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이 갈래? 2
3주를 계획하고 온 한국 여행, 이제 절반이 지났다.
하루하루 가는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선물 같은 소중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보내고 있다.
친정 아빠 (81세)와 엄마 (76세)는 오늘도 여전히 새벽 4시 47분 집을 나서신다.
집 근처 교회 새벽예배에 참석하시기 위해서다.
한국에 오면 시차 때문에 이른 시간에 잠을 깨는 나는 부모님과 함께 새벽기도에 간다.
세 자녀와 여섯 손주들을 위한 엄마 아빠의 새벽기도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계속된다.
최근 심장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지만 여전히 빠른 걸음의 아빠.
발목 인공 관절 수술을 받으시고 또 무릎이 아파 천천히 아빠 뒤를 따르는 엄마.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아빠에게 엄마와 속도를 맞추어 손잡고 다니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연습도 여러 번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그래도 앞서 가시다 한번씩 멈추고 뒤돌아 엄마를 기다리시기를 몇번 하시며 둘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절하신다.
오늘은 어버이날.
새벽예배 나서기 전 엄마의 가슴에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아 드렸다.
비 내리는 어두운 새벽길, 우산을 하나씩 받쳐 들고 교회를 향한다.
교회 장의자 왼쪽 끝에 아빠, 가운데 엄마, 그리고 오른쪽 끝에 나, 이렇게 간격을 유지해 셋이 앉았다.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불이 꺼지자 개인기도가 시작된다.
오늘은 엄마 기도를 조용히 들어봤다.
엄마의 기도는 자녀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했다.
형부로 시작해 언니 그리고 세명의 손주손녀, 캐나다에 사는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아들, 남동생과 며느리 손주 손녀로 한 바퀴가 끝난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위한 기도로 이어진다.
"하나님, 우리 부부 노년에 복 주셔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이건 본인들을 위한 기도처럼 들리지만 우리 세 자녀들을 위한 기도이다.
그리고 주변의 아프신 분들을 위한 중보기도로 마무리된다.
15년 만에 부모님과 함께 하는 어버이날.
나는 광주 친정에서, 남편은 사천 시댁에서 각자 부모님과 셀프 좋은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어젯밤 남편은 광주에서 사천으로 넘어갔다.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부모님이 아침잠을 주무시는 지금,
얼른 브런치에 글을 하나 올리고
엄마아빠에게 카드를 쓰고 봉투에 현금을 두둑이 담아
좀 이따 깨시면 드려야겠다.
남편과 15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나오며 많은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너무 좋은 시간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한국 여행은 부부가 함께 오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하는 고국 여행기는 차차 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