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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an 21. 20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박완서

오늘 아침 출근길 LRT에서 그녀의 책을 읽으며 또다시 그녀의 글에 매료되어 출근길이 짧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녀의 글은 나를 그녀의 어릴 적으로, 또 그녀의 6.25 피난길로, 또 남편과 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아내와 엄마의 순간으로, 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엄마의 병실을 지키는 그녀의 삶 속으로 나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웃고 울게 만든다.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 전 인천공항 서점에서 집어든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란 책을 통해서다. "글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이 문구가 2023년 새해 resolution으로 나를 브런치란 이곳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대통령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살고 싶다. 신역이 고돼 몸보신하고 싶으면 기르던 누렁이라도 잡아먹으며 살다가 어느 날 고요히 땅으로 스미고 싶다"라는 그녀의 소망은 나의 소망으로 스며든다. 한국책이 귀한 이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 책은 해져서 이젠 한 장 한 장 떨어져 조심조심 보아야 한다. 


그리고 옆집 언니네에서 빌려온 "엄마의 말뚝". 빌린 책을 돌려주지 않고 우리 집 책장에 몰래 꽂아 놓고 읽고 싶을 만큼 가슴 절절한 이야기였다. 책 도둑년이 될 수 없어 두 번만 읽고 언니에게 다시 반납했다. 어버이날 엄마가 보낸 카톡에 속이 상해 한 달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나에게, 이 책은 "엄마는 엄마야"라는 속삭임으로 내 깨진 마음을 이어 붙이며 다시 엄마에게 "엄마"하고 연락을 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몇 달 전 한국 방문 때 알라딘 중고 광주 충장로점에서 그녀의 책들과 몇 권의 다른 책들을 좋은 가격에 사서 이곳에 들고 왔다. 캐나다 옆집 언니네에서 훔쳐서라도 소장하고 싶었던 엄마의 말뚝까지. 요즘은 "기나긴 하루"라는 박완서의 자전소설을 읽으며 그녀의 삶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다.  


나는 글 속에서 박완서처럼 솔직할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글을 쓸수록 나아질 것이다. 계속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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