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튜브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소개해주었던 책 ‘꿈꾸는 구둣방’이 오늘 택배로 도착했다. 오랜만에 조용히 독서에 빠져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챙겨 도서관에 갔다.
보통 책은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읽는 게 가장 편하다. 누구는 커피숍이 좋다고도 하고, 누구는 집이 좋다고도 하는데, 나는 도서관이 가장 좋다.
다른 유혹이 가장 적은 곳이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순간적으로 다른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는 것보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찾아 궁금증을 해소하는 아날로그적인 그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책이 워낙 읽기 쉽게 쓰여 있어서 술술 잘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는데, 그 지점은 바로 92p의 한 부분이었다.
“저 아주머니도 소녀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겠지.. 그 꿈이 지금의 일은 아니었을 거야”
평범하게 지나갈 수 있는 문장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두 번, 세 번 곱씹어 읽게 되었다. 다섯 번쯤 읽었을까.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지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당신의 입으로 일복이 많은 팔자라고 말하신다.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남아있는 그 시절에도 엄마는 일을 하셨다.
내가 아는 기억 속에서 엄마의 인생을 되짚어보면, 4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어려운 집안 형편에 학업은 중학교까지만 마쳤다. 그리고 바로 취직을 해 집안 살림과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하였다.
그렇게 꽃다운 나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를 보내다가, 당시 다니던 공장에서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24살에 나를 낳고, 아주 잠시 몇 년간 육아를 하다, 아빠의 병을 알게 된 후로 엄마는 그때부터 우리 집안의 가장으로 여태껏 평생을 일만 하셨다.
아빠가 돌아가신 1994년, 당시 엄마의 나이는 34. 내 나이는 10살이었다.
그 젊은 나이에 아빠의 병원비로 인해 생긴 꽤 많은 빚과, 10살 난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당시의 엄마였다면 엄마처럼 살 수 있었을까. 미안함과 감사함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다.
책의 문장처럼 엄마도 소녀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을 텐데.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평생을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온 엄마의 꿈을 이뤄드리고 싶다.
몇 해전 지나가는 말로 엄마에게 꿈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의 대답은 그런 거 없다고, 너네가 건강하게 잘 살고 손자도 잘 크고, 이렇게 밥 굶을 걱정하지 않고, 자주 얼굴 보고 가까이 사는 게 행복하다고. 그렇게 대답하셨다.
올해 엄마는 환갑이 되었다. 7살 난 손자가 있는 할머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젊었을 때의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오순도순, 알콩달콩 살고 있지만,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어떤 미안함이 항상 남아있다.
만약 다음 생이 존재하고 내가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의 부모가 되어 현생에서 나를 위해 고생한 엄마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