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LRT에서 그녀의 책을 읽으며 또다시 그녀의 글에 매료되어 출근길이 짧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녀의 글은 나를 그녀의 어릴 적으로, 또 그녀의 6.25 피난길로, 또 남편과 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아내와 엄마의 순간으로, 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엄마의 병실을 지키는 그녀의 삶 속으로 나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웃고 울게 만든다.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 전 인천공항 서점에서 집어든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란 책을 통해서다. "글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이 문구가 2023년 새해 resolution으로 나를 브런치란 이곳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대통령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살고 싶다. 신역이 고돼 몸보신하고 싶으면 기르던 누렁이라도 잡아먹으며 살다가 어느 날 고요히 땅으로 스미고 싶다"라는 그녀의 소망은 나의 소망으로 스며든다. 한국책이 귀한 이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 책은 해져서 이젠 한 장 한 장 떨어져 조심조심 보아야 한다.
그리고 옆집 언니네에서 빌려온 "엄마의 말뚝". 빌린 책을 돌려주지 않고 우리 집 책장에 몰래 꽂아 놓고 읽고 싶을 만큼 가슴 절절한 이야기였다. 책 도둑년이 될 수 없어 두 번만 읽고 언니에게 다시 반납했다. 어버이날 엄마가 보낸 카톡에 속이 상해 한 달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나에게, 이 책은 "엄마는 엄마야"라는 속삭임으로 내 깨진 마음을 이어 붙이며 다시 엄마에게 "엄마"하고 연락을 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몇 달 전 한국 방문 때 알라딘 중고 광주 충장로점에서 그녀의 책들과 몇 권의 다른 책들을 좋은 가격에 사서 이곳에 들고 왔다. 캐나다 옆집 언니네에서 훔쳐서라도 소장하고 싶었던 엄마의 말뚝까지. 요즘은 "기나긴 하루"라는 박완서의 자전소설을 읽으며 그녀의 삶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다.
나는 글 속에서 박완서처럼 솔직할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글을 쓸수록 나아질 것이다. 계속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