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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스 Oct 26. 2024

설거지 사건을 마무리 지으며

애착 문제의 해결과 갈등 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유산균 & 설거지 사건이 발발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당시 나는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은 이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상한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내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일까 싶어,

박재연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님의 대화법 강의를 유튜브로 듣고,

내가 시어머니에게 바라는 욕구와 그날 느낀 감정,

시어머니의 욕구와 며느리들에게 느꼈을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사과하는 카톡을 드렸다.

동서에게도 아침에 유산균 사건이 벌어져

어머니와 설거지를 두고 한바탕 한 것이 미안해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시어머니와 동서는 화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렇게 내 잘못을 털어내고 싶었다.

어머니와 다시 카톡이 오가고

표면적으로는 화해한 듯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그 발언

("아들은 안 되고 며느리가 설거지하는 건 괜찮다")이

뇌리에 박혀 헤어나올 수 없었다.


동서가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시어머니와 위장된 평화를 누렸음을 알게 되었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내가 설거지를 도맡아 하다

동서가 문제제기를 하니 현타가 온 것이다.

이제 막 결혼한 동서가 외부인의 시각으로 시댁의 문화를 지적하니

어머니는 화가 나셨고 나는 억울해졌다.


시댁에서 아들은 가만히 있고

며느리만 일하고 설거지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방식, 바꾸려는 방식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격하게 한 쪽을 변화시키려 하면

반발심이 생기고 큰 상처를 남긴다.



처음에는 너무 마음이 답답하여 푸념 형식으로 시작한 글이었는데

알고리즘을 타게 되어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

덜컥 겁이 나는 한 편,

글을 이렇게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의식을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덮어두었던 애착의 문제를 꺼내어 빛을 비춰보기 시작했다.

내 마음과 감정을 들춰내어 분석하고 이해하고 시어머니를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인생을 바쳐 일궈온 가정에서 아버님을 잃고 남은 자녀, 며느리, 손주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 존중의 표현이 어머니 집에 오고 며느리들이 집안일을 돕는 모습으로 표현되길 원하는 마음.


시어머니로부터의 인정 욕구

나의 과거 친오빠와의 차별에서 비롯된 절대 남편과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MZ 스러운 마인드.

유년시절 부모와 애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시어머니로부터 사랑을 갈구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인데. 다른 곳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 차별을 견디지 못했다.


남편에 대한 소유욕과 과거 경험에 기반한 불안

또한 남편에 대한 소유욕과 어머니가 우리 가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퍼졌다.

어머니의 영향에 의해 우리 가정이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직시해야 했다.

남편도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있고

어머니 성격도 급 가까이 오실 분이 아니다.

할머니와의 트라우마 때문에 시어머니를 가까이하는 게 싫었던 나의 불안을 인정했다.

이미 내 것임을 인정하고 여유 있게 대해야 한다.  

또한 내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도 더 좋은 것이 있음을 믿고 행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시어머니를 모셔야 할 것 같은 도덕적 책임감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이 부분은 자유해졌다.

어떤 상황이 와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설령 내 아이들에게 불안정 애착의 트라우마를 물려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더라도...


예민한 기질의 시어머니 이해

나와 다른 기질과 문화를 가져 이해할 수 없었던 시어머니를 첫째 아이를 키우며 이해하게 되었다.

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했다.

(남편이 어렸을 때 어떤 성격이었는지, 예민한 장과 피부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먼저 베푼다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도,

시어머니가 나에게 삐진 것 같아도,

나를 사랑하시지 않는 것 같아도 베푼다.

영상통화나 카톡, 그것만 해도 좋아하신다.

안부 묻고 이야기 들어드리고. 때가 되면 직접 만난다.

명절, 생일, 아이들 행사 등.

그럴 때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나야 한다.


내가 미움받는 것 같아도

한 스텝 먼저 내딛는다.

그러면 상대도 마음을 연다.

둘 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내가 먼저 행동하는 것,

막상 닥치면 어려운 일이지만, 내 마음이 넉넉하다면,

상대도 나와 같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행동하기 쉬워진다.


충전 

친정 부모님의 사랑과 도움을 받으며 충전한다.

차로 1시간-1시간 반 거리.

엄마는 계속 일하셔야 하는 처지이지만, 짬을 내어 육아를 도와주신다.




한 달 동안의 브런치북 연재를 마쳤다.

기도와 글은 언제나 함께였다. 중간에 교회 수련회도 다녀와 말씀을 받았다.

나의 오만한 판단을 내려놓고 사랑과 순종을 하라는 말씀이었다.

어머니의 발언에 화가 나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이게 말이 되냐’는 나의 의지가 꺾이고,

내가 먼저 액션을 취하기로 했다.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영상통화로 아이들을 보여드렸다.


남편과 앞으로의 일을 협의했다.

어머니 댁에 가서는 최대한 맞춰서 섬기고 오겠다고.

(그래도 방문 전 후로 우리 집 설거지 부탁해 ^^)

하지만 나와 동서를 비교해

동서를 욕하고 나를 추켜세우려 하실 때면

최대한 동서 편을 들겠다.

나의 대처방법이 모두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 글을 썼다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항상 평안하고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이 다투고, 뵐 때마다 에피소드를 두둑이 만들어 올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상처와 욕구, 그리고 어머니의 기질과 욕구를 파악한 후의 다툼은

한층 성숙할 것이라 상상한다.


부모님과의 애착문제 해결도 숙제로 남았다.

이전 경험에 비춰보니 나 상처받았다고

상한 감정 가득한 피해자 모드로 대화를 시도하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

엄마와 대화의 기회를 늘리며 조금씩 속마음 대화를 시도해야겠다.

엄마의 마음을 듣고 이해를 한다면 유년시절의 나를 더 보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또 다른 소재로 찾아오겠습니다.

선선한 바람 부는 계절, 여러분의 가정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Sabrina Mazz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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