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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Dec 06. 2016

WWDC 2016을 가다
① 워치OS3·tvOS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세계개발자대회 참관기

2016년 6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버스는 달릴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긴장감이 배가된다. 버스 안도 조용하기 그지없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


이윽고 행사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입이 떡 벌어진다. 처음보는 진풍경에 압도되는 분위기다. 시차적응이 덜 됐는데도, 아직 정신줄을 부여잡지도 못했는데,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 앞 광장만 봤을 뿐인데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니.


6월 13일 키노트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 앞 광장의 전경


애플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에서 애플세계개발자대회 WWDC 2016 키노트가 진행됐다.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아직 1시간반이나 더 남았다. 시간이 많이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행사가 시작된 듯 전 세계에서 모인 여러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모양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관람객들


문이 열리고 그나마 빨리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다. 자리 맡기는 한국 고유의 편법은 아니었나보다.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하지만 어쩌겠나싶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환호성이 들린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의 애플 로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멍 때리기 선수가 된 양 몸이 굳는다. ‘아 정말이지 무대가 너무 멀구나’


행사 시작 전의 모습.


10시. 드디어 무대로 팀 쿡 CEO가 올라온다. 밝은 모습의 팀 쿡은 관람객들에게 환영 인사를 보낸다. 관람객들도 손을 든다. 팀 쿡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람객이 든 손에는 모두 아이폰이 들려 있다. 팀 쿡은 환영 인사를, 관람객은 그 인사를 아이폰에 담는다. 


감사의 인사를 보낸 팀 쿡 애플 CEO는 이윽고 숙연한 모습으로 ‘올랜도 참사’에 대해 언급했다. 관람객들의 동의 하에 잠시간의 묵념이 이어졌다. 


반갑게 인사하는 팀 쿡 애플 CEO


묵념 후 팀 쿡 CEO는 WWDC 2016에서 발표할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소개했다. 우선 올해는 처음으로 4가지 플랫폼에 대해 말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정말 심플했다. 


가장 혁신적인 퍼스널컴퓨터(PC) ‘매킨토시’, 전화 개념을 완전히 뒤바꾼 ‘아이폰’,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아이패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디바이스 ‘애플워치’, 지난 가을 소개한 ‘애플tv’에 적용된 총 4개의 플랫폼이 그 주인공이다.



워치 OS 3 : 가장 퍼스널한 기기, 가장 빠른 속도를 갖다


첫 번째 플랫폼은 ‘워치OS’다. 무대는 팀 쿡 CEO를 보내고 대신 캐빈 린치 애플 워치OS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불러 왔다. 


애플 워치 OS 3를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케빈 린치 부사장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있어 속도는 꽤 중요하다. 타 디바이스와 달리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는 사용자가 팔을 들고 있는 찰나의 순간에 많은 작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도출해줘야 한다. 


애플 워치 OS3는 자주 사용하는 앱을 메모리에 보관하고 백그라운드 측면에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함과 더불어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갱신함으로써 속도를 더 높였다. 약 7배 더 빨라졌다.


워치 OS 3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케빈 린치 부사장은 는 한 가지 예로 ‘원풋볼’을 인용했다. 워치 OS2가 장착된 기존 애플워치에서는 이 앱을 로딩하는데 약 2초의 시간이 걸렸다. 워치 OS3에서는 두 눈 뜨고 잘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만큼 빠르다는 설명이다. 워치 OS3에서 ‘원풋볼’을 구동시켰다. ‘로딩’이 아니라 ‘전환’ 수준의 속도다.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 위해 원풋볼 앱의 시연이 이어졌다.


빠른 속도를 위해서는 접근성이 높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성도 중요하다. 워치 OS3에서는 기존 제어센터를 좀 더 심플하게 재편했다. 독(Dock)의 탐색 기능은 더 강화됐다. 위에서는 알림센터를 좌우로는 시계 페이스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스마트워치 화면은 작기 때문에 입력 방식이 제한적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가상 키보드는 택도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새로운 입력 방식인 ‘스크리블(scribble)’을 소개했다. 손글씨를 반영해주는 입력방식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2.0과는 비슷하지만 살짝 구동과정이 다르다. 


여러 옵션 중 ‘스크리블’을 누르면 입력 공간이 표시된다. 이 곳에 손글씨를 쓰면 상단에 인식한 글자를 표기해준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눈길이 가긴 하지만, 사실 시연 내용이 주목됐다. 시연하는 언어가 ‘중국어’였기 때문. 손글씨를 인식한다는 말은 각 국가의 언어를 알고 반영해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글씨를 인식하고 글자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애플이 우선적으로 내놓은 언어는 ‘영어’만이 아닌 ‘중국어’까지 포함된 셈이다. 애플의 중국에 대한 열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스크리블 시연에는 영어와 중국어가 사용됐다. 일단은 2개 언어를 지원한다.


시계 페이스는 보다 다양해졌다. 미키 마우스의 단짝 미니 마우스가 등장했다. 활동 앱의 경우 페이스의 전면에 등장한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케빈 린치 부사장은 매우 아름다운 시계 페이스를 사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를 바꾸는 과정 또한 빠르고 단순해졌다.


