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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31. 2023

(72) 칠전칠패, 제4이통사 저물다

16부. LTE, 진화의 끝에 서다

제4이통사 설립을 위한 포기 없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와이브로에 대한 정책 변경이 거론됐다. 제4이통사가 그간 꾸준히 와이브로를 천명했기에, 이같은 정책 변경은 이후 있을 도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컸다.


전세계제거으로 사장돼가고 있는 와이브로를 'TD-LTE'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TD-LTE는 중국 이통사 차이나모바일이 주도하는 통신규격으로 2012년 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4G 기술표준으로 선정했다. 인도와 일본, 유럽, 중동, 러시아 등 와이브로를 도입하거나 비슷한 환경에 놓인 국가들이 ‘TD-LTE’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정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2년 7월 17일 하반기 LTE 전략 기자간담회 무대에 오른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받더라도 구매할 장비가 없고, 글로벌 트렌트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그 해답이 TD-LTE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1) 


KT의 이같은 주장은 영향력이 컸다. 누구보다도 와이브로에 진심인 통신사가 바로 KT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어렵다면 전세계 추세에 맞춰 기술표준을 바꿔야 한다는 KT의 일성은 결과적으로 와이브로 실패와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와이브로를 밀고 있는 와이맥스 주요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기류도 심상치 않았다. 인텔은 와이맥스 포럼 의장직을 사퇴하고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삼성전자도 일본 유큐 등에서 주문하는 와이맥스 장비를 제조할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이통사마저 와이브로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으니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만 했다. 


‘TD-LTE’는 엄밀히 말하면 ‘LTE-TDD’를 가리키는 마케팅 용어다. ‘LTE-TDD’는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 3GPP에서 발표한 LTE 기술 중 하나다. 국내서 상용화된 LTE는 상하향 대역을 나누는 주파수분할방식(FDD, Frequency Division Duplex)이다. TDD(Time Division Duplex)는 시분할 방식으로 상하향을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서 해결한다. 즉, FDD가 두 개의 차선으로 나눠 교통량을 통제한다면 TDD는 하나의 차선에서 시간순서대로 교통량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시분할 방식을 사용하는 ‘LTE-TDD’와 마찬가지로 와이브로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와이브로 사업자가 ‘LTE-TDD’로 전환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국내서는 와이브로 사업을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LTE-TDD로 즉시 활용이 가능했고, 기지국을 LTE-TDD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어렵지 않았다. LTE-FDD와 하드웨어 호환이 가능하고 기지국 등 설비를 공통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세계 최대의 LTE 시장으로 부상하며, 그 중에서도 중국이 최대의 LTE-TDD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2년 후에는 중국 LTE-TDD 가입자는 약 2600만 명, 아태지역의 약 36.7%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결국 미래창조과학부는 TD-LTE 전환 논의가 1년 이상 흐른 시점인 2013년 9월 1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와이브로 정책방향’ 공개 토론회에서 와이브로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2) 그 대안으로 LTE-TDD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와이브로 이용자가 있었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유지해야 했다. 대신 제4이통 사업권을 위해 남겨 놓은 2.5GHz 주파수 40MHz대역폭은 와이브로와 LTE-TDD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3일 미래부는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확정했다.3) 미래부는 그간 와이브로 전담반을 통해 학계와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논의해 왔다. SK텔레콤과 KT는 이용자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2019년까지 와이브로를 유지하도록 했다. 신규 사업자는 와이브로뿐만 아니라 LTE-TDD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번엔 다르다", 5번째 도전


LTE-TDD 문호개방은 제4이통 사업권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무대에서 사라지는 와이브로의 끈을 잡기 보다는 대륙의 실세인 중국이 주도하는 TD-LTE로 갈아타는게 보다 미래지향적이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역시 ““경영능력을 갖추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값 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주겠다고 열어 놓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KMI는 5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예상대로 와이브로 대신 TD-LTE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간 만만의 준비를 해뒀다. 설립자본금 규모는 8530억원, 허가 이후 법인설립 즉시 현물출자 470억 원을 납입받아 9000억원으로 증자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공종렬 KMI 대표는 11월 14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5년 7월 LTE-TDD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4) 월 기본료 3만원에 모바일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이통3사 대비 약 60%에 가까운 요금제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KMI는 미래부를 찾아 기간통신사업 LTE-TDD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허가신청서류를 토대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 규정에 적합여부, 주파수 할당 공고 여부 등에 대한 적격심사를 시작했다.


