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면,
요 며칠 집에서 나의 서랍 뒤지듯 아무 생각 없이
일기장을 보다가 문득 몇 년 전에 나의 생각들을 옛날 일기장 보듯이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당시 나의 마음의 주제는 이것이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지나가다 버스 광고판으로 보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막 횡단보도에서 무척 홀로 짝사랑하는 남자애 우연히 마주치듯 보듯이 갑자기 혼자 가슴이 뛰었다.
이것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뭔가 설명을 못하겠지만 내가 당시 가슴이 막 뛴건은 의아함이 아니라 설렘이었다. 확실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거라고 여기며 살고 있는데 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니 그러면 나는 무엇을 여기서 나에게 말해야 할까 나는 앞으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붙잡고 있던 신념처럼 여기던 생각들에 그냥 가슴 한대를 한대 길가다가 누군가가에게 엄청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의아하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뭔가 싫지 않았다. 당시에 매너리즘은 아니지만 뭔가 아주 조금은 건조한 가슴에 누군가 던진 우연한 묵직한 하나 돌멩이가 나에게 진지한 화두를 공짜로 내 앞에 손에 던져주고 멋지게 사라진 선물 같았다. 당시 취미로 캔들 핸드메이드에 열중하고 있었고 오히려 완연히 건조한 마음가짐보다는 열정이 반대로 더 가득했던 시기였었다. 나름 늘 그렇듯 소박한 인생이지만 나름 진지하게 내가 행복한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고 감사하며 사는 여자 아이였는데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듯해도 감흥 있는 주제에 혼자 문득 뭔가를 생각해 보기 좋아하는 나름 생각하기 꽤 싫어하지 않는 진중한 여자 아이였기는 했었다. 예전 나의 일기장 글을 보다가 당시 나의 순수함이 잔뜩 덕지덕지덕지 마스킹 테이프처럼 묻은 나의 일기장 같은 서랍 글들을 읽으니까 내가 나름 세심하게 진지하게 뭔가에 열중하는 당시 어린 나의 자세가 뭔가 매우 귀엽게 순수하게 나에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열정이 또 마냥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내면에 나이를 하나하나 쌓으면서 나도 마냥 열정적일 수만은 없었나 보다. 내면 깊숙이 주변 사람들에게 상냥한 듯 보여도 사실 뭔가 깊이 내면에 쌓인 뭔가가 이제 퍽 지쳤는지 진짜 비유하자면 집에서 마치 신선처럼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스트레스 없이 잘 먹으며 누그러지며 최근에 살고 싶었다. 그러다가 푹 쉬고 생각 없이 충분히 먹고 이제 다시 원래대로 건강해지니까 다시 문득 읽은 몇년 전 나의 순수함이 잔뜩 묻어 배어있는 글들을 보니 뭔가 조금은 열정적으로 다시 살아도 괜찮잖아 싶어 졌었다. 나의 글을 읽으니 의아하게도 오히려 없던 조금의 열정적인 불이 지펴졌었다.
길에서 버스광고를 우연히 보고 사실 당시에 나는 횡단보도도 건너야 했고 이것저것 당장 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의아하게 눈에 들어오는 뭔가처럼 자꾸만 생각이 조금 그때 났었고 한 번쯤 언제가 시간이 되면은 혼자 진지하게 이 화두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일상에 바쁘게 살다가 이년 후에 당시에 마음속에만 넣어두었던 책상 속에 의문이 오늘 우연히 옛날 일기장을 읽다가 다시 발견하니 그때 내가 그러한 생각들을 했구나 생각이 드니까 마치 중학교 때 써둔 일기장 보듯 순수하게 웃음도 나왔다. 나의 옛날 서툰 그렇지만 열정적인 순수한 생각들을 읽는 게 사실 책상 정리하다가 어릴 때 졸업사진이나 일기장 보듯 사실 다 좋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이 화두를 답변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가 애쓰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것이다. 답변이 사실 없어도 막 괜찮다 이제 나도 어른이다. 애써 이제 조바심 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