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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an 13. 2024

영하 41도 (체감 영하 50도) - 금요일 일상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올 겨울이 너무 겨울답지 않고 따뜻하다는 나의 입방정을 비웃듯 매서운 추위가 드디어 찾아오셨다. 

구글에 "weather edmonton"을 서치하자 -41도 (체감 -50도)로 나온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느냐고? 그렇다.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 이런 날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일터로 향한다. 

진짜 추운 날씨다. 공기를 들이마시면 바로 기침이 나온다. 너무 차가워서. 


오늘은 금요일, 다행히 나는 자택 근무하는 날이다. 이렇게 추운 날 자택 근무를 해서 다행인 건지, 자택근무를 하는 날 이렇게 추워서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집콕이 가능하지만 남편과 아들은 회사로 그리고 학교로 어김없이 향한다. 시간도 마음도 여유로운 아침, 나는 김밥을 만다. 냉장고에 더 이상 계란이 없지만 계란을 사러 갈 생각은 하지 못한다. 있는 재료를 동원해 아들 아침을 만들어주고, 남편 점심 도시락까지 쌌다. 옥수수차 뜨끈하게 한 주전자 가득 끓여 놓으니 아들이 보온병에 가득 담아간다. 


햄, 당근, 맛살, 단무지가 전부다. 아들은 뜨끈한 옥수수차에 김밥 한 접시와 사과 두쪽을 아침으로 먹고 남편에겐 점심으로 먹으라며 한 줄 싸줬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가라지 도어가 말썽일 때가 많다. 1분 1초가 아쉬운 출근길, 가라지 도어가 힘겹게 열리기는 해서 차를 뺐으나 다시 닫히지가 않는다. 수동으로 일단 문을 닫고 남편과 아들은 각자의 일터로 출발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 혼자 남겨진 돌돌이를 위해 남편은 매일 아침에 산책을 빼놓지 않는다. 웬만한 추위 (보통 -30도가 마지 노선인 것 같다)에는 꼭 함께 걷고 오지만 이런 추위에 돌돌이를 밖에 데려 나가는 건 위험하다. 다행히 우리 집에는 자갈이 깔린 dog run이 있어서 이런 날씨엔 돌돌이의 생리 현상을 집에서 해결한다. 여유로운 산책이 힘든걸 우리보다 잘 아는 돌돌이가 재빨리 1번과 2번 생리현상을 동시에 마무리하고 뛰어 들어온다. 똑똑한 개다. 

발이 시린 지 절둑거리며 들어온다. 잠시 나가는 거라도 신발을 신겨야겠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비행기는 뜨냐고? 옆집 언니가 하필이면 오늘 비행기 타고 한국 가시는 날이다. 에드먼턴에서 밴쿠버 가는 비행 편은 예정대로 뜬다며 마음 따땃한 카톡을 공항에서 보내오셨다.  

언니가 일주일 뒤 들고 오실 여수 김치가 정말 기대된다. 


오늘 아침 동료의 이메일에서 새로운 영어단어를 발견했다. "I hope you are well and surviving on Hoth" 응? Hoth? 물 나오는 호스??? 구글해 보니 호스(Hoth)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에 나오는 눈으로 뒤덮인 행성이란다. 보통 금요일이면 Happy Friday나 Have a wonderful weekend로 마무리하지만, 오늘은 모두들 이메일 끝에 "Stay Warm"이란 인사를 잊지 않는다. 


이따 다섯 시 정도면 남편과 아들이 돌아올 시간, 가라지 문을 아마 수동으로 열고 들어오지 싶다. 추운 날씨에 고생한 아들과 남편을 위해 오늘 저녁은 시래기랑 무 팍팍 넣은 속 시원한 된장국에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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