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부. 아이폰 쇼크
SK텔레콤과 KTF가 비동기식 WCDMA 전국망 상용화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마침내 3세대(3G) 시대로 진입했다. 양사는 고속 패킷 데이터 전송 기술인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를 도입해 음성과 데이터의 경계를 허물었고, 전국망 구축을 통해 이전 세대와는 다른 통신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면 LG텔레콤은 WCDMA 진영에서 한발 비켜섰다. 대신 기존 2세대 CDMA를 고도화한 CDMA2000 1x EV-DO Rev.A를 채택해 3G 경쟁에 대응했다. 비록 기술 방식은 달랐지만,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 진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각 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3G 시대에 적응해갔다.
3G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사용자 경험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그 중심에는 바로 유심(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이 있었다. 유심은 가입자 정보가 담긴 스마트카드 형태의 모듈로, 사용자가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인증하는 핵심 수단이다. 기존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단말기 내부에 가입자 정보가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을 교체하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유심이 도입되면서 기기와 사용자 정보를 분리할 수 있게 되었고, 통신 서비스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대폭 향상됐다.
3G 시대의 개막과 함께 SK텔레콤과 KTF는 WCDMA 기반 유심 체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자신이 쓰던 유심을 새 휴대폰에 꽂기만 하면 곧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일명 언락폰(통신사 제약이 없는 단말기) 사용도 현실화됐다. 반면 LG텔레콤은 기존 CDMA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유심은 도입하지 않아, 여전히 단말기 기반 인증 방식을 고수했다.
유심의 도입은 특히 글로벌 로밍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휴대폰 자체를 바꿔야 했던 것과 달리, 3G 유심 기반 단말기는 해외 유심만 갈아 끼우면 곧바로 현지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었다. 유학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이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WCDMA가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표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데이터 속도가 2Mbps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서비스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었다.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와 주문형영상(VOD), 모바일 음원 다운로드는 물론, 고사양 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며 휴대폰은 더 이상 단순 통화 수단이 아닌, 개인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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