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가면 냉장고에 가득한 엄마손맛 밑반찬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화장실에 설치된 비데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까지 설치될 정도로 비데는 일상화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참 개운함을 즐기다 이곳에 오면 다시 찝찝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남편은 일주일 휴가 중, 하지만 아침에 나를 LRT역에 내려다 주기 위해 매일 아침 내 출근 시간에 맞추어 일찍 일어난다. 아침 7시 컴컴하고 싸늘한 출근길 차 안에서의 대화다.
나: "여보, 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데 사서 설치해 줘"
남편: "안 주고 안 받기로 한 거 아니었어"
얼마 전 밴쿠버 이모집에 놀러 갔다. 이모집에 설치된 단순기능뿐이지만 개운함을 주기에 전혀 손색없는 비데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었다. 이벤트 꽝, 노잼 남편은 역시 내가 생각한 반응이었다.
퇴근길, LRT역에 나를 픽업하기 위해 나온 남편이 차 안에서 아무 말이 없다. 왜 저래????
옷 갈아 입으러 2층 침실에 가니 남편이 화장실에서 부스럭부스럭...
우와, 비데를 설치 중이었다. 코스코에서 사 온 모델이 우리 변기와 안 맞아 또 캐네디언타이어까지 가서 맞는 걸 다시 사 와서 설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