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극강 한파도 첫 번째 첼로 콘서트를 준비하는 우리의 (적어도 나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런 추위에 동네 도로는 반질반질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럽고, 가라지 도어는 열리긴 하나 닫히질 않는다. 이런 날씨에 무슨 첼로레슨이고 콘서트냐며 가라지 문을 수동으로 닫기 위해 따라 나온 남편이 투덜거린다. 토요일에 레슨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점검을 받던 중 큰 문제를 발견했다. 선생님과의 찬송가 듀엣곡이 선생님이 가진 찬송가(사장조-#하나)와 내가 가진 찬송가(바장조-b하나)의 조가 틀린 것을 발견했다. 나는 소프라노 파트는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사장조로 연습을 하고, 테너와 베이스는 바장조로 연습을 했다. 선생님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지만 초짜 솔리스트에겐 큰 난관이었다. 연습만이 살길, 벼락치기로 집에 와서 계속 듀엣곡을 연습했다.
콘서트는 일요일 저녁 6시였다. 하지만 1시간 일찍 선생님 댁에 도착했다. 추운 날 차에 실려온 첼로 튜닝에 정성을 기울이고 몇 번 최종 연습을 혼자서 해 봤다. 나는 7명의 첼리스트 중, 첫 번째 연주자였다. 우리끼리 하는 콘서트, 내가 실수를 많이 해서 깔아주면 다음 연주자들이 편하게 연주하고 좋지 뭐~ 이런 생각으로 부담을 갖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6명의 청중 앞에 서자 이 초짜 솔리스트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장만 나대면 좋으련만 활을 잡은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젠장, 첼로소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핑거링 하는 왼손은 연습때와는 달리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연주를 깔아줘 다음 연주자들에게 자신감을 준 탓인지 청중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이건 농담이고 격려하는 박수와 환호였던 것 같다.
7명의 순서가 다 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파트로 나눠 연습한 합주곡을 7개 첼로로 함께 연주할 때 소리의 웅장함에 울컥했다. 앗, 내 첼로를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 넣다 단체사진을 까먹은 게 생각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어찌나 행동이 빠르신지 이미 첼로는 가방에 다들 집어넣으셨다. 에이, 귀찮다. 단체 사진은 스킵! 이렇게 7명 아줌마들이 준비한 첼로 콘서트는 끝이 나고 포트락으로 준비한 저녁식사로 이어졌다. 잔치에는 맛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늦은 저녁을 먹는 아줌마 첼리스트들은 두 접시 세 접시 거하게 먹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첼로 얘기는 끝이 없었다.
베지트레이와 칵테일새우는 나와 남편이 추위를 뚫고 코스코에 가서 집어온 것들. 모두들 뭔갈 맛있게 만들어 오셨다. 첼로 콘서트를 마치고 첼로 사진은 없고 음식사진만 ^^
첼로레슨 3개월도 안된 초짜가 기량을 논한다는 것이 우습다. 그렇지만 연습 때 반에 반도 못한 연주를 마치고 와서 내 연주 동영상을 보기가 겁났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듀엣 동영상을 보는 순간, 올 5월 에드먼턴 한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내가 푹 빠져 공연 내내 쳐다보고 있었던 그 첼리스트가 지금 내 선생님으로 함께 오늘 공연에서 나란히 듀엣 연주를 하다니... 너무 영광이고 감사했다.
콘서트를 마치고 어제 퇴근 후 저녁 첼로 연습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 내가 지난 몇 달간 목표로 삼았던 건 핑거링을 익숙하게 해서 새로운 곡을 또 점점 어려운 곡을 연습하는 거였다. 하지만 콘서트를 통해 소리에 집중하고 활 긋기, 즉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줍게 뗀 첼로와의 첫걸음 이후, 갱년기에 접어든 저의 일상에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과 활기를 선물 받았습니다. 혼자였으면 주저했을 도전을 함께 하고 있는 첼로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첼로를 시작할 수 있게끔 우리를 이끌어 주신 ooo님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중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첼로와 함께 더욱 풍성하고 기쁨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