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 LTE, 진화의 끝에 서다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는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의 합병으로 인해 이동통신 3강 구도가 완성되자 그간 적용했던 ‘유효경쟁정책’을 폐지했다.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막고 후발사업자의 경쟁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했으나 거대 이동통신 3강으로 전환됨에 따라 더 이상 필요한 정책이 아니었다. 유효경쟁정책이 이통경쟁의 한계를 드러냈기에,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따랐다.
유효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곧 경쟁체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뒤를 이을 제4이통사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고착화된 이동통신 사업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또 다른 경쟁 요소를 추가하는게 가장 빠른 대안이었다. 또한 대세인 3G WCDMA, 앞으로 상용화할 4G LTE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와이브로’라는 또 다른 통신기술을 세워야 했다.
시장은 즉각 움직였다. 제4이통사 설립을 목적으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이 구성됐다.1)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재판매사업자(MVNO)와는 달리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모델을 내세웠다. 모바일데이터음성통화(mVoIP)와 초고속 인터넷(와이브로)를 결합해 이통3사보다 20% 더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며, 주주로 참여한 사업자들은 MVNO 형태로 즉각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시장이 술렁였다.
게다가 방통위는 KT와 SK텔레콤에 맡긴 와이브로 활성화가 미미하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했다. 정부 정책과 시장의 니즈가 부합한 KMI에 대한 기대감은 단연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현물출자와 삼영홀딩스 투자, 장비업체와 개인 주주들까지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2010년 6월 11일 공종렬 KMI 대표는 방통위에 제4이통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2) 이에 따라 방통위도 7월 29일 와이브로 대역인 2.5GHz 주파수 40MHz대역폭에 대한 이동통신용 할당 공고를 내렸다.3)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삼영홀딩스를 포함한 몇 주주들이 지분참여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주주들로 구성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 기업들이 공개되면서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도가 깨졌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역시도 KMI에 대해 사업성이 없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4)
방통위는 10월 27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양평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계획서 허가 심사에 돌입했다.5) KMI도 재무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3천억 이행보증서까지 추가로 제출했다. 다만, 시장은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예상했다.
11월 2일 방통위는 예상대로 KMI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6) 기간통신사업 허가 기준은 70점 이상이지만 최종 심사결과는 65.514점이었다. 재정적,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컸다.
이날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수년간 정부는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 탄생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실현되지 않았고, KMI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이번에 허가대상법인으로 선정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와이브로 컨소시엄이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공종렬 KMI 대표도 첫 도전의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도전을 끊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 대표의 약속은 빠르게 지켜졌다. 부적격 심사 결과를 받아든지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18일 방통위에 제4이통 사업권을 재신청했다.7) 방통위는 또 다시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재공고를 냈다.
공 대표는 1차 도전에서 지적받은 주주 구성과 관련해 정면돌파의 뜻을 밝혔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체격 좋은 기업이 자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대주주의 입김에 휘둘려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 설명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 이통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해를 넘긴 2011년 2월 21일 심사에 돌입한 방통위는 24일 KMI에 대해 또 다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8) 역시나 자금조달에 따른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사 점수는 66.5점. 마의 70점 고지를 넘지 못했다.
두 번의 탈락에도 KMI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 가운데 7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사회를 통해 제4이통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9) 제4이통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다만, 시장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바랐다. 자금력에 따른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터라 양측이 모두 속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가 거론됐다.
하지만 양측은 협력보다는 반목의 형태로 나아갔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행보가 결과적으로 둘 사이를 갈라 놓았다. 앞서 양승택 전 장관은 KMI에 합류하면서 제4이통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으나 돌연 중기중앙회로 소속을 달리하면서 갈등이 야기시켰다.
KMI 측은 양 전 장관이 사업을 인계받는 조건으로 경영진의 일괄 퇴진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 주장했는데 반해, 양 전 장관 측은 KMI가 그랜드 컨소시엄 참여 의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갈등은 대선과 맞물리면서 특혜시비까지 불러왔다.
