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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28. 2023

(70) LTE+와이파이 ‘어깨동무’

16부. LTE, 진화의 끝에 서다

두 개 이상의 LTE 주파수를 엮에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네트워크 규격간에도 집성이 가능할까. 이같은 물음에 대한 도전은 쉴세 없이 계속됐다. 그 중에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비면허대역, 즉, 공용 주파수를 이용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유력시됐다.


다만, 공용 주파수는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역이기에 누군가 강한 압박으로 독점화해서는 안된다. 데이터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기 위한 LTE는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강한 신호를 가지고 있다. 만약 비면허대역에 LTE가 참전한다면 타 신호들이 기죽어 전송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같은 성질로 인해 이통사는 비면허대역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했다. LTE를 주 네트워크로 쓰지만 와이파이를 통해서 이를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 이와 관련한 ‘이종망동시전송기술(MPTCP)’은 표준으로도 연구가 완료된 상태였다.


MPTCP란 서로 다른 규격의 네트워크를 마치 하나의 통신망처럼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LTE와 와이파이라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규격을 쓰기 때문에 ‘이종망’이라 표현한다. 이통3사는 LTE 주파수를 3개 엮어 이론상 하향 최대 300Mbps로 높인 상태였다. 당시 와이파이가 낼 수 있는 이론상 속도는 866.7Mbps. 두 이종망을 집성하면 이론적이기는 하나 1Gbps 속도를 구현해낼 수 있다. 즉, ‘기가비트’ 시대가 열린 셈이다.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최대 1G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사진=SKT)


이통3사는 이같은 효율적인 ‘마케팅’ 구실을 놓칠 수 없었다. 너도나도 MPTCP를 상용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통사마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다르고 각종 기술 차이가 발생하기는 하나 이론상 속도는 약 1.17Gbps에 달했다.


1Gbps 속도는 1GB 데이터를 8.5초만에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3개 주파수를 엮은 3CA LTE 환경에서는 28초, 광대역 LTE-A는 38초가 필요하다. 기존 LTE 속도 대비 15배나 더 빠르다. 3GB 무손실 FLAC 음원 100곡의 경우 약 21초면 다운로드가 완료된다. UHD 영화 1편은 2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이종망동시전송기술이라는 용어가 고객들에게는 다소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이통사는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용어를 마련했다. 2015년 당시 MPTCP 상용화에 따라 SK텔레콤은 ‘밴드 LTE 와이파이’, KT는 ‘기가 LTE’LG유플러스는 ‘기가 멀티패스’라 불렀다. 각각 추구하는 요금 브랜드에 적절하게 직설적인 보통명사를 끌어 붙인 꼴이다.1)

SK텔레콤 LTE+와이파이 '멀티패스' 홍보 모습 [사진=SK텔레콤]

물론 MPTCP는 실전에서 크게 활용되지는 않았다. 이통3사의 타이틀 방어전에는 유용하게 쓰였으나 그에 따른 실리는 크지 않았다. MPTCP는 네트워크 기지국에서 LTE와 와이파이 주파수에 각각 알맞게 배분된 데이터를 쏘더라도 단말이 이 두 대역의 데이터를 받아 잘 조합해야만 한다. 요약하자만 MPTCP 지원 단말이 있어야 한다.


2015년 이통3사가 출시한 단말 중 삼성전자 갤럭시S6이 거의 유일한 모델이었다.2) 이통3사 상용화에 따라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마친 갤럭시S6이 이용 가능했다. 이후 LG전자 G4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통3사가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한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사진은 KT의 기가 LTE 상용화 현장 (사진=KT)

이동형인 LTE와 달리 와이파이는 고정형이다. 즉, 사용자가 이동하면서 쓰기 어렵다. LTE보다는 와이파이 컨디션에 따라 품질이 오르내린다. 균일한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있으나 마나한 네트워크 상품보다는 확실한 체감형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로 이통3사는 특정 서비스에만 MPTCP를 열어 뒀다. SK텔레콤은 당시 T-LOL이나 T-스포츠와 같은 자사 특화 서비스에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놨다. KT의 경우 599요금제 이상에서만 쓸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MPTCP는 LTE와 와이파이를 엮어 당시 달성이 어려웠던 기가비트 시대를 열기는 했으나 이통3사의 공격적 마케팅에 따른 허울만 남긴 채 기술 과시용으로 전락했다.


1) 이호연 기자, "무선 1기가“ SKT, 신기술 네트워크, 아이티투데이, 2015. 5.11.

2) 김문기 기자, 1Gbps 속도 ‘LTE+와이파이’, 왜 '갤럭시S6'만 될까?, 아이티투데이, 2015.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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