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부. 코로나19, 멈춰선 일상
"협상은 끝났다. 이제는 법정에서 보자."
2020년 4월 8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간의 다툼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망 이용료 전쟁의 최전선이자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강제 소환되는 선전포고였다. 그날 넷플릭스가 던진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라는 폭탄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절차를 단숨에 마비시켰고, 우리 통신 주권에 지울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을 냈다.
이 전쟁의 진짜 서막은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8월 22일, 서울행정법원 제7부 법정 안의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임의 변경'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페이스북이 낸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었다.
결과는 페이스북의 '완승'이었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경로 변경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당시 판결문을 받아 든 기자들의 얼굴은 일제히 굳어졌다. 글로벌 공룡들에게 '한국의 규제 당국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강력한 학습 효과를 심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넷플릭스라는 더 큰 괴물을 깨우는 '나쁜 선례'가 됐고, 매년 수백억 원의 망 이용료를 내는 국내 사업자와 무임승차하는 해외 사업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가파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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