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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ngineer Jul 19. 2021

왜 3 매치 게임은 이리도 많은 걸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3 match를 검색해 보세요.

3 매치(3 match 또는 match 3) 게임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입니다. 2012년 선데이토즈가 카카오 플랫폼으로 출시한 애니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3 매치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장르가 됐습니다. 물론 애니팡 이전에도 플래시(Flash) 기반 게임인 주키퍼(Zoo Keeper)가 알음알음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지만 애니팡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애니팡 덕분에 3 매치 게임은 국민 게임 장르로 거듭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게 됐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캔디 크러쉬 사가(Candy Crush Saga)가 대표적인 3 매치 게임입니다. 캔디 크러쉬 사가는 2012년 페이스북 웹게임으로 출시된 이후 조금씩 인기를 모으더니 어느 순간 다른 퍼즐 게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모바일로 출시된 후에도 퍼즐 게임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10년 가까이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억 단위일 정도로 캔디 크러쉬 사가는 퍼즐 게임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혹시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3 match'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검색 결과가 어떻나요? 애니팡과 캔디 크러쉬 사가 이후로 얼마나 많은 3 매치 게임이 출시됐을까요? 아무리 대중적인 장르라고 하지만 3 매치 게임은 이제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3 매치 게임이 출시됐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3 매치 게임 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이미지 출처 : Deconstructor of Fun

3 매치 게임은 돈이 됩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캐주얼 게임 매출 98억 달러(약 11조 원)의 29%인 51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가 퍼즐 게임에서 발생합니다. 또, 퍼즐 게임 매출 중 14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가 캔디 크러쉬 사가와 같은 클래식 3 매치 게임에서 발생하고 몇 년 전부터 퍼즐 게임 핵심 트렌드인 빌드업 퍼즐(Build-up puzzle : 퍼즐 게임과 꾸미기 요소를 결합한 게임으로 Homescapes, Gardenscapes가 대표적이다. 주로 3 매치 퍼즐 게임을 기반으로 한다)까지 포함하면 4조에 가까운 매출이 3 매치 퍼즐과 파생 게임에서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상단 이미지 출처)

단지 3 매치 장르에서만 이 정도 규모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는 3 매치라고 하면 애니팡 정도만 떠올릴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킹(King)의 캔디 크러쉬 사가, 캔디 크러쉬 젤리 사가(Candy Crush Jelly Saga), 캔디 크러쉬 소다 사가(Candy Crush Soda Saga), 팜 히어로즈 사가(Farm Heroes Saga)와 같은 3 매치 프랜차이즈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쿠키 잼(Cookie Jam)이 2010년 중반에 큰 히트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로열 매치(Royal Match)와 같은 게임이 새로운 퍼즐 게임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여전히 많은 개발사가 3 매치 게임을 개발/서비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출시될 예정입니다. 개발사들이 3 매치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3 매치 게임 시장 규모는 여전히 엄청나고 시장 전문가와 분석가들은 여전히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게임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용자가 몰린다고 하면 개발사든 개인 개발자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3 match를 검색했을 때의 결과. 위 결과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2.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유저가 3 매치 게임에 몰립니다. 3 매치 게임은 이 유저들로부터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 낼까요? 3 매치 게임의 수익화 수단은 대체로 단순합니다. 정해진 무브(Move) 횟수 내에 레벨을 클리어하지 못할 경우 추가 무브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부분 유료화 캐주얼 퍼즐 게임의 매출은 사용자의 무브 구입에서 발생합니다. 무브를 구입하려면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재화는 현금(카드) 결제로만 구입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과 성공하지 못한 게임은 이 무브 구입 유도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사용자가 게임에 매력을 느껴 계속 레벨을 클리어하고 싶게 만들어 무브 구입까지 유도하게 하면 캐주얼 퍼즐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게임을 설치한 유저가 레벨을 클리어하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 게임은 수익을 내지 못해 망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게임 내 광고가 주요 수익 수단으로 등장하며 낮은 퀄리티의 게임에게도 실낱 같은 생존의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게임 내 광고는 주로 3가지로 구분됩니다. 


