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시의 스마트폰 원포인트 프로젝트
2011년 7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를 도입한 후 6개월만에 KT도 2012년 1월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이통3사의 치열한 LTE 가입자 유치전이 벌어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도입 1년만인 2012년 7월 1일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인 ‘LTE 멀티캐리어(MC)’를 상용화했다.
LTE 멀티캐리어 기술은 두 개의 주파수를 이용해 네트워크 서비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주파수 중 좀 더 원활한 망으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당시 SK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대역과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하고 있는 상태였다. 멀티캐리어는 800MHz 주파수를 사용하다 트래픽이 너무 몰리면 1.8GHz 주파수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800MHz 주파수와 2.1GHz 주파수 대역에서 이를 활용했다.
SK텔레콤은 우선적으로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작해 연말까지 서울 전역과 6대 광역시 주요 지역으로 멀티캐리어 기술을 확대했다. LG유플러스도 광화문과 명동, 강남, 신촌 및 홍대 등에 우선 적용하고 연말까지 SK텔레콤과 발을 맞추는 전략을 세웠다. LTE 서비스에 늦었던 KT는 하반기 멀티캐리어를 상용화했다.
초기 멀티캐리어 기술을 적용받은 단말은 팬택 ‘베가레이서2’와 삼성전자 ‘갤럭시S3’뿐이었다. 출시가 이미 완료된 단말들이었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멀티캐리어 기술을 쓸 수 있게 했다. 이 후 하반기 주요 프리미엄 제품들이 LTE MC를 지원했다. 아이폰5만 빼고 말이다.
이통사들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음성도 LTE망을 이용할 수 있길 바랐다. 2012년 8월 8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나란히 보이스오버LTE(Vo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외 이통사들은 데이터만 LTE망을 이용하고 음성은 기존 이동통신망을 활용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VoLTE 기능시험을 통해 안정화 및 최적화를 끝마치고 VoLTE 상용화를 결정했다.
잠깐 1세대로 돌아가본다면 1980년 대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무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잡음이 많았다. 끊김현상도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통화의 질이 보장되지 못했다. 기기 자체도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휴대성도 뒤떨어졌다.
이후, 아날로그 방식은 디지털 방식의 CDMA가 도입되면서 큰 폭으로 진화했다. 이 때부터는 EVRC(Enhanced Variable Rate Codec)라는 음성 압축 방식이 적용돼 8Kbps 대역폭에서 좀 더 탁월한 음질을 선사해줬다.
2세대 통신(2G)을 넘어 3세대(3G) WCDMA에서는 압축 방식이 더욱 발전됐다. 대역폭도 12.2Kbps로 늘어났다. 음성 압축방식은 AMR-NB(Adaptive MultiRate-NarrowBand)을 사용했다. 전송 대역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많은 음성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욱 뚜렷한 음질을 얻을 수 있다.
4세대 VoLTE는 더 개선된 압축방식인 AMR-WB(AMR-WideBand)이 적용됐다. 전송대역폭은 2배 더 늘어 23.85Kbps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즉, 기존보다 음질이 40% 개선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통사는 50에서 7000Hz의 폭넓은 가청 대역을 이용, 소리의 선명도 및 원음에 가까운 HD급 음질 통화가 가능함을 역설했다.
통화연결 시간도 0.25~2.5초로 기존보다 최대 20배 이상 빨라졌다. LTE 네트워크에 음성, 비디오, 데이터 등 서비스별로 품질관리가 가능한 QCI(QoS Class Identifier) 기술이 적용돼 mVoIP와 달리 트래픽 폭증시에도 안정적인 VoLTE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지원단말만 가능했다. 최초 VoLTE 지원단말은 삼성전자 ‘갤럭시S3’와 LG전자 ‘옵티머스LTE2’였다. 두 제품 모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VoLTE를 쓸 수 있게 됐다. 한계가 있었다면 초기 VoLTE는 동일 이통사 안에서만 가능했다는 점이다.
항상 그랬듯이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이 탄생하면 이통사들은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용어 마련에 골몰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았던 듯 하다. 어쨌든 SK텔레콤은 ‘HD 보이스’, LG유플러스는 ‘지음’ 이라는 브랜드로 VoLTE 마케팅에 돌입했다. KT도 SK텔레콤과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했다.
이통3사의 LTE 가입자 유치가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2012년말까지 LTE 가입자수는 1500만 명으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2013년 여름이 시작되자 이통3사의 경쟁도 보다 뜨거워졌다. 당시 이통3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던 네트워크 기술은 ‘LTE-A’였다.
LTE-A(advanced)는 명칭 그대로 진화된 LTE를 의미한다. 개념상으로는 LTE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기술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이 속에는 주파수를 엮어 쓰는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과 여러 개의 기지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지국간 협력통신 ‘콤프(CoMP)’, 확장된 셀간 간섭 제어 기술(eICIC)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통3사의 마케팅 과열로 인해 LTE-A는 본래 개념이 아닌 다운로드 속도를 높여주는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만을 의미하는 듯 해석됐다.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기술을 활용하면 파편화된 주파수를 엮어 기존보다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예컨대 당시 이통3사가 보유한 2개의 LTE 주파수를 집성해 최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LTE 10MHz 다운링크 대역폭당 이론상 75Mbps 속도를 낼 수 있으니, 동일한 두 개 주파수를 집성하면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LTE-A CA는 SK텔레콤이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를 2013년 6월 26일 출시, 첫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도 가져갔다. 갤럭시S4 LTE-A는 2개월 앞서 출시된 ‘갤럭시S4’의 삼성 엑시노스 모바일AP 대신 CA를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800으로 교체 적용된 모델이다. 가격은 95만5000원으로 약 6만원 가까이 비싸게 출시됐다.
