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Aug 28. 2023

내 안의 상처

고3 때 친구가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했다.

얼굴이 하얗고 예뻤고 조용했던 친구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나도 그 친구처럼 입시에 짓눌리고 있었다.

친구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창문을 쳐다보지 못했다.

위에서 떨어지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것 같아서.  


새로운 사무실이 위치한 이 건물은 중간이 뻥 뚫려 있다.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또 화장실을 가려면 저 육교 같은 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야 한다.   


깜빡 병이 날로 심해져 많은 걸 쉽게 잊어버리는 중년 아줌마.

옆을 보지 않고 멀리 앞을 보며 걸어본다.

삼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지 않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 그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6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하 2층까지 뻥 뚫려있다.

1층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건물의 각 부분이 육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요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