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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an 11. 2024

나는 팀홀튼 러버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바쁜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내려 젊은 대학생들 무리에 섞여 빠르게 걷는다. 붐비고 빨리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 서둘러 걷고 (사실 좀 힘들다) 계단을 올라야 한다. 깊은 지하 플랫폼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365일 중 300일은 에스컬레이타가 고장이다. 어둡고 추운 겨울 아침,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벅찬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 사무실 가는 길에 들르는 팀홀튼,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학생들 사이에 줄을 섰다. 나를 알아본 팀홀튼 캐쉬어 할머니가 닫힌 계산대를 추가로 열더니 내가 주문도 하기 전에 내 커피 (dark roast with two cream)를 만들어 건네준다. 그녀의 커피 한잔이 나의 우울한 감성을 날려버리며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게 했다.


같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고단할 때면 아들도 아침에 팀홀튼 커피를 마신다. 엄마와 함께 하는 출근길, 빠른 걸음의 아들이 커피줄을 선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를 위한 dark roast 한잔과 아들을 위한 french vanilla를 주문한다. 아들은 french vanilla를 홀짝 거리며 도서관으로 향하고, 엄마는 dark roast 한잔을 들고 엄마의 일터로 향한다. "엄마, 아침에 사주신 french vanilla가 너무 맛있었어요. 2주 동안 (지난 2주간 winter break) 안 먹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어요"


오늘은 단 게 땡기는 날, dark roast 커피만으로는 뭔가 1% 부족한 날이다. 팀홀튼 도넛 진열장을 보니 맨 위쪽 칸에 새로 출시된 NEW Boston Cream도넛이 방긋 웃고 있다. 내가 젤 좋아하는 Boston Cream 도넛 위에 얇게 썬 초콜릿이 뿌려져 있다. 흐미흐미~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먹는 달달한 도넛, 너무 맛나다. 행복이 따로 있나?


Bento (캐나다 초밥 체인점) 체인을 돌아가며 주방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다. 월요일엔 처음으로 대학교내 Bento에서 3시간 일을 오더 받았단다. 대학교내 Bento가 어디 있나 살펴보니 우리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행히 일이 한가해 지인을 보러 갈 짬이 났다. 사실 나는 바빠도 짬을 만들었을 것이다.  팀홀튼에 들려 라떼 두 잔을 들고 Bento로 향했다. 주방일을 다 마친 그녀가 다행히 앞으로 나와 있다. 커피를 양손에 들고 아무런 예고 없이 등장한 나를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라떼 두 잔을 그녀와 그녀의 슈퍼바이저에게 건네주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카톡으로 감동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해왔다.


팀홀튼은 매일의 내 삶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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