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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Dec 23. 2023

월동 준비 - 겨울이 6개월인 이곳에서

이곳 에드먼턴은 겨울이 지독히도 길고 춥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그런 극심한 추위는 차라리 나에게는 괜찮다. 그런 날씨 때문에 많은 건물들이 Pedway로 연결되어 있고, 기름이 나는 나라여서 그런지 실내 난방은 훈훈하다. 또 그런 날들에는 바깥활동을 최소화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참기 힘든 것은 1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긴긴 겨울이다. 5월에도 눈이 오는 건 매년 놀랍지 않은 일이고 한국마트에서는 10월 말이면 김장 배추 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어쨌든 이곳에 터를 잡았고, 은퇴 전까지는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긴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우리의 월동 준비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름동안 집 앞 화분에 심어놓은 애들은 화분에 옮겨 집안으로, 흙이 모자라 보이는 애들은 좀 더 큰 화분으로, 또 여러 뿌리를 내린 선인장들은 분리시키고.
앞뒷마당 나뭇잎 정리는 이틀이 꼬박 걸리는 고된 작업이다. 잔디도 짧게 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운 겨울 우리 집이 쥐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틀 동안 full로 일하고 25개 정도 저 검은 봉지를 만들어냈다.


배추 두 박스 사서 김장 담그고 무한박스 사서 깍두기 담가 냉장고에 넣으니 든든하다. 옆집 여수 언니네와, 건너 동네에 사는 남동생네, 깻잎 아줌마네까지 생김치 배달 완료.   


배춧잎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된장국 한 번씩 끓일 만큼 소분해서 냉동실에 집어넣는다. 디포리 국물 내서 배추 한 봉지씩 넣어 끓이면 속풀이 된장국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생활 시작


그리고 지하실을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할 공간으로 정리해 본다.


하루 세 번 산책하는 웰빙견 돌돌이 외출복도 오리털 파카로 마련하고


겨울아, 우린 이제 준비가 됐다. 그래도 천천히 오고, 너무 성질부리지 말고, 빨리 떠나거라.


그래도 추운 이곳에 살기에 집 뒷마당에서 이런 멋진 오로라를 볼 수 있음에 마음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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