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나는 이중인격자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살다 보니 영어가 통하는 곳과 한국어가 통하는 곳에서 나는 다른 모습으로 행동한다. 한국말이 통하는 곳에서는 당당하게 내 의견을 얘기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한다. 하지만 영어를 해야 하는 곳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웬만하면 참아 버리고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내가, 오늘 아침엔 소리를 높이며 상대방이 듣든 말든 나의 감정을 쏟아냈다. 영어로~
속이 후련하다.
며칠 전 보스로부터 받은 이메일이 내 버튼을 눌렀고 나는 보스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메일로 바로 답변하였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HR과 Union 담당자와의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 중 그들이 harassment와 discrimination이라고 정의하는 경우들이 정확히 내가 2년간 보스로부터 당해왔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식 컴플레인 절차를 밟기엔 너무 늦었다. 내가 지금 절차를 시작하더라도 investigation이 들어가기 전에 내 보스는 3주 후면 다른 곳으로 떠난다.
지난 2년간 나는 좋은 게 좋은 거야, 내가 다른 잡을 찾으면 내 보스의 레퍼런스가 필요하니 그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며 인내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부당한 또 잘못된 행동들을 묵인하면 그들은 알지 못하고 상처받고 괴로운 사람은 나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면 나도 반복해서 그들에게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은 나뿐이다.
인내로 견뎌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끊어내는 용기이다.
끈기보다는 끊기.
나는 더 이상 이중인격자로 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