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ion 내가 꼽는 록키의 원탑 하이킹 코스다. 작년 8월 근처 캠핑장에서 자고 아침 일찍 하이킹을 시작해 18킬로의 긴 코스를 당일치기로 끝냈다. 해지기 전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 부담감으로 여유 있게 즐기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에는 코스 중간에 있는 Bow Hut에서 하룻밤 머물며 여유롭게 다시 한번 오자 생각했다. 새로운 직장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이번 하이킹은 또 특별히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한 산행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Bow Hut은 The Onion을 가는 2/3 지점에 위치해 있다. 주말에 이곳을 예약하기란 아주 힘들지만 우리 그룹에 억세게 운 좋은 친구 한 명이 그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5-6년 만에 남편과 산에 왔다. 고도 2400미터를 넘어서자 고혈압이 있는 남편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을 바라보며
이곳이 왜 Onion이라 불리는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Bow Hut은 하이커들이 스스로 관리한다. 푸세식 화장실 똥통이 가득 차서 다른 하이커와 남편과 동생이 통을 바꿔 놓았다. 가끔 헬기가 날아와 똥통을 가져간다.
거대하고 영원한 자연 속에 인간은 유한하고 미미한 존재이다.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느낌이다.
우리셋과 떨어져 뒤도 안 돌아보고 앞서가던 동생을 매정하다며 나무랐는데 멀리서 우리셋을 담은 멋진 사진들을 많이 담아 주었다. 꼭 우리가 어벤저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