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운아빠 May 05. 2021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그 녀석에 대하여)


이건 지극히  나 혼자만의 주관적인 생각이니까 혹시나 다른 의견이 있더라고 조금만 참고 들어줘.

이건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야. 그 녀석과 유전자.. 뭐 이런 이야기?


가장 먼저 얘기할 곳은 바로 눈이야.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눈이 조금, 아주아주 조금 작잖아.

하필 그런 내 눈을 쏙 빼 닮았어.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당신을 닮았으면 했는데, 안타까울 뿐이야.

그래도 이미 태어난 거 어쩔 수 없지. 우리에겐 의버지가 있자나.

어디 가서 ‘이야 저놈 눈 참 크다!’ 라고 말하기에는 양심에 가책을 아주 약~~~~간 느낄 수 도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당신을 닮아 얼굴이 작다는 거야.

응 그냥 다행 정도가 아니라 천만다행!

거기에 믿어지지 않게도 속눈썹은 성냥개비를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길지.


다음은 코야. 안타깝게도, 아주 안타깝게도, 세상 안타깝게도! 코는 당신을 닮았나 봐. 올라오고 있는 코뼈를 누가 지그시 눌렀는지...

물론 나도 누구 앞에서 내세 울 수 없는 아주 못생긴 코라는 건 알고 있어. 그렇지만 녀석의 코는 분명히 당신 어릴 적과 똑같다고 확신할 수 있어.

처가집 작은방에 촌스럽게 걸려있는 어린시절 사진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자나.

아마도 이 편지를 보고 있는 당신은 당신을 닮았다는 말에, 전혀 인정을 하지 않겠지?  안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어.

그치만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정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지.

벌써 횟수로 8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그것도 모를까봐.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

진한 주홍색의 예쁘고 오밀조밀하고 얇은 입술은 당신을 닮아서 아주 예쁘잖아.


아! 또 한 가지 나를 닮지 말아야 하는 게 있는데.

머리결!  직모!

당신처럼 머리숱도 많고 약간의 반곱슬이 더 이쁘고 스타일 내기도 좋은데, 녀석은 딱 반대의 나를 닮아버렸어.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

그래도 다행히 녀석은 당신을 닮아서 두상도 이쁘고 머리도 작아서 참 좋아.

그 단점들이 다 커버가 되고 거기에 더해 심지어는 너무 이쁘게 보여서 다행이야.

(물론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만)


키와 몸무게도 자세히 쓰고 싶은데, 당신의 유전자를 닮았을 수도 있는 녀석의 미래의 키는 절대! 결단코! 무조건! 당신과 닮으면 안되니까

그냥 PASS 할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했지만, 아무렴 어때.

녀석은 당신과 나한테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잖아.

우리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그런 사랑스런 우리의 보물.

앞으로도 이런 저런 시련도 있겠지만,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잘 키우자.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한 운전과 인간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