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은 몇 년 전부터, 내 작은 꿈이 되었다. 꼭, 무조건, 필시가 아니고 이와이면 정도의 작은 꿈.
가끔 와이프에게 귀촌에 대해 은근히 내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때마다 와이프는 “난 도시가 좋더라”라는 말로 간단하게 되받아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귀촌이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걸. 나조차도 와이프가 지금 당장 “오케이! 가자!”라고 말해도 바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언제일지 기약은 없지만 추후에 그러고 싶다 이 정도이다.
올해 여름은 왜 이리도 뜨거운 건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분명히 뜨거웠을 텐데. 이전의 여름 날씨는 어렴풋이 기억에만 남아있어서 그런지, 피부와 직접 맞닿아 있는 지금의 날씨가 가장 뜨겁게 느껴진다.
시골집 마당의 사과, 복숭아, 고추, 여주, 방울토마토. 이 녀석들도 뜨거운 볕과 마른장마로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내고 잘 자라주고 있다. 한 주 동안 제대로 물도 못 먹었을 녀석들에게 푸짐하게 물을 뿌려준다. 물론 그 일은 우리 정운이가 맡는다. 정운이는 스스로가 애니메이션 카봇의 로봇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갖 기술 이름들을 쓰며 물을 준다. 아니 물을 공격한다. “메가~~ 펀치!!!”
마당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차광막을 친다. 아버지가 쉽게 칠 수 있도록 미리 세팅을 해놓았기에 금방 칠 수 있다. 그나마 볕이라도 막을 수 있어서 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다. 자갈에 물을 충분히 뿌려 뜨거워진 자갈을 식히고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한다. 아직 해가 넘어가기 전이라 뜨겁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앉아있을 수 있다.
와이프는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짐 정리를 한다. 작년에 정운이만 데리고 왔을 때보다 짐이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둘째 정준이가 아직 많이 어리기에 이런저런 짐들이 많다. 정신없이 정리를 하고 배고플 둘째를 위해 분유를 준비해 먹인다. 다행히 시골집의 크기가 적당해 금세 집 안은 시원해진다.
시골집에는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다. 심지어 집 앞에서는 스마트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다소 심심하긴 하지만 그런 조용함도 꽤 매력적이다. 저녁 때면 보통 거실에 TV 소리가 늘 켜져 있어 귀가 쉴 시간이 없었는데 시골집에서는 늘 귀가 충분히 쉰다. 저녁을 먹고 가족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좋다. 일상생활의 속도를 아주 약간 늦추기만 해도 느껴지는 편안함이 소중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