곧 이어 7월 18일 LG유플러스도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를 출시하며 SK텔레콤과 나란히 LTE-A 진입에 성공했다. 두 이통사 모두 연말까지 전국망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속이 타는 건 이번에도 역시 KT였다. LTE부터 멀티캐리어, VoLTE까지 6개월의 간극을 메꾸기가 쉽지 않았다. KT는 LTE-A를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LG유플러스보다 앞선 7월 12일 갤럭시S4 LTE-A’ 판매를 단행했다. 마치 초기 LTE 시절 3G 요금제를 한시적으로 엮어 팔 때와 비슷한 행보였다.
결국 KT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LTE-A 상용화를 안하는게 아닌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7월 16일 KT는 보조망으로 활용되는 900MHz 주파수 대역이 간섭이 심해 제대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양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900MHz 주파수 대역 간섭이 얼마나 심하지를 직접 살펴보도록 했다. KT는 타 이통사는 ‘전력질주’하는데 KT는 아픈 다리를 치료받지 못하고 ‘목발보행’ 한다고 토로했다.
이 와중에 주파수 경매가 진행됐다. LTE 주파수가 부족한 이통3사는 경쟁을 통해 SK텔레콤이 1.8GHz 주파수 35MHz 대역을, KT는 1.8GHz 주파수 15MHz 대역을, LG유플러스는 2.6GHz 주파수 40MHz 대역을 확보했다.
KT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1.8GHz 주파수 대역으로 반전을 꾀했다. KT의 LTE 주력망은 1.8GHz 주파수로 확보된 주파수를 더해 광대역LTE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KT 2013년 9월 14일 광대역LTE와 LTE-A를 상용화했다.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추가 보유한 주파수를 통해 광대역LTE 서비스에 나섰다.
LTE 경쟁에서 뒤쳐진 KT가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마케팅 문구가 ‘국내 최초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였다. 이 문구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바로 ‘광대역 LTE-A’였다. 당시 상용화 기술은 광대역 LTE와 LTE-A였으니 두 기술을 합쳐 부르는 것이 정황상 맞지 않고 기술 용어도 없어 타 이통사가 맹비난하고 나섰다.
광대역 LTE는 말 그대로 넓은 대역에서 서비스되는 LTE를 말한다. 초기 LTE 도입 당시에는 상향과 하향 각각 10MHz 대역폭을 활용했다. 이 폭이 2배로 증가하면 ‘광대역’이라 불렀다. 만약 LTE 도입 이전부터 이통사가 광대역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바로 상용화할 수 있었다.
광대역LTE와 달리 LTE-A는 이 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네트워크 기술이다. 두 개의 주파수를 집성하는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기술을 통해 구현됐다. 광대역LTE는 기지국 피러 교환 등 보완 작업으로 바로 구현할 수 있다. LTE-A는 보조 주파수의 전국망이 가능한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주력망과 CA로 엮을 수 있어야 한다. 속도는 같을 수 있으나 구현방식은 차이가 벌어진다.
이 차이는 지원 단말까지 이어진다. 광대역 LTE는 하나의 주파수가 넓어진 방식이어서 기존 단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LTE-A의 경우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LTE-A 전용폰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기술을 엮어 표현한 ‘광대역 LTE-A’라는 마케팅 용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KT의 경우 광대역 LTE와 LTE-A를 보다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을 뿐 둘 다 차세대 LTE라 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 ‘광대역 LTE-A’는 2014년 6월 이통3사의 공식 마케팅 용어로 부상했다. 두 기술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광대역LTE와 LTE를 엮어 LTE 초기 대비 3배 빠른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이 2014년 6월 19일 상용화됐다.
이론상 하향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광대역LTE와 75Mbps 속도의 LTE를 엮어 최대 225Mbps 속도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첨병은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LTE-A’가 담당했다. 이 후 LG전자가 ‘G3 캣.6’를 출시해 뒤따랐다.
부족한 주파수를 채운 이통3사의 다음 노림수는 3개의 주파수를 집성할 수 있는 기술 상용화였다. 2014년말 이통3사 모두 트리플밴드 LTE 망연동 테스트를 시작해 약 1개월간의 검증을 마치고 단말이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3CA는 3개의 주파수를 엮을 수 있다. 광대역LTE 3개를 엮으면 이론상 하향 최대 450Mbps까지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물론 국내는 주파수 제한상 최대 300Mbps 속도까지만 가능했다. 기존 광대역LTE-A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해프닝도 많았다. SK텔레콤이 2014년 12월 28일 트리플밴드 LTE 최초 지원 단말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S-LTE’를 소비자 평가단 등을 통해 속도, 품질 검증에 돌입하면서 ‘상용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용화는 대중이 무리없이 서비스에 돈을 내고 이용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며, SK텔레콤이 100여명의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 보장이 되지 않은 단말을 제공하는 것을 가지고 상용화라 부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하루 뒤인 29일 정식 출시된 ‘갤럭시노트4 S-LTE’는 시중에서 구하기 조차 어려웠다. 소비자들은 지원금만 공시한 채 정작 단말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트리플밴드 LTE 최초 상용화 문제는 법정까지 올라갔다. SK텔레콤의 ‘세계최초 3밴드 LTE-A’ 광고가 부당하다며 경쟁사들이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 23일 SK텔레콤에게 관련 광고 배포를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SK텔레콤도지지 않고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 와중에 KT는 1월 21일 갤럭시노트4 S-LTE를 정식 도입하며 트리플밴드 LTE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 후 ‘G플렉스2’가 트리플밴드 LTE를 지원하면서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대부분 하향 최대 300Mbps 속도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