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부. MVNO의 새 이름 '알뜰폰'
2011년 말까지 MVNO(이동통신재판매사업)는 정부의 정책적 기대와 달리 조용한 출발을 이어갔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 출범했지만, 단말 수급난과 마케팅 역량 부족, 이통3사의 강력한 보조금 공세 앞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변곡점은 대기업의 진입이었다. CJ헬로비전이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알뜰폰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됐다.
2011년 12월 8일, 협의체로 운영되던 한국MVNO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1) 그리고 불과 20일 뒤, CJ계열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MVNO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2) 브랜드명은 ‘헬로모바일’. 기존 MVNO들이 풀지 못한 약점을 대기업 특유의 자원 동원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삼성전자, 팬택, KT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 안정적으로 공급받았고, CJ ONE 카드와 연계한 멤버십 혜택도 내걸었다. MVNO와 MNO의 경계를 허문 첫 시도였다.
CJ의 참전은 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줬다. 경쟁사인 온세텔레콤이 ‘스노우맨’ 브랜드를 내걸며 맞불을 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NO라는 용어가 소비자에게 어려움을 준다고 판단, 2012년 4월부터 5월까지 새 이름 찾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다수의 제안 중 최우수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알뜰폰’이라는 명칭이 우수작 중 채택되면서 2012년 6월 24일부터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됐다.3)
알뜰폰 바람은 점점 커졌지만, 또 다른 큰 파장은 이통3사의 참여였다. 방통위는 애초 알뜰폰 시장에 중소사업자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이통3사 자회사의 진입을 유예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법적 안정성과 유예기간 보장을 이유로 시장 참여를 주장했고, 결국 2012년 6월부터 자회사 형태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대신 방통위는 공정경쟁 유지를 위해 네 가지 조건을 달았다. 결합판매 행위제한, 공정경쟁 의무, 도매제공 용량제한, 제공 서비스 제한이다. 그러나 LTE 전국망을 앞세운 이통3사는 전면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자회사는 알뜰폰 시장을 점유하면서 중소 MVNO 진영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통사 중심의 LTE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3G 위주의 서비스에서 탈피할 수밖에 없었다. LTE 도매망 제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통위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문을 열었다. 2012년 7월 30일 SK텔레콤이 LTE망 도매제공을 선언했고, LG유플러스도 이에 동참했다.4) 같은 해 9월, CJ헬로비전은 헬로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최초의 LTE 요금제를 출시했다.5)
문제는 LTE망 원가였다. LTE 전국망이 막 구축된 시점이라 도매망 가격은 낮지 않았고, 그 결과 알뜰폰 LTE 요금제는 이통사 요금제와 가격차가 거의 없었다. 혜택이나 멤버십에서도 열세였던 알뜰폰은 가격마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또다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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