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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LTE 3CA',
세계 최초 그들만의 리그

50부. LTE 3CA 논란

by 김문기

‘세계 최초’보다 매력적인 마케팅 문구가 있을까. 이동통신 3사는 언제나 이 타이틀에 진심이었다. LTE 경쟁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타사보다 뛰어난 네트워크 품질을 증명해야 했고, 그 욕망은 ‘3CA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2014년 말, 두 번째 주파수 경매를 통해 여유분을 확보한 이통 3사는 새로 얻은 대역을 활용해 주파수집성기술(CA)을 확장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앞서 두 개 주파수를 묶어 ‘LTE-A’를 선보였던 그들은 이번에는 세 개의 주파수를 엮는, 이른바 ‘3CA’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3CA는 세 개의 주파수 대역을 하나의 거대한 대역처럼 사용하는 기술로, 예를 들어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LTE 주파수 세 개를 묶으면 최대 450Mbps 속도를 낼 수 있다. 즉, 더 빠른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적으로 결정적인 우위를 만들어줬다.


다만 3CA를 부르는 명칭은 제각각이었다. 세 개의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뜻에서 ‘트리플밴드’, 네트워크 속도로 구분하는 ‘LTE 카테고리 9(Cat.9)’, 대역을 더 넓게 쓴다는 의미의 ‘광대역 LTE-A’, 세 개를 묶었다는 뜻의 ‘LTE-Ax3’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표현만 다를 뿐 결국 같은 기술이었다. 국내에서는 주파수 여건상 광대역 LTE 주파수 한 개와 일반 LTE 주파수 두 개를 연결해 최대 30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전까지 LTE-A의 속도는 하향 기준 최대 225Mbps에 머물렀다.


2014년 11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3CA 망 연동 테스트를 마치고 약 한 달간의 검증 끝에 인프라 준비를 완료했다.1) 그러나 네트워크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신기술을 실제로 체감하게 해줄 단말기가 필요했다. 테스트 단말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기반의 모델이었고, 3CA를 지원하는 엑시노스7420 칩셋을 적용해 문제없이 연결을 마쳤다.2)


이통 3사는 이제 ‘세계 최초 3CA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열쇠, 즉 단말 수급에 사활을 걸었다. 제조사가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누가 먼저 시장에 내놓느냐가 승부의 전부였다.

다운로드.jpeg SKT 4배 빠른 LTE 상용화 홍보 모습 [사진=SK텔레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SK텔레콤이었다. 2014년 12월 28일, SK텔레콤은 3CA 상용화를 선언하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S-LTE’를 공개했다. 엑시노스333 모뎀을 탑재한 이 단말은 ‘세계 최초 3 band LTE-A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3)


이에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발했다.4) SK텔레콤의 상용화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SK텔레콤이 단말 100대를 한정 판매해 유료 평가단을 구성했을 뿐, 정식 판매는 아니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평가단이 요금을 지불했으므로 상용화 범주에 포함된다”고 맞섰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품질 검증도 끝나지 않은 단말을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하고 유통망에도 물량이 없는 상태에서 상용화라고 주장하는 건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라 비판했다.

KT 4배 빠른 LTE 상용화 홍보 모습 [사진=KT]

12월 29일, 세 통신사는 모두 ‘갤럭시노트 S-LTE’의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5) 이는 곧 출시를 의미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는 단말을 찾을 수 없었다. 소비자들은 “상용화됐다는데 왜 살 수 없느냐”고 불만을 터뜨렸고, 이틀 뒤인 12월 30일 이통사들은 부랴부랴 공시지원금을 내리며 진화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3CA 상용화는 웃지 못할 촌극이 됐다. 기술은 열렸지만 단말은 없었고, 고객도 없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자신들이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의 공식 보고서에 ‘3CA 세계 최초 상용화’로 등재된 사실을 근거로 2015년 1월 9일부터 ‘3-band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를 내보냈다.6) 이번에는 KT가 법적으로 대응했다.7) 1월 11일, KT는 SK텔레콤의 광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8) LG유플러스도 여기에 가세했다.


1월 19일 열린 첫 심리 이후, 법원은 일주일 만인 1월 23일에 결정을 내렸다.9)10) 결과는 KT와 LG유플러스의 승리였다. 법원은 SK텔레콤의 광고 배포를 금지시켰고, SK텔레콤이 제기한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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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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