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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l 05. 2023

면접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지난 금요일 면접을 봤다. 이 나이에 면접을 봤다고 하니 주변에서 놀랜다. 


** 되면 연봉이 올라서 좋고... (은퇴 전 베스트 5년 월급은 내가 죽을 때까지 받는 은퇴 후 pension금액을 결정짓는다)

** 안 되면 현재 포지션에 머무르며 새롭게 부임하는 잘생기고 단련된 몸의 또 무엇보다 매우 정중하고 배려심 많은 Dean을 도와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 더 좋고... 


지금까지의 인터뷰 중 가장 마음 편했던 인터뷰였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연습하기보다 그곳의 조직과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내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면접당일, 조직을 이미 많이 이해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담당자는 나중에 알려 주었다.  


면접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1층 카페에서 셀카도 찍고 tell me about yourself에 대한 답변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머리가 하얀 사진 속에서 본 Dean이 chai를 시키고 있었다. 9시 반 인터뷰를 마치고 휴식 시간에 잠시 chai를 사러 카페에 내려온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 웃으며 다가가 5분 뒤 인터뷰 잡혀 있는 비실비실비아라고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주문한 차를 받아 들고 나에게 다가와 homework 다했어?라고 물었고 나는 손글씨로 빽빽하게 적은 노트를 흔들며 see you soon이라고 답했다.  


면접은 그들이 나를 뽑지만, 나 또한 그들과 대화하며 내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조직인지 나도 그들을 판단한다. 지금까지 봐온 여러 면접들 중 지원자로서 그들에게 respect 받고 있다는 생각이 처음 든 면접이었다. 3-5명의 지원자를 한 시간 간격으로 면접을 진행하며 본인들의 음료는 챙기지만, 지원자로서 음료를 대접받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듯한 근사한 회의실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꼭대기층, 유리로 둘러 쌓인 고급진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에 들어서자 내가 앉는 자리에 얼음이 담긴 시원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좋은 첫인상을 받았다. 흰머리 할아버지도 앉아 계셨다. 


면접에 올 때 내 reference가 될 사람들을 3명을 적어오라고 했고, 그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것을 허락하는 폼에 사인을 해오라고 했다. 나는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해 갔지만, 아직 그들에게 내가 면접 본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내가 preferred candidate으로 결정되어 그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은 경우, 나에게 먼저 연락을 달라고 했다. 면접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담당자는 내 reference를 체크해 보고 싶다며 나에게 전화를 하였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메시지와 이메일을 남겼다. 내 permission을 받고 난 이후에야 reference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내 확인을 기다렸고, 내 permission을 받자마자 바로 즉시 두 명의 reference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reference확인 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받게 될 연봉,  근무조건, 시작 날짜를 상의하고 10분 안에 offer letter를 보내주었다. 


면접   10:30-11:30 am

Permission request to contact my reference    12:00 pm

My permission for them to contact my reference    3:00 pm

합격통보 via phone   4:30 pm

Offer letter via email    5:10 pm


이렇게 초고속으로 진행이 되었다. 


50을 코앞에 둔 나이에 두드린 문. 

나에게 문은 열렸고, 7월 24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이민자인 나에게 영어는 무엇을 하든 항상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것을 귀하게 여겨 주었고, 나를 선택해 주었으며, 나도 그들을 선택했다. 


나는 2030 은퇴와 함께 골프티칭프로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힘내자 비실비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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