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디톡스
일주일 휴가기간 동안 쉼도 중요하지만, 정리가 필요한 곳에 손을 대기로 마음먹었다.
그중 가장 정리가 필요한 곳은 내 옷장이었다. 5년 전 이사를 도와주셨던 분들이 많이 놀라셨던 게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는 내 옷들이었다. 방 사이즈만 한 드레스룸에 남편옷은 내 옷의 1/50이다. 또 침실에 놓은 서랍장에 4개 칸 중에 남편 거는 1/8, 내 거는 7/8을 차지한다.
전혀 살 생각이 없었고 필요도 없는 옷이지만, 온라인 쇼핑몰 세일섹션이나 we made too much섹션에서 good deal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나에게는 너무 필요한 옷이 되어버린다.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고 창을 닫아도 자꾸 그 옷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결국엔 사고야 만다. 그리하여 내 옷은 드레스룸의 49/50을 차지하게 됐다.
어제 맘먹고 드레스룸을 두 시간을 들여 정리를 하면서 second-hand shop에 가져다 줄 옷을 솎아냈다. 정리를 하고 나니 garbage봉지에 한 보따리가 나온다. 그리고 밤에 다시 내려가 카디건 하나는 봉지에서 꺼내와 옷장에 다시 걸었다.
박싱데이가 다가오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limited time offer 섹션을 나는 이미 스크롤링하고 있다. 전혀 생각에도 없었고 필요도 없는 옷들이 또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옷들로 눈앞에 아른거리며 쇼핑 욕구를 다시 불타 오르게 한다.
나는 너무 많은 옷을 이미 갖고 있다. 내년 2024년에는 옷을 하나도 사지 않는 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이미 갖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또 더 좋아 보이는 것을 갈구하는 것에서 멈추자. 그리고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돌아보자.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