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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캠 Aug 26. 2020

유방암 일지 #053

유방암 수술 D-DAY / 수술날 Part.2

일생에 처음 경험하는 암 수술과 보호자의 역할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어머니의 수술은 범위와 크기가 큰 편에 속하는 수술이었다. 유방을 모두 전 절제하는 수술이니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수술방에 들어가실 때까지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수술시간을 2~3시간을 예상했었다. 해서 수술 중이라고 모니터에 나오고 나서는 씻으러 인근에 위치한 사우나로 향했다. '기다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제 잘 씻지도 못할 텐데'라는 생각과 수술의 진행사항에 맞춰 문자로 메시지가 오기 때문에 보호자 대기실에 계속 머물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문제는 수술이라는 경험이 처음이라는 것. 여기서 가장 큰 미스가 생겼다. 예상했던 수술시간보다 현저히 짧은 1시간 20분 만에 끝나버린 것. 대청역에 있는 사우나에서 병원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다행히 오는 길에 문자를 받고 수술실 옆 대기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술 이후에 회복실에서 마취를 회복한 이후에 병실로 복귀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니터 속 어머니 이름이 '수술 중'에서 '회복 중'으로 바뀌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회복실에서는 너무 빠르게 나오면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배드가 밀려 부득이하게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회복실에서 1시간은 지나고 병실로 이동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싶다.


수술시간도 짧으면 짧을수록 좋지 않을까?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술의 범위도 크고, 변수가 발생했다는 반증이다. 어머니처럼 전 절제 수술을 하는 경우 범위가 넓고, 임파선을 4개 정도 잘라내는 경우 변수가 없다면 1시간 20분에 수술이 마무리되었다면 수술이 문제없이 잘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환자가 병실로 돌아오고 나면 이제부터 보호자에게 몇 가지 미션이 부여됩니다. 


   미션 1) 회복실에서 병실로 돌아오면 2시간 동안은 환자를 재우면 안 됩니다. 마취로 인해 정지했던 폐 기능을 살리기 위해 복식호흡을 강제로 하면서 폐를 살려야 합니다. 이때 보호자가 꼭 해줘야 할 게 있습니다. 면 손수건(거즈)에 물을 묻혀서 호흡하는 코에 대줘야 합니다. 호흡을 하는 동안 건조함에 코와 입을 연결하는 부분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손수건이 건조해지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헹궈서 다시 코에 대줘야 합니다. 미션 클리어!


   미션 2) 2시간이 지나면 환자를 재워도 되지만 장착된 호흡기에서 일정 이하의 산소 포화도가 되면 경고음이 울리게 됩니다. 놀라지 말고 환자를 깨워서 호흡을 시키면 됩니다. 미션 클리어!


   미션 3) 병실로 복귀 후 4시간이 지나면 환자는 강제로 소변을 배출해야 합니다. 이때는 움직일 수가 없기에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휴대용 소변기를 이용해서 침대에서 소변을 보면 됩니다. 저는 아들이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해당 시간에 어머니 친구분들이 오셔서 모자가 서로 민망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배출된 소변은 용량을 확인하고 간호사에게 알려주면 미션 클리어!


   미션 4) 저희는 2번째로 수술을 진행했기에 수술 당일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식사를 챙겨드리려야 합니다. 절대 수술한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의하면서 제공된 환자식을 준비해주면 됩니다.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에 바로 식사가 가능합니다. [내장 기간을 건드리는 수술이 아니기에 가능] 수술 부위가 주로 사용하는 손이라면 다른 쪽 손으로 식사하시는 걸 미리 연습하도록 하세요. 식사 챙겨 드린 후 식판 반납하면 미션 클리어!


   미션 5) 식사를 끝내고 나면 '소화제', '림프부종 약', '진통제'를 간호사님이 주시는데, 진통제는 원치 않으시면 안 드셔도 됩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진통제를 안 드셨어요. 대장 또한 마취로 인하여 정상작동을 하지 않기에 변비가 심합니다. 변비약을 요청하면 별도로 챙겨줍니다. 미션 클리어!


   미션 6) 새벽 5시까지 어머니가 드시는 물, 음료수를 모두 체크해서 기록해야 합니다. 그리곤 소변의 양을 모두 체크해서 기록해야 합니다. 수술 후 4시간 이후부터는 화장실을 가실 수 있지만 필히 동행하시고, 소변기를 변기에 설치해주셔야 합니다. 미션 클리어!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환자의 수술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압박밴드를 풀고 환부를 확인합니다. 환부를 직접 볼까 말까 고민을 잠시 했지만 어머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더군요. 저는 막연하게 가슴에 구멍이 나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랄까. 그냥 막연한 생각이었죠. 유방을 절제했기에 그대로 구멍이 나 있지 않나.. 막상 환부를 보면 유방이 사라진 사실에 충격받는 게 아니라, 곱창처럼 생긴 환부의 수술 마감상태에 깜짝 놀랍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상태로 평생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충격이죠. 그 뒤로 이어지는 충격은 수술의 마감이 스테이플러로 되어 있다는 사실. 요즘은 수술을 스테이플러로 마감하는 게 대세인데, 수술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실로 꿰매진 상태가 아니라 충격이었죠.


 환부 사진을 올려도 되겠냐 여쭤보니 흔쾌히 올리라 하십니다. 이후에 같은 수술을 받고 이 길을 함께 걸을 환자들과 가족들이 미리 알아야 충격이 덜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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