미니 마우스 안녕~


활동의 다양한 시계 페이스


응급한 상황 시, 스마트폰보다는 손목에 착용한 스마트워치가 보다 접근성이 높다. 워치OS3에서는 측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긴급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다.


SOS 기능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길 바란다.


스마트워치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바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다. 캐빈 린치 부사장은 활동과 관련된 솔루션 소개를 위해 제이 블라닉(Jay Blhanik) 애플 피트니스&헬스 테크놀로지 디렉터를 무대에 올렸다. 


제이 블라닉(Jay Blhanik) 애플 피트니스&헬스 테크놀로지 디렉터

지속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사용자간 선의의 경쟁은 항상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촉매제 구실을 해준다. 


워치OS3은 이 점을 감안해 활동 앱에서 사용자간 경쟁을 유도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인의 목표 달성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그에 대한 자극을 받을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운동을 하게 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타 웨어러블 기기에 도입됐던 경쟁 기능이 애플워치에도 추가됐다.


백미는 ‘숨쉬기(breath)’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깜짝 놀랐던 때다. 그간 스마트워치는 사용자를 재촉하는 ‘채찍’ 역할을 담당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을 걷게 하고, 뛰게 하고, 일어서게 하고, 오르고 내리는데 골몰했다. ‘숨쉬기’는 반대다. 일상에서 이완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잠시 시간을 내 심호흡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 쉼쉬기 후에는 심박수 결과까지 표시해준다. 


숨쉬기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워치OS 3에서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이 도입됐다. 휠체어를 미는 동작을 애플워치에 접목시켰다. 예를 들어 기존에 애플워치는 ‘일어설 시간(time to stand)’에 대한 알림을 표시했지만 휠체어 사용자들에게는 ‘휠체어를 밀 시간’으로 표시해준다. 휠체어 사용에 최적화된 운동도 제공한다.


휠체어 사용자들에게도 애플워치는 훌륭한 디바이스가 되길 희망한다.


휠체어 패턴에 대응해 수많은 연구 및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일어날 시간! 또는 돌릴 시간!


애플 워치 OS3 정식 버전은 올 가을에 무료 배포된다. 애플워치를 위해서는 iOS8.2 이상, 아이폰5 이상 기종이 필요하다. 워치 OS3을 위한 워치킷은 개발자를 대상으로 배포됐다.



tv OS : TV의 미래는 앱이다.


“TV의 미래는 ‘앱’이다”


워치OS에 이어 ‘tvOS’ 소개에 나선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이 가장 먼저 한 말이다. 이 말은 팀 쿡 애플 CEO도 동일하게 한 번 더 반복한 말이다.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


에디 큐 수석 부사장은 “애플TV에 1300개 비디오 채널과 함께 6000개 이상의 앱이 등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TV의 미래가 정말로 앱이라면 TV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앱스토어의 등장으로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변신시킨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애플tv’도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올까. 전략은 역시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즉 접근성이 중요 핵심 사항일 것이다. 


아이폰 쇼크가 ‘멀티터치’를 통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었다면, 애플TV에게는 총 3가지의 특출난 인터페이스가 가미된다. 우선 리모컨이다. 애플은 리모컨에도 애플스러운 디자인과 기능, 제스처를 넣었다. 리모컨은 아이폰에서 앱으로 동작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시리’다. 애플TV에서의 시리는 65만 편 이상의 TV 드라마와 영화를 검색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예를 들면 “80년대 하이틴 코머디를 찾아줘”라고 물어보면 시리는 토픽 또는 주제에 따라 콘텐츠 검색을 요청해준다. 보고 싶은 영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 준다. 


시리의 검색 결과


시리는 유튜브의 콘텐츠도 찾아준다. “커리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줘”라고 시리에게 물으면 시리는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찾아준다. 생방송 채널도 시리에게 부탁하면 금방이다. 


다양한 서비스와 그에 대응하는 수많은 인증 방법들.


마지막 기능인 ‘싱글 사인-온’을 소개할 때는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속으로는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언제쯤 애플TV가 국내 정식으로 소개될까.


싱글 사인-온 기능에 환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의 접속으로 다양한 유료 콘텐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접근성이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최대한 단계를 줄이는 것이다. 싱글 사인-온이 그런 기능이다. 그간 따로따로 유료 TV 서비스에 접속해서 코드를 넣고 하는 번거로운 일은 이제 작별이다. 애플TV와 iOS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싱글 사인-온


개발자들은 새로운 tvOS와 API 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리플레이킷은 앱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생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다. 포토킷은 서드파티 앱이 아이클라우드 사진보관함과 아이클라우드 공유 스트림에 있는 사진과 비디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홈킷과도 연동된다. 게임센터도 사용 가능하다. 



애플TV는 이 후에도 맥OS와 iOS에서 계속해서 언급됐다. iOS의 포토와 애플뮤직 등을 애플TV의 큰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범용 앱들의 경우에는 TV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애플TV 화면에 키보드가 뜰 때 동일한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 돼 있는 근처의 iOS 기기에도 키보드가 떠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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