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시의 스마트폰 백서 만들기 프로젝트
“이번에 내놓은 새로운 스마트폰은 엄청 얇은 두께로 만들었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디자인을 논할 때 가장 먼저 튀어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왜 이렇게 두께에 집착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의 두께는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꽤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기술적으로도 고도화됐음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서 슬림하게 제작됐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내부적으로는 공간 절약과 휴대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도입됐을 때부터 두께 경쟁이 극심했다. 정말 얇은 스마트폰은 두께가 4.75mm나 된다.
특히 중국 제조업체들이 최근 두께를 강조하는데 BBK 비보 X3가 5.7mm를, ‘엘리퍼 S5.5’는 5.5mm의 두께를 지니고 있다. 오죽했으면 모델명에 두께까지 적어놨을까 싶다.
올해 출시된 제품 중에서 중국 오포의 ‘오포 R5’는 두께가 4.85mm로 얇게 디자인됐다. BBK는 ‘비보 X3’에 이어 ‘비보 X5 맥스’를 4.75mm 두께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A8’이 5.9mm라는 얇은 두께로 구현됐다. 갤럭시A 시리즈들이 타 라인업보다 두께가 얇은 편에 속한다. ‘갤럭시A7’도 6.3mm, ‘갤럭시A5’는 6.7mm, ‘갤럭시A3’는 6.9mm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에 인색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8-9mm를 유지한다. 풀메탈 보급형 스마트폰인 ‘클래스’만이 7.4mm로 꽤 얇게 제작됐다.
세대별 플래그십 모델만 비교하더라도 얇은 두께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는 9.9mm의 두께를 갖췄지만 차츰 두께가 얇아지면서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6’는 6.8mm까지 내려왔다.
갤럭시S7은 방수방진 기능이 더해지면서 갤럭시S5와 마찬가지로 두께가 늘었다. 갤럭시S7의 두께는 7.9mm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3G’가 12.3mm라는 가장 두꺼운 두께를 보유했지만 최근 출시된 ‘아이폰6S’는 7.1mm로 제작됐다.
여담으로 애플은 지난 2014년 아이폰6로 가장 얇은 6.9mm 두께를 선보였지만 밴드게이트 여파로 곤혹을 치뤘다.
LG전자는 두께에는 인색하지만 실험적인 디자인 시도가 돋보였다. 약간의 곡률을 가미한 ‘G4’의 경우 가장 두꺼운 부분은 9.8mm지만 얇은 곳은 6.3mm까지 내려간다.
‘G5’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탈착식 배터리를 적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두께는 7.7mm로 얇은 편에 속한다. 보통 탈착식이면 두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두께에 인색한 곳은 팬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나마 팬택도 세대가 지날수록 더 얇은 스마트폰을 내놓긴 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공간 절약과 휴대성 강화, 디자인 차별화 등 업체마다 제품 슬림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사용자에게 내세우고 싶은 부문은 탁월한 디자인과 높은 기술력이다.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만져보지 않고도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알 수 있는 가시적인 수단이 바로 두께다.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기가 얇을수록 심미성이 올라간다. 즉 디자인 측면에서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휴대성도 간과할 수 없다. 두께가 얇아질수록 무게도 내려간다. 적절한 두께와 무게는 제품의 그립감과 사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술 과시도 가능하다. 두께를 얇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촘촘한 기판 설계와 적층 기술뿐만 아니라 차세대 하드웨어를 통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 두께가 얇아졌다는 사실은 곧 높은 기술력을 의미한다.
두께를 얇게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내부 요소가, 디자인이라는 외부 요소와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
두께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요인은 모바일AP와 메모리 등 반도체들의 적층 방식과 전체 부품의 설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기판 설계, 스마트폰의 전면을 이루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지원 방식, 외부 추가 기능 등을 꼽을 수 있다.
기판(PCB)의 층수에 따라 두께가 얇아지거나 두꺼워질 수 있다. 부품 수에 따라 PCB를 1층 또는 2층으로 설계하는데 이에 따라 두께 차이가 발생한다.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각종 안테나를 최적으로 배치해야 하는데, 이도 기판 설계에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AP와 베이스밴드, 메모리 등 핵심 반도체의 적용 방식도 두께와 직결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S2의 경우 통신방식의 차이로 SK텔레콤과 KT 모델은 8.89mm로 얇았으나 LG유플러스 모델은 9.4mm로 더 두껍다. 국내 출시된 모델 중 LG유플러스 모델이 유난히 두꺼운 제품들이 몇몇 눈에 띄기도 했다.
모바일AP와 통신모뎀을 하나의 칩에 집적하는 원칩 형태가 내부 여유공간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초기 LTE 시장에서는 퀄컴이 LTE 원칩으로 얇은 두께 실현에 공헌했다. 삼성전자도 엑시노스 모드AP 원칩을 상용화하고 보급형 스마트폰에 적용해온 바 있다.
올해는 ‘갤럭시S7’에 프리미엄 LTE원칩인 ‘엑시노스8890’을 적용한다. 여타 모바일AP 설계 업체들도 원칩 실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부터 적용해온 ‘이팝’ 실장기술도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팝(ePoP)’은 ‘임베디드 패키지 온 패키지(embedded Package on Package)’의 줄임말로 크기가 작은 웨어러블 기기에 맞도록 D램과 낸드플래시, 컨트롤러를 하나로 묶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에 바로 쌓을 수 있는 실장 기술이다.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5’ 등 적용되면서 스마트폰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실장면적이 기존보다 약 40%가량 줄일 수 있는데, S펜을 내장해야 하는 노트 시리즈로써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디스플레이는 초기 스마트폰에서는 두께를 줄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몰레드(AMOLED)의 경우 LCD와 다르게 백라이트가 필요없어 더 얇은 두께 실현이 가능했다. 컬러 필터가 없기에 대체적으로 LCD에 비해 구조도 단순한 편에 속한다.
LCD 측면에서는 인셀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온셀 방식은 LCD 패널 위에 터치 패널을 별도로 입히는 방식이지만 인셀 방식은 LCD 패널 내부에 터치 기능을 적용해 더 얇은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더 얇아지기에 빛투과율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애플 아이폰5, 팬택 베가 아이언 등에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인셀 방식이다.
최근에는 배터리 적용 방식이 두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얇은 두께를 실현하는데 있어 배터리 일체형이 분리형보다 유리하다. 탈착식으로 설계할 경우 교체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에 따로 케이스를 씌워야 한다.
본체도 내부 부품들이 외부 피해로부터 안정성을 획득하기 위해 별도 소재로 마감처리해야 한다. 이중 처리됨으로써 오르는 두께를 무시할 수 없다.
일체형의 경우에는 분리형보다 자유롭다. 내부 배터리 소재도 다양하게 사용 가능하다. 좀 더 플렉서블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 별도 케이스가 필요하지 않아 더 얇은 두께 구현이 가능하다.
한편, 두께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DMB 기능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을 통해 간극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초기 휴대폰 시장에서 DMB 지원은 곧 두께 상승의 원인으로 꼽혔다. 제조업체들도 DMB 기능 추가를 이유로 두께가 상승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갤럭시S2의 경우 DMB 기능이 빠져있는 글로벌 모델은 8.49mm의 얇은 두께를 갖췄지만 국내 모델은 8.89mm로 두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