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부부의 위기 극복 스토리 1
결혼한 지 어언 23년
오래 살았다.
남편과 나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연애할 땐 서로 다른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신혼 초부터 우린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결혼기념일이라고 꽃 한번 사준적도 없고, 카드도 없으며, 선물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우겨서 뭔갈 계획하면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끌려왔고, 남편 스스로 뭔갈 준비한 적은 내 기억엔 없다.
남편도 나도 중년, 우리는 이제 각자의 갱년기에 접어들었다. 조그만 일에 짜증을 내고 그것들을 상대방에게 표출한다. 그리고 상처를 주는 말은 더 상처를 주는 말로 되갚음된다. 질겨 너덜너덜해진 관계. 부부라는 관계를 지속해야 할지 졸업을 선택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지 나는 기로에 서 있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결혼 23주년, 지난 1년간 아내의 자리에서 또 엄마의 자리에서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코에서 절찬리 판매 중인 골드바 두 개를 샀다. 그거라도 주문하니 좀 마음이 풀린다.
어느 작가님의 끈기보다는 끊기, 여기 우리 부부관계에 적용해야 할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겨울이 빨리 시작되는 이곳은 벌써 김장철에 접어들었다. 이곳 한국마트에서 김장주말이라며 배추와 김장 재료들을 대폭 세일했다. 비싼 냉동굴까지 싸게 세일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생김치에 굴과 무채를 잔뜩 썰어 오랜만에 흰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토요일 오후 완성한 김치를 주말에 매 끼니 먹었다. 그런데 먹기만 하면 배가 살살 아프며 설사가 나왔다. 한국마트에서 사 온 중국산 매콤 고춧가루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맛있어서 자꾸 먹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결국 제대로 탈이 나고야 말았다. 아래로만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구토증상까지 나타나며 위아래로 함께 쏟아냈다. 아무래도 굴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한 번씩 구토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가끔 술 많이 먹고 본인은 구토를 해 봤지만, 구토하는 나를 본 적이 없는 남편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온갖 시중을 든다. 남편은 새벽같이 일어나 돌돌이 산책을 하고, 아들 밥을 차려 주고, 내가 먹을 죽을 끓인다. 그리고 얼른 씻고 나가 차에 시동을 켜고 차와 시트를 덥힌다. 오전 근무만 간신히 하고 중간에 퇴근하는 나를 픽업해서 집에 데려다주고 자기는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보던 손바닥만한 골드바가 아닌, 내 손가락 한마디만 한 코스코 골드바 두 개가 배달됐다. 웃음이 나온다. 생각보다 너무 작았지만 무게감은 있다. 휙 떠나고 싶을 때 팔아서 여행이나 가자. 아효 아효 아효~ 어떤 게 잘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 브런치스토리 독자인 친정 엄마한테 곧 "야, 미친년야~" 하며 보이스톡이 올 것 같다.
끈기인가요? 끊기인가요? 둘 다 아니면 뭐가 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