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부. LTE 제2 고속도로 개통
국내 LTE 상용화는 단순히 고객을 상대로 빠른 속도의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속도 그 이상의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선 정부 정책 방향의 전환이 컸다. 민간 통신 경쟁구도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라는 거대 3강 종합유무선통신기업의 탄생을 불렀고, 이에 따른 견제책으로 알뜰폰(MVNO) 정책이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포지티브 방식에서 내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통신이 더 이상 진흥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와 경쟁 유도를 위한 산업으로 다뤄졌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보통신부는 해체되고, 방송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되었으며, 이후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어졌다. 정부 거버넌스의 변화는 통신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까지 전환시켰다. 민간 주도의 경쟁 구조 속에서 정부는 병풍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통 3사가 채웠다.
이통사들은 새로운 LTE 시대의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1위를 수성해야 하는 SK텔레콤, LTE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LG유플러스, 2G 종료로 뒤늦게 LTE에 합류한 KT는 기존의 5:3:2 시장 점유율 구도를 깨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같은 경쟁은 정부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LTE 전국망을 완성하게 했다. 상용화 9개월 만인 2012년 3월 29일, LG유플러스는 인구 대비 99% 커버리지를 확보했다고 선언했다.1) SK텔레콤은 2012년 4월 1일 인구 대비 95%의 전국망을 구축했고,2) KT 역시 같은 해 4월 23일 84개 시에 LTE망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에 합류했다.3)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상징적으로 용 그림 속 여의주 대신 ‘U+ 큐브’를 입에 물려 LTE 전국망 완성을 선언했다. KT는 부산 해운대 앞 유람선 위에서 LTE 서비스를 시연하며 고객 친화 마케팅에 나섰고, SK텔레콤은 여수엑스포 전시관에서 LTE망을 이용한 실시간 체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LTE 전국망 경쟁은 단순한 속도 싸움을 넘어, 각 통신사의 기술 우위와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SK텔레콤은 Premium quality, Excellent speed, Total stability, Advanced 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따 ‘PETA’를 내세웠고, LG유플러스는 First All-IP Seamless Total network를 줄여 ‘FAST’로 명명했다. KT는 기존 3G망에 적용했던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 기술을 LTE에 확장하며, 스타워즈를 차용한 ‘WARF(워프)’ 마케팅을 펼쳤다.
LTE 전국망 구축 과정은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버라이즌이 2010년 말 LTE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전국망은 수년 후에야 완성됐다는 점에서, 한국의 9개월 전국망 구축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Ovum과 GSMA Intelligence 등은 “가장 빠른 전국 LTE 인프라 구축 사례”라며 한국의 사례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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