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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제2차 주파수 전쟁 서막

47부. 제2차 주파수 경매

by 김문기

2013년, 4세대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이 본격 상용화되고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이통3사의 경쟁은 한층 더 과열됐다.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지켜야 하는 SK텔레콤, LTE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는 LG유플러스, 그리고 뒤늦게 LTE를 시작한 KT의 숨가쁜 추격전이 이어졌다.


문자에서, 음성으로, 다시 데이터로 고객의 휴대폰 사용 패턴은 빠르게 전환됐다. LTE 가입자는 2012년 말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듬해 2000만 명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 속도는 예상치를 훌쩍 웃돌았다. 각 사는 더 빠른 속도와 더 넓은 수용량, 그리고 차후 세대 기술 전환을 위해서라도 유휴 주파수 확보가 절실했다. 정부 역시 이 수요를 인정했다. 전파법상 수요가 명확할 경우, 잔여 주파수를 할당해야 했다. 결국 대한민국 두 번째 주파수 경매가 추진됐다.1)


하지만 이번 경매는 단순한 ‘시장 경쟁’의 절차가 아니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신설하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파수 관리·경매 권한을 넘겨받았다. 행정 체계가 새로 짜여야 했고, 첫 번째로 부딪힌 현안이 바로 ‘LTE 주파수 추가 할당’이었다. 미래부 출범 초기였던 만큼 행정적 혼선이 불가피했다.


이통3사의 이해관계는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2) 이전 세대까지는 누가 먼저 새로운 통신 기술을 상용화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었지만, LTE 시대에 들어서며 기술적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누가 더 넓은 주파수 대역을 선점하느냐’가 성패를 갈랐다. 마치 같은 속도의 자동차라도 더 넓은 도로를 확보한 쪽이 앞서 달릴 수 있듯, 주파수는 곧 통신품질의 땅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매에서 나온 매물은 심상치 않았다. 특히 1.8GHz 대역의 15MHz폭이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이 대역은 KT가 이미 LTE를 운용 중인 주파수의 인접대역이었다. 900MHz 간섭 문제로 경쟁사보다 네트워크 품질이 떨어졌던 KT로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생존 주파수’였다. 만약 이 대역을 가져간다면 KT는 인접대역을 연속으로 묶어 총 40MHz 폭의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2차선 도로에서 LTE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KT는 4차선 도로를 확보하는 셈이었다. 더 많은 차량이 다닐 수 있고, 속도 역시 2배 가까이 빨라지는 구조였다.


당연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LTE 상용화에서 가장 먼저 승기를 잡은 두 회사는 KT의 반등을 경계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LTE 전국망 완성을 통해 잠시 시장 점유율 2위를 위협하며 ‘반짝 1위’까지 노렸던 시점이었다. 그들에겐 KT의 1.8GHz 인접대역 확보가 곧 ‘권력 균형의 붕괴’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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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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