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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02. 2023

몇 번을 다시 올라도 좋아 | Sentinel Pass

캐나다 록키 8 - Banff National Park

이곳은 내가 꼽는 록키 top 3 트레일이다. 일곱 번 이상은 온 것 같다. 같은 하이킹 코스라도 누구와 오느냐에 따라 다른 즐거움을 준다.

    - 2013년 6월 30일 - 부모님, 남편, 아들

    - 2016년 8월 7일 - 남편, 아들, 남동생 (이때가 이곳에 오른 지 다섯 번째라는 기록이 있다)

    - 2020년 8월 7일 - 남편과 단 둘이


Length: 왕복 11.1km to Sentinel Pass

Elevation: 799 m

AllTrails 링크: https://www.alltrails.com/trail/canada/alberta/sentinel-pass--3




- 처음 이곳에 올라 우와~ 이런 곳이... 이민 정말 잘 왔네라며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고,

- 한국에서 놀러 오신 70대 부모님을 살살 달래 가며 15번도 넘는 지그재그 오르막을 올라 Larch Valley에서 엄마아빠의 행복한 모습 보았을 때,

-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더 이상 엄마아빠를 따라다니지 않으며, 남편과 단둘이 올라 Sentinel pass에서 핫독을 먹는데 구름 잔뜩 낀 하늘이 조금씩 열리며 파란색을 보여 주었을 때,


모두 다른 감동, 하지만 행복했다.


트레일이 시작되는 Moraine Lake는 예전 캐나다 20달러 지폐에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Moraine Lake 입구 rockpile에 오르면 지폐 속의 뷰를 볼 수 있다. 5-10분 투자해 이런 뷰를 볼 수 있는 곳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Moraine Lake에서 시작해 Larch Valley를 지나 Sentinel Pass까지 이르는 코스는 우리 가족이 하이킹을 시작하고 처음 오 년 정도는 우리가 꼽는 가장 아름다운 코스였다. Yoho national park의 Iceline 하이킹 후 이곳은 2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멀리 한국에서 캐나다 록키 등산 패키지여행으로 오는 분들이 꼽는 꿈의 코스이다. 날아다니는 공룡 브랜드로 모자부터 가방 옷 신발까지 갖춰 입고, 멀리 한국에서부터 오셔서 비장하게 이곳을 오르는 등산객분들을 여름이면 꼭 만난다.


이곳 하이킹은 아무나 할 수 없다. 2023년부터는 개인 차량은 아예 Moraine Lake Road 자체를 이용할 수 없고, Park Canada에서 운영하는 Lake Louise-Moraine Lake를 경유하는 셔틀을 타야 Moraine Lake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보통 Lake Louise Campground에 자리를 잡고 이른 새벽 Moraine Lake 주차장에 들어와야 차를 파킹할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새벽 4시에 이곳을 통과해도 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참, 이곳은 항상 적어도 4명의 등산객이 그룹으로 하이킹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인원이 부족하면 등산로 입구에 서 있다가 다른 작은 그룹과 조인해서 하이킹을 시작한다. 이유는 곰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서이다.  

Moraine Lake에서 출발해 헐떡헐떡 오르막 지그재그를 20번 정도 꺾으면 이런 뷰가 기다린다. 갑자기 숲이 열리며 ten peaks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가을에는 저 초록 larch들이 노랗게 변해 장관을 이룬다. (9월 중순-9월 하순)


2014년 9월 27일 찍은 사진을 간신히 찾았다. Golden larch가 장관이다.


그리고 숲 속을 지나 좀 더 오르면 정면에 Sentinal pass가 보이며 두 번째 오픈 뷰가 펼쳐진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Sentinal pass에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보인다. 이곳은 7월 초까지 눈이 쌓여 있어서 중간중간 snow patch가 있으므로 등산화에 ice cleats를 끼우는 게 안전하다.

Sentinel pass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오르면 저기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곳이 Mount Temple (3,544 m)


Sential pass에서 바라본 ten peaks와 larch valley, 그리고 아름다운 Minnestimma lake. 아빠가 가르쳐 주신 대로 바닥에 풀을 깔고 사진을.
Sentinel pass에서 바라본 Paradise Valley. 저 송곳처럼 솟은 바위에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처음 이곳에 오를 땐 헐떡헐떡 힘겹게 올라왔고 옆에 경사를 보면 아찔했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이곳은 쉬운 코스로 간주된다.

앞서 올라가던 남동생이 Sentinel pass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우리 부부를 담아 주었다.

좋은 곳을 오를 때면 항상 생각나는 한국 부모님, Sentinel pass까지는 아니더라도 Larch Valley까지는 꼭 모시고 오고 싶었다. 발목 인공관절 수술을 하셔서 발이 편하지 않은 엄마, 이것만 돌아가면 이제 거의 다 왔어 얼르고 달래며 결국은 두 분을 모시고 올랐다. 그리고 두 분이 손을 잡고 오르시는 이 뒷모습이 나에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분들은 Larch Valley까지 결국 오르셨다.  

요즘도 나와 부모님은 가끔 그때 얘기를 한다. 어떻게 우리가 거기에 올랐을까? 우리 작은딸,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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