마침내 2014년 1월 17일 미래부가 2.5GHz 주파수 대역 할당계획을 발표했다. 추파수 최저경쟁가격은 LTE-TDD가 2천790억원, 와이브로는 523억원으로 책정했다. 동시오름입찰 20라운드, 낙찰되지 않을 시에는 밀봉입찰 1라운드가 진행된다.


다만, 이에 대해 제4이통컨소시엄(구 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극렬하게 반대했다.5) 주파수 대가산정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다. 이통3사 대비 신규 사업자임을 감안해 비대칭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MI의 경우 2천억원이 적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파법에 따라 합당한 최저경쟁가격을 설정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안은 1월 23일 그대로 확정됐다.6)


업계 불만과 달리 심사는 순탄하게 흘렀다. 1월 29일 미래부는 KMI에 대한 제4이동통신 사업권 적격심사를 통과했다고 알렸다. 사전심사가 끝났기에 남은 수순인 본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KMI는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공종렬 KMI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1인당 평균 30% 정도 저렴한 통신비를 갖춘 LTE-TDD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7) 공 대표는 “제4통신사업자 출현을 성원해주신 국민들과 제휴협력 기업 관계자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본 심사 준비 및 KMI 출범계획을 발표했다. 공 대표는 “사업허가를 받을 경우 2015년 4월 서비스 개시 약속부터 확실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심사는 예상과 달리 중단됐다. 앞서 IST가 재정적 준비의 어려움으로 제4이통 포기를 발표했다. 주주모집 관련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게 원인이었다.8) 이어, KMI가 예정된 주파수 할당 신청일에 접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파수 신청 마감일은 2월 27일 오후 6시였으나 제 시간에 맞추지 못한 것.9)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해서는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의 10%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납부해야 한다. 2.5GHz 주파수 LTE-TDD의 최저경쟁가격은 2천790억원으로 279억원을 내야 했다. KMI는 납부를 위해 모다정보통신 등 3개 업체를 보증업체로 내세웠으나 이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뒤늦게 보증보험증권 서류를 제출하기는 했으나 이미 마감기한이 넘긴 상태였다.


KMI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기는 했으나 심사 과정이 순탄하게 흘렀기에 재도전할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미래부 역시 심사 탈락이 아니었기에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절치부심', 6번째 항해


서류 준비 미비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기는 했으나 KMI는 침착하게 3월 19일 기간통신사업허가 신청서를 재접수했다.10) 사업권 획득 기일이 늘어난만큼 기존 계획에서 전국망 구축 시점이 2016년 1월로 연기됐다. 자본금 규모는 8천530억원, 579개 주주로 조정됐다.


미래부는 다시 2.5GHz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이용기간이 5년에서 4년 9개월로 줄어들면서 최저경쟁가격은 2천627억원으로 내려갔다. 주파수 경매는 KMI 단독으로 변경됐다. 다행히 KMI는 6월 2일 주파수 할당 신청을 마무리했다.11) 6월 23일 제4이동통신 사업권 허가 적격심사를 통과한 KMI는 본 심사 고비만을 남겨놨다. 경매는 단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저경쟁가격에 할당받는 상황이었다.


시장에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른 7월 24일 미래부는 LTE-TDD 사업권 허가를 신청한 KMI의 본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통신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 회계법인 등 26개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총 15명의 심사위원단은 4일간 허가 심사를 진행했다. KMI 설립법인 관계자와 주요 주주 등을 대상으로한 청문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12) 역대 최저점수인 62.3점. 70점 문턱을 넘지 못했다. LTE-TDD 기술점수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으나 이번에도 재무 건전성에 발목이 잡혔다. 최대주주가 설립예정법인이고, 계약관계상 주요자본 원천인 해외자본 조달계획이 불확실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KMI의 6번째 도전은 좌절됐다.