게다가 KMI는 양 전 장관이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기존 KMI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겸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됐다.10)
양 전 장관이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된 경위로는 그 이력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전전자교환기(TDX)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과 수출 등에 공을 세웠으며, 광대역 모바일 인터넷을 강점으로 4G 통신기반 기술 아이디어를 냈으며,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와이브로 상용화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즉,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한 제4이통사 설립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인사였다.
방통위는 시장 수요가 있었기에 10월 19일 휴대인터넷용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1개 사업자를 선정해 2.5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에서 7년간 3G 또는 4G 방식의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마감을 하루 앞둔 11월 17일 KMI가 먼저 할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8월 26일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를 낸 상태였다. 마감일인 18일은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접수를 마쳤다.11)
양 전 장관이 이끄는 IST는 한껏 고무된 상태였다. 현대그룹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 다만 접수 후 본 심사를 앞둔 12월 12일 현대그룹이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또 다시 재정능력을 의심받게 됐다.12) 이미 두 차례 같은 이유로 실패한 KMI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방통위는 12월 16일 양측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결과 모두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13) KMI의 심사점수는 65.8점, IST는 63.9점으로 70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주구성 취약과 재정 능력 미달 등이 이유로 꼽혔다.
두 컨소시엄을 체제를 다시 정비하고 또 다시 고난의 행군을 이어 갔다. KMI는 4번째, IST는 2번째 출사표였다. 2012년 12월 27일 방통위는 와이브로 허가 및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KMI와 IST가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14)
결과는 역시나 ‘부적격’. 판단 근거도 유사했다.15) 불안한 재무 건전성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계획, 와이브로 실행의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혔다. 방통위가 2013년 2월 1일 발표한 KMI의 총점은 64.210점, IST는 63.558점으로 그 결과까지도 비슷했다.
당시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는 향후 5년내 800만명 유치하겠다는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나타냈다”라며, “영업활동을 통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 최경섭 기자,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탄생예고, 디지털타임스, 2010. 4.26.
2) 윤상호 기자, 제4의 이통사 탄생?…방통위, KMI 와이브로 사업 접수, 디지털데일리, 2010. 6.14.
3) 김현아 기자, 제4이통사, 내년 초 설립된다, 아이뉴스24, 2010. 7.29.
4) 강은성 기자, 이상철 LGU+ "정통부 부활말고 미래 논해야", 아이뉴스24, 2010.10.21.
5) 류경동 기자, 방통위, 제4이통 허가심사 전격 개시, 전자신문, 2010.10.24.
6) 채수웅 기자, KMI, 이동통신 시장 진출 결국 무산, 디지털데일리, 2010.11. 2.
7) 최경섭 기자, KMI, 제4 이통사업권 재신청, 디지털타임스, 2010.11.17.
8) 전자신문, KMI 심사 탈락…제 4이통사 없다, 2011. 2.24.
9) 김태정 기자, 중기중앙회 ‘제4이통’ 추진…1천억내 출자, ZDnet, 2011. 7.18.
10) 윤상호 기자, ‘제4이통’ 결국 법정으로…KMI-양승택 전 장관, 법정다툼, 디지털데일리, 2011. 8. 1.
11) 강은성 기자, 제4이통 또다른 도전자 IST, 허가신청서 접수, 2011.11.18.
12) 이호영 기자, IST, 현대그룹 투자철회로 제4이통 탈락위기, 2011.12.12.
13) 채수웅 기자, KMI·IST 제4이통 탈락 왜?…재무·사업계획 기대이하, 디지털데일리, 2011.12.16.
14) 김문기 기자, “이번에는 기필코...”, 제4이통 KMI·IST 재도전, 아이티투데이, 2012.12.27.
15) 이호연 기자, 제 4이통사 또다시 불발...재무 건전성 충족 못해, 아이티투데이, 201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