1) 보상형 광고(Reward Ad) : 게임에서 특정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대체로 20~30초) 동안 시청해야 하는 광고. 스킵(Skip)할 수 있지만 스킵하면 보상을 획득할 수 없음

보상형 광고 예시 화면. 왼쪽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광고가 재생되고 시청 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인터스티셜 광고(Interstitial Ad) : 특정 화면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광고. 강제로 시청해야 하는 시간(주로 5초)이 정해져 있으며 강제 시청 시간이 지나면 스킵 가능

인터스티셜 광고 예시 화면. 모바일 게임을 하다 보면 뜬금없이 광고가 등장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3) 배너(Banner) 광고 : 주로 게임 플레이 화면의 상단이나 하단에 배너 형식으로 보여주는 광고. 사용자가 굳이 터치나 클릭하지 않으면 광고가 등장하지 않음. 웹 사이트의 광고 배너와 유사함

게임 배너 광고 예시 화면. 화면 하단의 배너를 클릭하면 연결된 화면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광고 수익화는 주로 게임을 일종의 광고 지면 삼아 광고주의 광고를 보여주며 이뤄집니다. 게임 내 광고가 수익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무브 구입 기반의 인앱 결제(In-app purchase : 게임 내 상품을 유료로 구입하는 행위) 매출이 빈약한 게임도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게임에 광고 수익화 요소를 담았다고 해서 게임의 생존이 담보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사용자가 일정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면 상품 결제 유도라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수익 창출이 가능해집니다. 게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결제를 하지 않고 이탈하는 유저조차 게임 초반에 강제로 광고를 보게 되면서 수익에 작게나마 기여하게 됩니다. 회사 단위 개발팀에게는 이런 소소한 매출이 별 의미가 없지만 개인 개발자나 2~3인 단위 소규모 개발팀은 게임이 흥행하지 않더라도 광고만으로 하루에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게임을 1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팀이 몇 개씩 출시한다고 하면 나름 괜찮은 수익원이 되고 차기작 개발의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개발사에서 광고 수익을 노리고 극히 단순한 구조의 3 매치 게임을 출시해 하루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 수준의 광고 수익을 낸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매출 규모를 떠나 어쨌든 개발자에게 수익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많은 개발자가 3 매치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3. 개발의 용이함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3 매치 게임은 비교적 쉽게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3 매치 게임은 개발하기 쉬워 보입니다. 풀 3D 모바일 게임과 수십, 수백 개의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최근 RPG 게임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투입 리소스가 적습니다. 전문 게임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견적을 산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코딩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쉽다' 수준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고 평범한 프로그래머라면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시중에 출시된 평범한 3 매치 게임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굳이 코딩을 하지 않아도 3 매치 게임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유니티(Unity) 엔진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유니티 에셋 스토어(Unity Asset Store)를 알고 있을 겁니다. 유니티 에셋 스토어는 개인 혹은 기업이 유니티 기반 게임 개발에 필요한 각 종 유/무료 리소스를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 접속해 '3 match'나 'Puzzle'을 검색하면 3 매치나 퍼즐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그래픽 리소스, 코드, 개발자 자체 제작 엔진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3 매치 게임에 필요한 리소스가 풍부해 유니티 엔진을 사용할 줄 아는 개발자라면 몇십 달러만 지출해도 게임 출시에 필요한 모든 리소스를 구입해 게임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제작한 3 매치 퍼즐에서 큰 매출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결과물을 손쉽게 출시할 수는 있습니다. 개인 개발자도 게임을 만들어 출시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유니티 에셋 스토어의 3 match 검색 결과. 197개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3 매치는 여전히 만나기 어렵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3 매치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좋은 3 매치 게임은 여전히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캔디 크러쉬 사가 시리즈나 로열 매치처럼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은 오랜 시간 개발하며 디테일에 공을 들입니다. 사용자의 호감을 끌어내고 경쟁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는 비주얼 콘셉트를 찾기 위해 블록 디자인부터 앱 스토어 아이콘까지 고민합니다. 더 재미있는 블록 드롭(Drop) 로직과 기믹을 찾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합니다. 게임을 설치한 사용자가 한 개의 레벨이라도 더 플레이할 수 있도록 수많은 레벨을 제작해 테스트하고 그중 만족스럽지 못한 대부분의 레벨을 폐기합니다. 언급한 요소 외에도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야만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3 매치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3 매치 게임 출시가 목표라면 어렵지 않지만 '시장에서 성공하는' 3 매치 게임 개발은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많은 3 매치 게임 중 스토어 매출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게임은 몇 개인지 찾아본다면 얼마나 큰 노력이 성공에 필요한지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로열 매치 인게임 화면. 다른 3 매치 게임과 별 차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수십 명이 투입되어 1년 이상 개발했습니다.

사용자의 취향은 다양해서 퀄리티가 나빠 보이는 게임에도 알게 모르게 사용자가 몰립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재미있고 가치 있어 보이는 게임을 원합니다. 레드 오션 중의 레드 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3 매치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유저에게 전할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게임의 수는 많아도 유저는 그중에서 진짜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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