정부 파격적 지원에도 결과는 '아득'


6년간 거듭됐던 제4이통의 염원은 실현될 수 없는 꿈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제4이통 설립에 대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가시화되자 수면 아래 운집해있던 여러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인해 기간통신사업권 허가 절차가 보다 강화되고, 동일한 목적의 알뜰폰(MVNO) 진영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제4이통사 설립에 대한 회의론도 일었다. 결론적으로 업계는 제4이통에 대한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정부의 제4이통 설립 지원 의지와 정치권의 지원사격이 계속되자 이통사와 알뜰폰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5년 5월 29일 미래부는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13) 제4이통과 관련해서는 결과적으로 문턱을 확 낮췄다. 주파수 우선 할당과 단계적 전국망 구축, 기존 이통사의 로밍 의무 제공 등이 결정됐다. 다만, 시장 안착 실패시 따르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기존과 마찬가지로 재정적, 기술적 능력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부는 8월 30일 신규 사업자를 위한 주파수 할당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14) 주파수 할당 신청접수는 업계 의견을 반영에 10월 30일까지로 정했다. 연말까지 기간통신사업 허가 대상법인으로 선정된 곳을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해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마감일인 10월 30일. 제4이통 출사표를 던진 곳은 총 3개 컨소시엄으로 확정됐다. 2010년부터 꾸준히 도전에 나섰던 KMI는 끝내 접수가 불발됐다. 함께 했던 IST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성도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이 이끄는 중소기업 컨소시엄 ‘퀀텀모바일’, 온세텔레콤에서 사명을 세종텔레콤으로 바꾼 ‘세종모바일’, KMI 출신으로 꾸려진 ‘K모바일’ 등 3곳만이 도전에 나섰다.15)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이 제4이통 심사결과를 발표한 모습

지난 1년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제4이통 사업권 발표일인 2016년 1월 29일.16) 모든 시선이 미래부로 쏠렸다. 심사결과는 퀀텀모바일 65.95점, 세종모바일 61.99점, K모바일 59.64점. 허가대상법인 기준인 70점을 넘는 컨소시엄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역시도 재정적 능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제4이통에 대한 ‘칠전팔기'는 없었다. ‘칠전칠패’라는 기록을 남긴 제4이통사 설립은 그렇게 쓸쓸히 퇴장했다.


1) 강은성 기자, 길 잃은 와이브로, " KT마저···", 아이뉴스24, 2012. 7.17.

2) 채수웅 기자, 미래부, 와이브로 실패 인정…“정책변화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2013. 9.13.

3) 김문기 기자, ‘와이브로ㆍLTE TDD’ 함께 간다…미래부 개방 확정, 아이티투데이, 2013.10. 3.

4) 김문기 기자, KMI 11월 14일 제4이통 신청...5번째 도전 시작, 아이티투데이, 2013.11.14.

5) 채수웅 기자, 미래부, 제4이통 주파수 계획 발표…KMI-IST ‘멘붕’, 디지털데일리, 2014. 1.17.

6) 이호연 기자, 2.5GHz LTE TDD주파수 3월 경매...최저가 2790억원 확정, 아이티투데이, 2014. 1.23.

7) 이호연 기자, 공종렬 KMI 대표 “내년 4월 전국 85개시 LTE TDD 서비스 개시”, 아이티투데이, 2014. 2. 5.

8) 이호연 기자, “주주확보 어려워”...IST, 제4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불참, 아이티투데이, 2014. 2.24.

9) 이호연 기자, 제4이통 불발...KMI "포기 아니다. 재도전할것", 아이티투데이, 2014. 2.28.

10) 이호연 기자, KMI 제4이통 사업허가신청 재접수, 아이티투데이, 2014. 3.19.

11) 허준 기자, '우여곡절' KMI의 4이통 도전, 이번에는 성공할까, 아이뉴스24, 2014. 6. 3.

12) 허준 기자, 재무능력 또 발목… KMI 제4이통 사업 허가 획득 실패, 아이뉴스24, 2014. 7.24.

13) 허준 기자, 정부, 제4이통 사업자에 주파수 우선 할당, 아이뉴스24, 2015. 5.28.

14) 정일주 기자, 미래부, 4이통 주파수 할당계획 확정...10월 신청마감, 아이티투데이, 2015. 8.30.

15) 강호성 기자, 제4 이동통신 사업에 3개 컨소시엄 최종 도전, 아이뉴스24, 2015.10.30.

16) 채수웅 기자, 이변은 없었다…제4이통 선정 또다시 실패, 디지털데일리, 2016.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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