 writing도 자신 없지만 이벤트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했다. 에둘러서 "나는 못해요"라고 답변을 보내고 이벤트를 리드하는 J에게 draft를 써 줄 것을 부탁을 했다. 롱위켄을 앞둔 어제 3시, J가 내 사무실에 들어선다. 계속되는 미팅들에 이제야 Draft를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려며 나의 퇴근 시간을 묻는다. J는 삼십 분 만에 draft를 보냈고, 나는 Dean의 컨펌을 받고 약간의 수정을 한 후 발송하였다. 그리고 한숨 내려놓는다.
남편이랑 아들과 함께 퇴근하는 차 안, 아들이 얘기한다. "엄마, 아침에 블루베리 머핀 완전 맛있었어요. 안은 촉촉 겉은 살짝 바삭" 오 그래? "아들아, 엄마가 담주에는 피칸 데니쉬 사 줄 테니 그거 먹어봐. 엄마는 머핀 중엔 블루베리가 젤 맛있고 팀홀튼 도넛 중에는 피칸 데니쉬가 최고인 것 같아."
그래, 감사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