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한 팀은 아니었지만 한 때 회사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 B)를 운영하던 팀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잘 나가는' 팀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블랙기업과는 달리 프로젝트에서 영업 이익이 발생하면 인센티브로 성과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회사 규정 때문에 각 개인이 받는 인센티브는 알 수 없었지만 프로젝트 B에 속하지 않는 사원은 프로젝트 B의 팀원을 알게 모르게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 B는 2년 가까이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활짝 핀 꽃도 열흘 가지 않는다는 말로 큰 성공도 언젠가 쇠락을 맞이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라고 했던가요. 높은 성과를 내던 프로젝트 B도 서서히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급기야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팀의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물론 영업이익이 감소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상황은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팀이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에 있습니다.
프로젝트 B팀은 생존을 위해 한 때 높은 성과를 내던 프로젝트 운영을 포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과거의 성과와 기대감 때문인지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 새로운 게임을 시장에 론칭한 후부터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팀은 어수선해집니다. 결국 리더의 결정에 따라 프로젝트는 폐기되고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결과가 좋았을까요? 좋은 결과였다면 제가 여기에 소개하지 않았을 겁니다. 성과는 좋지 않았고 팀은 한층 더 어수선해집니다. 팀원들은 조금씩 리더에 대해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리더가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했는지, 프로젝트의 시장성은 따져 봤는지, 팀원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성토하기 시작하고 팀에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팀원끼리 서로 험담을 시작합니다. 팀원이 제대로 뭉쳐도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팀워크는 사라져 갑니다. 급기야 일부 팀원이 팀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몇 달이 더 흐른 후 팀은 성장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경영진은 팀을 해체하기로 결정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히 책임의 대부분은 리더인 관리자가 짊어져야 합니다. 관리자는 프로젝트 상황에 맞춰 빠른 의사 결정을 해서 팀원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교과서적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요.
진짜 문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B 팀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요.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판매할 게임 상품만 모양새를 바꿔 계속 출시하며 매출을 유지했습니다. 매출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으나 눈에 확 띄는 정도가 아니었기에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확한 판단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매출은 감소했지만 성과는 내고 있었기에 연봉은 꾸준히 올랐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냄비 속의 개구리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냄비 속의 물은 조금씩 온도가 상승하고 있었는데 냄비 밖으로 뛰어나갈 생각은 안 하고 물이 따뜻하다며 수영만 즐기고 있던 꼴이었습니다.
관리자는 이런 문제를 몰랐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는 성장세가 꺾여 추락 중이란 것도 알고 있었고 팀에는 월급과 인센티브만 받아갈 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팀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되고 있다며 관망할 뿐이었습니다. 굳이 문제 팀원에게 업무 태도와 퍼포먼스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피드백을 해서 까다로운 관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매번 인센티브를 잘 챙겨주는 사람 좋고 능력 있는 관리자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망하더라도 하던 식으로 계속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한다.
누가 봐도 문제가 명확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그 상황
사람들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가 있어도 외면합니다. 굳이 문제를 들춰내지 않아도 일은 잘 진행되고 성과도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에는 잠잠할 수도 있지만 안 좋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너나 할거 없이 문제를 들춰내기 시작하고 관리자와 문제가 있던 팀원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난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입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되면 대화는 흔히 아래처럼 흘러갑니다.
A : 난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프로젝트에 많은 문제가 있었거든요.
B : 그럼 문제를 알게 됐을 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고 말을 꺼내지 그랬었요?
A : 그때는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B : 아....
과연 A는 문제를 알고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A가 문제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리자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A처럼 분위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더 나아가 문제가 뭐였는지도 몰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관리자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나쁘지 않은데도 문제를 논의해 보지 않았다면 그 팀원은 팀(조직)에 없어도 괜찮습니다.
팀이나 조직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관리자(리더)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관리자도 사람이기에 눈이 4개이거나 귀가 8개는 아니겠지요. 팀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모든 팀원이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 가장 큰 책임은 리더인 관리자에게 있습니다. 많은 자기 개발서와 경영 관련 서적에서 리더는 팀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리더의 역할만큼 강조해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굳이 피곤하게 나서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리자, 특히 관리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입 관리자들은 이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피곤하고 귀찮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사람이 리더입니다. 리더는 직책의 이름이 아니라 인성이자 태도입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그런 리더가 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생존과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리자는 평소에 팀원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리더를 발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소한 문제라도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팀의 리더십은 올라가고 생존 능력이 좋아지게 됩니다.
프로젝트의 성과는 언제든지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팀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이때 문제를 방관하고 책임을 떠 넘기는 팀원의 숫자가 적을수록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관리자는 이렇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팀원을 '상황이 좋을 때' 잘라내야 합니다.
팁 : 나쁜 팀원 구분하기
이런 팀원을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사소한 부분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팀의 상황이 좋을 때도 해야 할 업무와 난관은 존재합니다.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때 1)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책임의 소지를 먼저 따지는 사람과 2) 현실적인 것과 비관적인 것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을 예의 주시하기 바랍니다. 말 한마디도 좋고 사소한 행동도 좋습니다. 이런 태도나 말투를 보이는 사람은 상황이 안 좋아지면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관리자를 공격할 사람입니다. 팀의 균열은 이런 사람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사람을 발견하면 그 즉시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피드백을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줬음에도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팀원과는 함께 할 수 없음을 밝히는 편이 팀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 좋습니다. 좋은 상황일 때 주는 피드백이 가장 생산적입니다. 안 좋은 상황에서 하는 피드백은 누군가에게는 사내 정치이자 발악으로 보일 여지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문제가 생기고 팀도 개인도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관리자는 문제 해결 능력도 성장시켜야 하지만 나쁜 팀원을 가려내는 안목도 성장 시켜야 합니다. 팀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때도 안테나를 예리하게 세우고 피드백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관리자는 언제나 그런 태도를 가져야만 팀의 미래까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