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부. 3G 무제한 데이터 전쟁
2010년 여름, SK텔레콤이 기습적으로 선보인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말 그대로 시장을 뒤흔드는 한 방이었다. ‘콸콸콸’이라는 의성어로 상징되는 이 마케팅은 트래픽 분산보다 트래픽 폭증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이자, 경쟁사를 향한 정면 돌파 전략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지만, 경쟁사에게는 철저히 방어에 내몰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당시 2위 사업자인 KT의 입장은 곤란했다. KT는 유선 강자의 면모를 살려 전국에 방대한 와이파이존을 깔아두고 있었고, 와이브로(WiBro)라는 또 하나의 무선망까지 병행 운영 중이었다. 커버리지로만 보자면 SK텔레콤보다 앞서 있었고, 품질 논쟁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KT는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가 통신품질(QoS)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방어에 나섰다. 자신들이 보유한 인프라가 그 어떤 무제한 요금제보다도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달랐다. 고객은 계산보다 직관을 따랐고, ‘무제한’이라는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에 이끌렸다. KT는 결국 2010년 9월 10일, SK텔레콤과 유사한 무제한 3G 요금제를 출시하게 된다. 5만5000원 이상 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와이파이와 와이브로도 함께 묶어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강점들이 KT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와이파이존에서 데이터를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는 KT 고객들은 정작 무제한 요금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당시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경쟁사에 비해 3G 확산 시기가 다소 늦었던 탓에 그동안 2G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하위 요금제에서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덕분에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소비자 만족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LG유플러스 역시 결국 2010년 10월 1일, 월 5만5000원 이상의 ‘OZ 스마트55’ 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 이동통신사가 모두 3G 데이터 무제한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전례 없는 과열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무제한 요금제가 본격 도입되자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은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음성 위주의 통신 방식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일상화됐고, 애플리케이션 사용량과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1인 1 스마트폰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 반사효과는 LTE 시대에 도달하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4G LTE 상용화 초기에는 아직 전국망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데이터 사용량은 이미 무제한 환경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LTE보다는 오히려 3G 무제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 KT는 LTE 스마트폰에 3G 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가입 방식을 열어두기도 했다. 또 어떤 소비자는 해외에서 판매된 3G 단말기, 예를 들면 갤럭시노트 초기 모델 등을 구매대행으로 들여와 3G 요금제로 개통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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