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몸에 습관처럼 배인 것처럼 습관처럼 몸에 배인 익숙한 인간관계도 조심해야 한다.
운전과 인간관계의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불혹이 얼마 남지 않은 내 나이는 30대 중후반, 운전대를 잡은지도 어언 20여년이 지났다. 벌써 20년이라니.
‘내가 젊은 나이는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조금은 서러운 기분이 든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 둘이 살았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우리집은, 운전을 할 사람도, 자동차도 없었다.
나에게 있어 자가용은 그 시절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없이 부러운 꿈 같은 단어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의 첫 운전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극단적으로 공부만 하는 모범생과 어린 나이에 어른처럼 노는 것을 즐기는 문제아 , 나는 그 어중간한 중간 즈음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오락실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시험기간에는 독서실도 가는, 어중간한 학생이었다.
사건(?)은 평범한 어느날이었다.
평소처럼 학교가 끝나고, ‘오늘은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낼까’ 한량처럼 남은 하루를 처리할 고민을 친구들과 하던중에,
중학교는 같이 나왔지만 고등학교는 다른곳으로 진학한, 한 친구가 아주 비장한 계획을 통보했다.
그 계획인즉슨 시골에 내려간 자기 엄마의 애마(?) 티코가 아파트 주차장에 있으니, 그 티코를 타고 약 한 시간 거리의 제부도에 놀러 가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지만, 그 계획이 너무 달콤하기에, 또 다른 친구와 나는 그 달콤한 제안에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티코 친구, 나, 그리고 또 다른 친구 이렇게 철없는 3명은 동네에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운전 연습을 했다.
티코 친구는 그 전에 자기 형에게 운전을 배운 적이 있기에 어느정도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나와 또 다른 친구는 첫 경험이었기에, 설렘 반 기대 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따라갔다.
드디어 온 내 차례, 운전석에 앉고 손을 운전대에 올리는 순간의 긴장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긴장의 순간이었다. 심장은 요동 쳤고, 온몸의 털은 삐쭉 섰으며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기에 생략하고, 그렇게 잊지 못할 나의 첫운전 경험은 여기에서 끝이 났다.
이 부분을 쓰며 혹 누군가가 당시 철없는 우리의 위법행위에 대해 지적할 수 있기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공소시한도 지났기에, 그냥 어린 녀석들의 재미있는 추억이구나 정도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당시의 나는 운전대를 잡는 행위만 하였을 뿐인데도 식은땀을 흘리는 초짜 중에 완전 초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전이 익숙해지면서부터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레이싱 선수가 되어 있었다.
운전을 하다 앞의 차가 조금만 나의 기준에 답답하게 가고 있으면, 내가 무슨 운전의 달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무슨 운전을 저따위로 해!”라고 속으로 (?) 생각을 하기도 하고, 지키라고 있는 제한속도를 가벼이 넘기는 과속은 기본이요, 아주 가끔은 주행 중에 스마트폰으로 온갖 잡다한 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못된 운전습관이 몸에 밴 체로 살아가던 중, 이런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사건이 있었다.
단지 작은 접촉사고였다.
신호대기를 하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는데, 정신이 스마트폰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는지, 신호가 아직 바뀌지도 않았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멀쩡하게 신호 대기를 하고 있던 앞 차와 아주 미세한 접촉(?)을 하였고, 몇 년간 피 같은 돈을 납부만 하고 혜택은 누리지 못했던, 계륵 같은 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운전을 매우 조심성 없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사람 간의 관계도 운전과 어느 정도 상통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남녀관계, 친구관계,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포함한 어떤 관계든지 습관처럼 당연한 관계는 한번씩 관계에 대해 현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처음 상대방과의 관계는 당연히 매우 조심스럽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 서로에게 잘 보이려, 혹은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대한다. 이는 친구관계도 동하다고 할 수 있다. 부모 자식의 관계 또한,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 아직 이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갓 태어난 순간에, 부모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여리디 여린 조그마한 자식이 행여나 다칠까 매우 조심스럽게 안는다.
그러다 조심스러움과 설레임이 사라질만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당연한 관계가 되어 습관처럼 상대방을 대할 때, 조심스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함부로 대하게 된다. 이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살아오며 봐왔던 사람은 거의 대다수가 그랬다.
이렇듯 사람 간의 관계, 그리고 운전은 알게 모르게 비슷한 점들이 많이 있다.
인간관계든 운전이든 초심을 잊지 말고 처음의 그 설렘과 두려움을 항상 인지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면 좋을 것 같다.
익숙한 관계에서의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