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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27. 2023

(69) 'LTE 3CA', 세계 최초 그들만의 리그

16부. LTE, 진화의 끝에 서다

'세계 최초'라는 말보다 매력적인 마케팅 문구가 있을까. 이통3사는 이 타이틀에 늘 진심이다. LTE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타사보다 뛰어난 네트워크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에 대한 그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3CA 출혈경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14년말 2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여유분을 확보한 이통3사는 이 대역을 활용한 주파수집성기술(CA) 도입을 준비했다. 앞서 두 개 주파수를 엮는 ‘LTE-A’를 선보인 이통사는 세 개 주파수 대역을 엮는 일명 ‘3CA’ 알리기에 골몰했다.


'3CA'란 3개의 주파수 대역을 마치 하나의 대역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파수집성기술(CA)이 확장된 결과다. 예를 들어,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광대역 LTE 주파수를 3개 엮으면 450Mbps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이통사로서는 타사대비 빠른 속도의 LTE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마케팅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다만, 3CA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혼재돼 있었다. 3개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다고 해 '트리플밴드', LTE 네트워크 속도로 구분되는 'LTE 카테고리(Cat). 9', 더 넓은 대역에서 쓸 수 있다고 해서 '광대역 LTE-A', 3개 주파수를 더했다는 계산식을 넣어 LTE-Ax3'라 부르기도 했다. 명칭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3개의 주파수를 엮을 수 있는 기술로 모두 동일하다.


국내의 경우 주파수 여건상 광대역 LTE 주파수와 일반 LTE 주파수 2개를 연결해 최대 300Mbps 속도까지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이통3사가 상용화한 LTE의 속도는 하향 최대 225Mbps 수준이었다.


2014년 11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3CA LTE 망연동테스트를 시작해 약 1개월간의 검증을 마치고 인프라 준비를 완료했다.1) 물론 네트워크만 준비됐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이를 받아 쓸 수 있는 단말, 3CA 대응 스마트폰이 필요했다. 테스트 단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 기반으로 제작된 상태. 3CA가 지원가능한 모바일AP를 적용해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인 망연동을 진행했다.2)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통3사는 '세계 최초 3CA 상용화'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마지막 열쇠인 단말 수급에 주력했다. 하지만 제조사가 특정 이통사에 기대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빼내기도 쉽지 않았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따내더라도 이통3사 모두가 공동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SKT 4배 빠른 LTE 상용화 홍보 모습 [사진=SK텔레콤]

포문을 연 곳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같은해 12월 28일 3CA 상용화 시작을 알렸다. 이와 동시에 3CA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S-LTE'를 내놨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모뎀333 기반 엑시노스7420 모바일AP를 장착했다. 이 단말은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3 band LTE-A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카피로 포장됐다.3)


KT와 LG유플러스는 당연하게도 즉각 반발했다.4) SK텔레콤의 3CA 서비스는 정식 상용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에게는 이전 사례가 있었다. 최다 순차 영업정지가 시작됐을때 삼성전자의 글로벌 출시일까지 어겨가며 갤럭시S4를 내놓은 바 있다. 동일 단말을 먼저 내놨으니 경쟁사가 그냥 나둘리가 없었다.


경쟁사의 주장은 SK텔레콤이 갤럭시노트 S-LTE를 100대 한정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료평가단을 구성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평가단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충분히 상용화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단말을 제공하는 것은 상용화라 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유통망인 대리점에 단말이 상당수 보급돼 고객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없는데도 SK텔레콤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KT 4배 빠른 LTE 상용화 홍보 모습 [사진=KT]

이틀날인 12월 29일 이통3사 모두 '갤럭시노트 S-LTE’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5) 공시지원금은 곧 단말 출시를 의미했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문제는 ‘갤럭시노트 S-LTE’를 어디서도 살 수 없었다는 것. 게다가 12월 30일 갑자기 이통3사가 공시지원금을 황급히 내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같은 상황은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3CA가 상용화됐다고 하지만 지원 단말을 살 수 없는 상태, 공시지원금을 나왔으나 해당 단말을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상황. 이통3사는 내부 실수로 단말지원금이 공시됐을뿐이라 손사래 쳤으나 소비자의 불만은 상당했다.


시장의 상황과는 달리 SK텔레콤은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 보고서에 3CA 세계 최초 상용화가 게재된 점을 근거로 2015년 1월 9일부터 신규 광고인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편을 온에어했다.6)


이번에는 KT가 얼굴을 붉혔다.7) SK텔레콤이 비정상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를 통해 편법 마케팅을 불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로부터 고객 사전 체험용으로 수령한 단말을 한정 판매한 것이 과연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양측의 갈등은 결국 법정까지 다다랐다. 2015년 1월 11일 KT는 SK텔레콤의 광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8) 이를 두고 본 LG유플러스도 가세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은 볼성 사나운 입장에 처했다.


1월 19일 법원은 광고문 가처분 신청 관련 첫 심리를 시작했다.9) 생각보다 판결은 빨랐다. 1월 23일 법원은 KT와 LG유플러스에 손을 들어줬다.10) SK텔레콤의 광고 배포를 금지를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이의 신청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결론적으로 ‘3CA 세계 최초 타이틀’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소비자가 없는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을 여과없이 드러낸 헤프닝이자 웃픈 현실이었다. 실제 이통3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도 ‘갤럭시노트 S-LTE’는 정식 출시일이 1월 21일로 잡혔으나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품으로 전락했다. 물량의 숨통이 트인 때는 그보다 훨씬 시간이 지난 1월말부터였다.


1) 김문기 기자, ‘엣지’ 이외 또 다른 ‘갤럭시노트4’ 64비트·3CA 지원, 아이티투데이, 2014.12.13.

2) 김문기 기자, 3CA 광대역LTE-A 준비 끝...‘눈치싸움’ 시작, 아이티투데이, 2014.12.22.

3) 이호연 기자, SKT-KT, 4배 빠른 3밴드 광대역 LTE-A 상용화, 아이티투데이, 2014.12.28.

4) 이호연 기자, KT-LGU+ "SKT, 3밴드 LTE-A 상용화 아니다“, 아이티투데이, 2014.12.28.

5) 이호연 기자, 3밴드 LTE-A 갤럭시노트4 보조금 10만원, 아이티투데이, 2014.12.29.

6) 이호연 기자, SKT, 3밴드 LTE-A 세계최초 상용화 GSA 보고서 게재, 아이티투데이, 2015. 1.11.

7) 이호연 기자, KT, “SKT 3밴드LTE-A 최초 광고는 비정상적 기만행위”, 아이티투데이, 2015. 1.11.

8) 김현아 기자, [단독]KT 'SKT 세계최초 광고', 부당하다..법원에 가처분신청, 이데일리, 2015. 1.11.

9) 이호연 기자, 삼성, SKT 우대? “3밴드 LTE-A 공문 KT와 달라", 아이티투데이, 2015. 1.19.

10) 김태진 기자, KT·LGU+ 판정승…궁지 몰린 SKT, ZDnet, 2015.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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