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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02. 2023

(36) 눈물 쏟은 LGT, 다시 '리비전'


LG텔레콤이 비록 IMT-2000 사업권을 잃기는 했으나 대신 기존 1.8GHz 주파수 대역에서의 CDMA2000 1x EV-DO 리비전.A 사업권은 살아 있었다. 리비전.A가 CDMA의 진화방식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나 당대 HSDPA와 견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이를 두고 볼리 만무했다. 특히,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쪽은 KTF였다.1) 'LG텔레콤의 리비전.A 상용화'는 황금주파수 800MHz 대역 보유자인 SK텔레콤이 나설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1.8GHz 대역에서 리비전.0을 서비스 중인 KTF에게는 여러모로 막아야 할 과제였다.


KTF는 LG텔레콤의 IMT-2000 사업권 취소와 마찬가지로 3G와 견줄 수 있는 리비전.A도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3G 도입을 위해 어렵게 사업자 선정에 나서 비동기식 IMT-2000을 따낸 KTF 입장에서는 LG텔레콤의 리비전.A 도입이 무혈입성으로 보인다고 설득했다. 


이미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SK텔레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역시도 KTF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때도 단호하게 나섰다. 기존 입장과 변함없이 리비전.A보는 HSDPA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다만, LG텔레콤의 리비전.A 도입과 관련해 KTF와 마찬가지로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 비판했다.


LG텔레콤은 경쟁사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예정대로 리비전.A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전국망 수준의 커버리지를 구축하며 상용화를 대비했다.


2007년 EV-DO Rev.A 단말기를 이용, 영상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LG텔레콤]


언제나 그렇듯 상용화의 길은 험난했다. 그 중 번호정책 변경이 발목을 잡았다. 


3G IMT-2000의 경우 010 통합번호정책에 따라 신규 가입자의 경우 010을 식별번호로 받아야 했지만 리비전.A는 LG텔레콤이 기존 PCS를 운영하던 1.8GHz 주파수 대역 서비스여서 이와 관련 없이 식별번호인 019를 그대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 8월 30일 정보통신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영환 장관 후보자가 리비전.A를 3G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커졌다.2) 리비전.A가 2.5G가 아닌 3G로 판단된다면 통합번호정책을 따라야 했다. LG텔레콤의 고유 식별번호인 019가 급작스럽게 통합번호인 010으로 바뀌게 된다. 식별번호를 지켜야 했던 LG텔레콤은 CDMA의 진화발전 관점에서 3G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9월 10일 취임간담회를 통해 LG텔레콤 리비전.A 서비스에 010 번호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3)


EV-DO Rev.A 단말기를 이용, 영상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LG텔레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텔레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4) 9월 11일 리비전.A 상용화에 돌입하면서, 정통부 개정이 나기 전까지는 019 정책을 이어가겠다 선언했다. LG텔레콤은 선언한 대로 LG-LH2000, 삼성 SPH-W3150 휴대폰을 필두로 실제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하고 식별번호 019를 부여했다. 


하지만 10월 23일 정보통신부 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리비전.A에서도 010 식별번호를 부여하도록 했다.5) LG텔레콤의 리비전.A 019 정책은 사실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3위 사업자의 당시 상황을 반영해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LG텔레콤 리비전.A 서비스는 상용화 1개월 만에 약 1천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그치기는 했으나 정식으로 이통 3사가 3G 경쟁을 본격화했던 첫 시점으로 분류된다. 



1) 문권모 기자, <LGT IMT-2000 포기, KTF에 유탄?>, 동아일보, 2006. 7.21.

2) 강희종 기자, <[인사청문회]유영환 장관 내정자, "리비전A는 3세대">, 아이뉴스24, 2007. 8.30.

3) 강희종 기자, <정통부, "리비전A에 010 번호 부여, 망내통화 할인 허용">, 아이뉴스24, 2007. 9.10.

4) 조성훈 기자, <LGT "리비전A 010부여 반대">, 디지털타임스, 2007. 9.11.

5) 권재현 기자, <LG텔레콤 리비전A 26일부터 010 부여>, 경향신문, 200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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